손태승 우리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이 연말인사를 통해 친정체제를 강화했다.
계열사가 늘어난 만큼 지주사체제 안착을 위해 일사불란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22일 우리금융지주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손 회장이 연말 임원인사에서 안정보다 변화를 선택하며 지주사 역할을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가고 있다.
손 회장은 올해 3월 연임에 성공하며 우리금융지주 2기를 이끌고 있는데 2021년부터 본격적으로 그룹 계열사 사이 시너지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그동안 우리금융그룹은 그룹 내 수익의 80% 이상을 우리은행에 의존하고 있어 조직규모나 사업 추진도 은행에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손 회장은 지주사체제 전환 이후 비은행 계열사로 카드사, 종합금융사, 자산신탁사, 자산운용사를 자회사로 편입한데 이어 올해 12월 아주캐피탈을 인수하며 지주사체제 틀을 어느 정도 갖췄다.
이에 따라 손 회장이 연말인사에서 내년에는 지주사 중심으로 일사불란하게 경영을 해가는 데 방점을 찍었다.
당초 올해 금융권 인사는 코로나19 사태 등 경영환경이 악화된 만큼 대표 교체보다는 연임에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됐다.
실제로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 등 경쟁 금융지주는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들을 연임하며 안정에 무게를 뒀다.
KB금융지주는 10개 계열사 대표 가운데 KB증권, KB국민카드, KB캐피탈, KB생명보험, KB저축은행, KB인베스트먼트 등 주요 7개 계열사 대표를 연임했다.
신한금융지주에서는 올해 말과 내년 초 임기가 만료되는 14개 계열사 대표 가운데 11명이 자리를 지켰다. 진옥동 신한은행장과 임영진 신한카드 대표이사 사장, 성대규 신한생명 대표이사 등 주요 계열사 대표는 이례적으로 추가 2년 임기를 보장받기도 했다.
저금리기조, 디지털 전환 등 외부환경 변화 속에서 검증된 역량을 보유한 기존 대표들을 선택한 것이다.
그러나 손 회장은 올해 대표 임기가 만료되는 계열사 3곳 가운데 우리카드, 우리FIS 등 2곳의 대표를 새로 내정하며 친정체제를 강화했다.
특히 우리카드와 아주캐피탈 대표이사에 각각 내정된 김정기 우리금융지주 사업관리부문 부사장과 박경훈 우리금융지주 재무부문 부사장은 '
손태승 사람'으로 꼽힌다.
김정기 부사장은 올해 2월부터 우리금융지주에서 자산관리총괄, 글로벌총괄, CIB총괄 등 비이자수익과 관련한 핵심부서 5곳이 포함된 사업관리부문을 이끌었다. 손 회장이 우리은행 행장이던 시절부터 함께했고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오른 뒤에도 요직을 맡아왔다.
박경훈 우리금융지주 재무부문 부사장은 이번에 아주캐피탈 대표이사로 내정됐다. 박 부사장은 2017년 손 회장이 우리은행 글로벌부문장으로 근무할 당시 우리은행 글로벌그룹 상무로 손발을 맞춘데 이어 우리금융지주에서는 재무관리 주요업무 집행책임자, 공시책임자, 내부회계관리자 등 재무부문을 총괄해왔다.
손 회장은 우리금융지주조직 개편에서도 친정체제를 강화할 뜻을 보였다.
손 회장은 이번 연말인사에서 이원덕 우리금융지주 전략부문 부사장을 수석부사장에 내정했는데 지주사 역할을 강화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수석부사장은 다른 부사장들과 달리 부문 담당이 아닌 지주업무를 총괄하는 우리금융지주 2인자 자리다.
이 부사장은 2017년 우리금융지주 출범을 위한 사전준비 작업에서부터 지주사 출범 이후 통합·전략 등 각종 실무를 총괄해온 전략 전문가로 평가된다.
특히 이 부사장은 손 회장을 제외한 유일한 우리금융지주 사내이사로 손 회장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손 회장이 올해 연말 인사에서 친정체제를 강화한 만큼 2021년에는 플랫폼 통합 작업, 계열사 간 사업 협력 등 지주사 차원에서 시너지 확대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그룹 관계자는 "디지털 경쟁력, 시너지, ESG경영, 브랜드 가치 강화 등 2021년 그룹 차원에서 통합관리가 필요한 부분이 많아 과감한 조직개편을 단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종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