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갑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전기요금체계 개편을 마침내 이뤄냈다.
전기요금체계 개편에 따라 한국전력은 국제유가 등 외부요인에 흔들리던 실적을 안정화하고 정부정책에 따른 에너지 전환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7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은 원가 변동요인과 전기요금 사이 연계성을 강화하는 내용을 핵심내용으로 하는 전기요금체계 개편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이번 전기요금체계 개편안에는 김 사장이 그동안 도입을 요구했던 제도들이 모두 반영됐다.
연료비 변동분을 적기에 전기요금에 반영하는 ‘연료비 연동제’와 기후·환경 요금의 별도 부과, 전기요금 할인제도의 개선 등이 전기요금체계 개편안에 모두 담겼다.
김 사장은 한국전력공사 사장으로 취임한 뒤 줄곧 한국전력의 실적 개선을 위해 전기요금체계 개편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내왔다.
2018년 7월 페이스북 계정에서 두부값보다 원재료인 콩값이 비싼 ‘두부공장의 걱정거리’라는 글을 쓰면서 발전원가가 전기요금보다 비싼 구조를 개선해야 하고 기본적 유지가 가능한 만큼은 전기요금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김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첫 번째 우선순위로 원가를 반영하는 투명하고 예측가능한 전기요금체계 도입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다”라며 “원가를 적기에 반영하는 요금제도는 한국전력 경영뿐만 아니라 국가, 전기소비자, 투자자 모두의 장기적 이익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해를 넘기게 되면 전기요금체계 개편의 동력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올해가 끝나기 전 전기요금체계 개편안을 마무리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21년 4월에 열리는 서울과 부산시장 재보궐선거에 정치권의 시선이 쏠리는 데다 한국전력 사장의 임기도 끝나 한국전력이 전기요금체계 개편안을 내놓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본 것이다.
업계에서는 애초 12월 한국전력 정기 이사회에서 전기요금체계 개편안이 안건으로 올라가지 않자 개편안이 해를 넘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전력은 16일 임시 이사회를 열어 개편안을 처리한 뒤 산업통상자원부에 제출했고 17일 전기위원회의 심의와 산업통상자원부의 인가를 거쳐 최종 확정을 끌어냈다.
이번 전기요금체계 개편안에 연료의 가격 변화를 주기적으로 전기요금에 반영하는 연료비 연동제가 포함되면서 한국전력의 실적을 안정화하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한국전력은 국제유가가 상승할 때는 적자를 내고 국제유가가 하락할 때는 흑자를 내는 실적을 반복해서 보였다.
국제유가가 높았던 2018년과 2019년에 2080억 원과 1조3566억 원의 적자를 냈지만 올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국제유가가 하락하면서 3분기까지 3조1526억 원의 누적 영업이익을 냈다.
하지만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하면 국제유가 변화에 따른 연료비 증감분을 전기요금에 주기적으로 반영해 한국전력의 실적은 안정화될 수 있다.
정창진 한국전력공사 요금기획처장은 이날 전기요금체계 개편안을 내놓으면서 “유가나 환율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정확하게 전망하기 쉽지 않지만 대략 1조 원 내외 정도로 영업이익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국전력은 이번 전기요금체계 개편으로 한국에너지공과대학 설립과 한국판 뉴딜정책에 따른 신재생에너지 확대 과제를 추진하는데 필요한 재원도 마련할 수 있게 됐다.
한국전력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2022년 개교를 목표로 전라남도 나주에 한국에너지공과대학을 세우는 일과 대규모 해상풍력발전단지 사업에 직접 참여할 준비를 하고 있어 막대한 재원이 필요했다.
다만 전기요금체계 개편안을 확정했지만 전기요금이 인상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여론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전력은 연료비 이외에 내부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인건비, 판매관리비, 설비투자비 등 전력공급비용을 구성하는 비용들에 증가 상한선을 설정해 전기요금이 오르지 않도록 관리하겠다는 대책을 마련했다.
정부도 연1회 실시하던 전기요금 총괄원가 검증을 상시화해 전기요금에 관한 관리와 감독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한국전력은 이날 “전기요금체계 개편과 함께 한국전력 및 전력그룹사의 고강도 경영혁신을 통해 전력 공급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하고 정부의 관리·감독을 강화해 전기요금 인상요인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