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이 두산인프라코어 구조조정 드라이브에 제동을 걸었다.
박 회장은 두산인프라코어에 신입사원을 희망퇴직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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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 |
두산인프라코어 관계자는 16일 “박용만 회장의 지시로 신입사원 희망퇴직을 중단했다”며 “입사 1~2년차 신입사원은 희망퇴직 대상에서 제외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용만 회장은 이날 “신입사원까지 희망퇴직에 포함돼서는 안 될 것”이라며 “신입사원 보호조치를 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두산인프라코어는 8일부터 18일까지 사무직 전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최근 신용등급을 강등당하는 등 경영상황이 좋지 않은데 대한 고육책이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올해 3분기까지 영업손실 2465억 원을 냈다.
하지만 희망퇴직에 입사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신입직원들이 포함되면서 논란이 됐다. 심지어 올해 초 입사한 23세 직원까지 희망퇴직 대상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입사 3년 이하 직원의 경우 희망퇴직 위로금으로 10개월치 급여를 받는다. 1년 연봉을 채 받지 못하고 회사를 떠나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여기에 근무기간이 길지 않아 경력직 이직도 어렵다.
어렵사리 취업 바늘구멍을 뚫고 대기업에 입사했는데 다시 신규채용시장의 문을 두드려야 하는 셈이다. 그나마도 하반기 공채시즌이 마무리돼 내년 상반기 다시 채용이 재개될 때까지 취직의 기회도 많지 않다.
이 때문에 두산인프라코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업계 관계자는 “회사 상황이 어려울 것으로 예측했다면 채용규모를 줄였으면 될 일”이라며 “뽑아놓고 1년도 안 돼 나가라는 것은 회사 관리능력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만큼 두산인프라코어의 상황이 어렵다는 해석도 나온다.
박 회장 역시 두산인프라코어 구조조정 논란에 대해 “건설기계업이 심각한 불황”이라며 “그룹차원에서 인프라코어 인력을 최대한 흡수하려고 애를 썼지만 희망퇴직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두산인프라코어의 구조조정이 숨고르기를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두산인프라코어 구조조정이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른 데다 박 회장이 직접 나서 이를 진화하면서 두산그룹 차원의 부담으로 번졌기 때문이다.
손동연 두산인프라코어 사장은 최근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손 사장은 올해 2월 취임해 세 차례나 인력감축을 단행했다. 약 600명 가량의 인원이 두산인프라코어를 떠났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조직을 통폐합해 몸집을 줄이고 주력사업인 공작기계사업부 매각도 추진한다. 공작기계사업부 매각 본입찰은 21일로 예정돼 있다. 매각가격은 1조 원대 초중반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