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0일 국회 소통관에서 출마선언을 한 뒤 기자들과 만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야권 단일후보가 되겠다는 승부수를 띄웠다.
국민의힘은 서울시장 보궐선거 승리가 절박한데 야권 단일후보를 만들어 내기 위해 어떤 형태로든 안 대표와 협상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20일 안 대표는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은 대선을 고민할 때가 아니라 서울시장 선거 패배로 정권교체가 불가능해지는 상황만은 몸을 던져서라도 막아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밝혔다.
그는 “야권 단일후보로 당당히 나서서 정권의 폭주를 멈추는 견인차 역할을 하겠다”며 국민의힘을 향해 사실상 후보 단일화를 제안하기도 했다.
안 대표로서는 국민의당 단독으로 서울시장에 도전해서는 사실상 승산이 없는 만큼 '반문재인' 깃발 아래 세워지는 서울시장선거 '빅텐트'의 주인공이 되려는 것으로 보인다. 야권 단일후보로 서울시장 자리를 거머쥐면 여세를 몰아 임기 1년을 마친 뒤 2022년 치러지는 대통령선거에 도전할 수도 있다.
국민의힘으로서는 안 대표의 서울시장 후보 연대 제안에 호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 내년 보궐선거에서 서울시장 승리가 절박한데 민주당을 상대로 단독으로 붙어서는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리얼미터가 8일 내놓은 서울시장 후보 선호도 조사를 보면 민주당의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장관이 19.9%로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 15.5%에 오차범위 내에서 앞서고 있다. 정당 지지도 역시 민주당 34.4%, 국민의힘 32.1%로 오차범위 내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서울은 민주당의 지지세가 상대적으로 강한데 중도성향의 지지를 받는 안 대표가 따로 출마해 보궐선거를 치르게 되면 국민의힘으로서는 승리가 쉽지 않게 된다.
안 대표가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하면서 야권의 경선 흥행 가능성이 높아지게 됐다. 부동산 정책으로 민주당에 등을 돌린 중도층이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는 만큼 경선 흥행은 국민의힘이 본선에서 승리할 확률을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다만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안 대표와의 후보 단일화에 여전히 부정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걸림돌이다. 김 위원장은 19일 안 대표의 출마 사실이 알려진 뒤에도 “여러 출마자 중 한 명일 뿐”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럼에도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은 단일화 없이는 본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점에서 후보 단일화를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보수야권은 표 분열에 따른 참패를 직전 서울시장선거에서 실제로 경험해 보기도 했다. 2018년 서울시장선거에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52.79% 득표율로 당선됐을 때 김문수 자유한국당 후보가 23.34%, 당시 바른미래당 후보였던 안 대표는 19.55%를 득표했다.
문제는 후보 단일화를 위한 경선룰이다. 안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선출된 후보와 최종 야권 단일후보를 뽑기를 바라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안 대표가 국민의힘에 입당해 다른 후보들과 경선을 치러야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안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마친 뒤 국민의힘과 단일화 방법을 묻는 질문에 “열린 마음으로 이길 수 있는 최선의 가능성을 찾고자 한다”며 “유불리를 따지지 않을 것이고 공정하게 경쟁만 할 수 있다면 어떤 방식이든 다 좋다”고 대답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