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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옥시아 상장 압박 커져, SK하이닉스 지분 4조 회수할 길 열리나

김디모데 기자 Timothy@businesspost.co.kr 2020-12-17 14: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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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가 키옥시아(옛 도시바메모리) 지분에 투자한 4조 원 규모를 회수할 기회를 맞게 될 수도 있다.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가 키옥시아의 증설을 부추기면서 자금부담을 감안해 상장을 추진할 필요성이 커지는 것으로 파악된다.
 
키옥시아 상장 압박 커져, SK하이닉스 지분 4조 회수할 길 열리나
▲ 키옥시아 욧카이치 공장. <키옥시아>

17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낸드분야 2위 기업인 키옥시아가 적극적으로 증설에 나서고 있다. 낸드는 스마트폰 등에 쓰이는 메모리반도체의 한 종류다.

이를 놓고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 등 낸드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는 데 따른 점유율 방어전략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키옥시아는 이와테현 기타카미에 3D낸드 생산을 위해 K2 공장을 설립한다고 최근 밝혔다. 3D낸드는 평면 낸드를 입체화한 제품이다. 속도가 빠르고 용량을 크게 늘릴 수 있다.

이에 앞서 키옥시아는 10월에도 미에현 욧카이치에 7공장(팹7)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는데 두 달도 되지 않아 다시 증설을 결정했다.

키옥시아 낸드 점유율은 18% 수준으로 삼성전자(35%)에 뒤를 이어 2위다. 

하지만 SK하이닉스가 인텔 낸드사업부를 인수하면 합산 점유율이 21%가 돼 키옥시아를 앞지르게 된다. 키옥시아가 공격적 증설에 나서는 이유다.

키옥시아의 낸드 증설은 상장 문제와도 맞물려 있다. 

상장 과정에서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시장에서 지위를 공고히 다질 필요가 있다.

이수빈 대신증권 연구원은 “키옥시아의 가장 큰 자부심 중 하나는 경쟁사 대비 가장 큰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생산능력 기준 1위 기업으로서 규모의 경제를 경험했기에 원활한 상장을 위해 시장 리더십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키옥시아는 애초 10월 상장을 예정했으나 코로나19로 불확실성이 커지고 기업가치가 기대했던 것만큼 높이 평가받지 못하면서 상장을 무기한 연기했다. 

하지만 증설 확대로 키옥시아의 자금부담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에 상장을 계속 미루기는 어려울 것으로 파악된다.

이수빈 연구원은 “키옥시아는 상장 지연으로 재무구조가 아슬아슬하다”며 “미래 현금흐름(FCF) 적자가 지속돼 상장 후 추가적 자금조달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키옥시아를 둘러싼 환경은 상장을 미룬 당시보다 다소 개선되고 있다. 

키옥시아는 12월 초 미국 정부로부터 제재대상인 중국 화웨이에 일부 반도체 제품을 수출할 수 있도록 허가를 받았다. 

비록 일부 제품이지만 상장 연기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친 요소 중 하나가 완화돼 의미가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코로나19 백신 등장으로 전방 업황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은 점도 긍정적 요소로 꼽힌다.

특히 애플이 2021년 상반기 아이폰 생산량을 30% 늘리기로 한 것이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2019회계연도 기준 키옥시아 매출의 24%를 차지하는 핵심 고객이다.

키옥시아가 2021년 상장을 진행하면 SK하이닉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 키옥시아 지분 투자금을 회수해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에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리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2018년 키옥시아의 전신인 도시바메모리 인수를 추진했으나 인수까지 이르지 못하고 베인캐피털이 주도한 인수펀드에 단순 투자자로 참여하는데 그쳤다. 

그 결과 SK하이닉스의 키옥시아 지분은 15%로 제한됐고 투자금을 자유롭게 회수하는 데도 어려움이 따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SK하이닉스는 인텔 인수대금 마련을 위해 키옥시아 지분을 처분할 필요는 없다는 태도를 나타냈다. 그러나 선택지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다며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다. 

투자 약정에 매여 있어 신중한 태도를 보이지만 상장이 재개된다면 회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SK하이닉스는 11월4일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키옥시아 투자는 중장기적 안목으로 진행한 전략적 투자로 인수자금 마련을 위해 서둘러 정리할 이유가 없다”면서도 “선택지의 하나로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은 10조3천억 원에 이르는 인텔 낸드 인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SK하이닉스가 보유 자산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키옥시아 지분을 처분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SK하이닉스가 보유한 키옥시아 지분가치는 3분기 말 기준으로 4조4천억 원 수준이다.

이수빈 연구원은 "SK하이닉스는 키옥시아 상장 후 구주매출로 자금을 확보해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에 활용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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