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국 오렌지라이프 대표이사 사장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지만 신한금융그룹 사장단인사에서 재신임을 받을 수도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신한금융에서 보험업을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더욱 커진 만큼 정 사장과 같이 보험업계에서 오랜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CEO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14일 신한금융에 따르면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과 사외이사들은 이른 시일에 자회사 경영위원회를 개최하고 연말 사장단인사를 실시한다.
조 회장이 지난해는 계열사 사장단을 거의 교체하지 않았던 만큼 올해는 임기가 끝난 CEO를 대상으로 대규모 세대교체 인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떠오르고 있다.
오렌지라이프 전신인 ING생명 때부터 7년째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정문국 사장의 거취도 주목된다.
정 사장은 다른 금융그룹과 비교해 보험업 비중이 크지 않던 신한금융에 꼭 필요한 인재로 꼽혔다.
보험사 CEO 경력만 10년이 넘는 베테랑으로 보험업 전반에 이해가 깊고 회계 등 여러 분야에 전문성을 갖추고 있어 안정적으로 오렌지라이프 실적 증가와 재무구조 개선을 주도해왔기 때문이다.
조 회장은 신한금융지주가 2018년에 오렌지라이프를 인수한 뒤에도 신한금융 출신 대표이사를 선임하는 대신 정 사장이 계속 연임하도록 하며 신뢰를 보였다.
정 사장이 연말 사장단인사에서 재연임에 성공해 내년 7월 출범할 오렌지라이프와 신한생명 통합법인 신한라이프의 대표이사 자리까지 맡게 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신한라이프가 통합작업을 마치고 빠르게 안정화되려면 여러 보험사 CEO를 거치며 조직 효율화 등 작업을 주도해 온 정 사장의 역할이 중요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성대규 신한생명 대표이사 사장이 신한라이프 대표 자리를 두고 경쟁할 강력한 라이벌로 자리잡고 있는 만큼 정 사장의 연임을 낙관하기는 어렵다.
정 사장과 성 사장이 모두 연임해 신한라이프를 각자대표체제로 이끌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실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 계열사의 한 관계자는 "각자대표체제는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 화학적 통합 취지에 맞지 않고 내부 임직원들에 부담도 커질 수 있는 만큼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조용병 회장은 신한라이프 출범을 계기로 신한금융그룹에서 보험업이 차지하는 비중을 더욱 키우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비은행계열사를 키워 수익원을 다각화하는 일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오렌지라이프는 조 회장이 취임 뒤 실시한 가장 큰 규모 인수합병으로 3조 원 넘는 자금이 투입된 만큼 신한금융이 생명보험업에서 확실한 성과를 거두는 일이 중요한 과제로 남아있다.
조 회장이 정 사장과 같이 경험 많은 CEO에 보험업 육성의 중책을 맡길 가능성이 큰 이유다.
정 사장은 신한금융의 디지털 전환 노력에 맞춰 보험업과 신기술을 결합해 시너지를 내는 인슈테크 분야 역량을 강화하는 데도 힘쓰고 있다.
오렌지라이프가 최근 인공지능과 빅데이터기술을 고객 관리 및 보험 심사, 보험사기 예방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조 회장이 올해 계열사 CEO 인사평가에 디지털 분야 성과를 반영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만큼 정 사장도 적극적으로 디지털 기술을 보험업에 적용하려 시도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정 사장이 1959년 태어나 신한금융그룹에서 조 회장 외에 유일한 1950년대생 CEO로 남아있다는 점은 연임에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성 사장은 1967년 태어나 정 사장과 비교해 젊고 지난해부터 신한생명을 안정적으로 이끌고 있지만 관료출신으로 이전에 보험사 CEO를 맡은 경험이 없다는 약점을 안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