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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왼쪽)와 안철수 전 공동대표. |
안철수 전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의 탈당은 야권에 태풍을 몰고 올까, 미풍에 그칠까?
안 전 공동대표가 탈당을 강행하면서 새정치연합 내부 의원들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내년 총선까지 4개월 정도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어서 거취 결정에 따라 정치적 운명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전 공동대표는 결별 이후 14일 독자적 발걸음을 재촉했다.
문 대표는 안 전 공동대표 탈당과 관련해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으나 페이스북을 통해 복잡한 심경의 일단을 드러냈다.
문 대표는 “정말 정치가 싫어지는 날”이라면서 “진이 다 빠질 정도로 지치지만 주저앉을 수는 없다”고 글을 올렸다.
문 대표는 ‘호랑이 등에서 내릴 수 없다’‘파도에 흔들릴지라도 가라앉지 않는다’는 등 비유적 표현을 들어 정면돌파 의지를 강하게 나타냈다.
문 대표는 15일까지 당무를 쉬면서 정국구상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안 전 공동대표는 14일 지역구를 찾았다. 안 전 공동대표는 노원구의 한 경로당을 찾아 탈당을 결심한 이유를 설명하고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들었다.
안 전 공동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애플에서 쫓겨난 스티브 잡스에 빗대기도 했다.
그는 “스티브 잡스가 애플사 공동 창업주였는데 존 스컬리 대표한테 쫓겨났다”며 “그 다음 결과들은 스티브 잡스의 노력의 몫인 것”이라고 했다.
제발로 걸어나온 것이 아니라 사실상 ‘쫓겨난’ 것임을 밝혀 야권분열의 책임을 문 대표에게 돌리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안 전 공동대표는 내년 총선에서 서울 노원병에 출마할 뜻을 내비쳤다. 안 전 공동대표는 15일 부산, 17일 광주를 잇달아 방문하면서 민심을 파고들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안 전 공동대표의 홀로서기가 성공하려면 세력 결집이 필수적이다. 현재까지 안 전 공동대표에 동조하는 탈당규모는 3~4명 선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안 전 공동대표의 비서실장을 지낸 문병호 의원을 비롯해 호남에 지역구를 둔 황주홍, 유성엽 의원의 탈당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그러나 의원들이 지역민심 등을 고려해 내년 총선에서 이해득실을 따져 연말까지 최대 20~30명 추가 탈당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비주류 모임인 '구당모임'의 김영환 강창일 김동철 신학용 김영록 노웅래 문병호 유성엽 이윤석 장병완 정성호 박혜자 최원식 황주홍 의원들 가운데 탈당파가 나올 것으로 점쳐진다.
수도권을 지역구로 둔 의원들은 '분열은 곧 필패'라는 우려에 지역 민심을 살피며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호남 지역구 의원들도 같은 이유로 상당수 동요하고 있으나 탈당을 실행에 옮길지는 불투명하다.
당내 계파 수장의 움직임도 주목된다. 박지원 의원은 14일 “분열의 책임을 지고 대표직에서 물러나야 한다”며 문재인 사퇴론을 제기했다. 박 의원은 호남의 맹주인 만큼 호남지역 의원들의 연쇄 탈당을 우려하고 있다.
안 전 공동대표를 새정치연합에 불러들이는 데 결정적 기여를 했던 김한길 전 공동대표도 곧 입장을 표명할 것으로 보인다.
비주류로 분류되는 김부경 전 의원, 박영선 의원 등은 향후 행보를 놓고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영선 의원은 “안 전 공동대표의 탈당으로 수도권 위기감이 커졌다”면서 “신중한 행보를 하겠다”고 말했다.
손학규 전 고문이 안 전 공동대표와 연대할 가능성도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된다. 손 전 고문은 전남 강진에서 칩거 중이나 안 전 공동대표가 중도를 표방하며 신당 창당에 나설 경우 합류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하지만 손 전 고문측은 정계복귀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 전 공동대표가 홀로서기에 나서기로 한 만큼 신당 창당 준비를 서두를 가능성이 높다.
19대 국회가 얼마 남지 않아 신당에 합류할 의원이 20명을 넘어야 원내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다. 물론 총선 이후에도 안 전 공동대표가 신당의 영향력을 이어가려면 20명 이상의 당선자가 나와야 한다.
안 전 공동대표는 최근 차기 대선후보 지지율에서 호남 지역에서 지지율이 급상승하고 있다.
그러나 호남의 인기가 이후에도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안 전 공동대표에 대한 지지라기보다 ‘반(反) 문재인’ 현상에 따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안 전 공동대표가 호남의 영향력을 바탕으로 신당의 세력 불리기에 성공한다 해도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호남 지역당으로 비쳐질 경우 안 전 공동대표가 기치로 내건 혁신 의제가 통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