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금융회사와 핀테크기업 사이 공정한 규제환경 정착을 위해 은행도 플랫폼 기반의 사업을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규제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의지에 힘입어 모바일앱에 음식배달 등 생활서비스와 연계할 수 있는 전용 플랫폼을 이미 갖추고 있어 금융위 규제완화에 수혜를 보기 유리하다.
11일 신한은행에 따르면 모바일앱 쏠 라이프 플랫폼 메뉴에 신규 서비스를 도입하는 계획이 추진될 수 있다.
금융위가 10일 발표한 디지털금융규제 및 제도 개선방안에 은행의 플랫폼 기반 사업 진출을 허가하는 부수업무 허용방안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이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제도 개선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금융회사 신사업 진출을 돕기 위해 규제를 완화하거나 면제해주는 샌드박스제도도 적극 활용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신한은행은 이런 변화에 맞춰 가장 적극적으로 생활 플랫폼 기반 서비스 개발과 상용화에 속도를 낼 가능성이 큰 은행으로 꼽힌다.
신한은행 쏠 모바일앱은 이미 생활서비스 전문 플랫폼인 라이프 플랫폼을 갖추고 있다.
앱 이용자가 부동산과 자동차, 여행, 의료, 야구, 쇼핑, 음식배달 등에 관련한 정보를 얻거나 배달의민족 등 제휴사 플랫폼으로 연계해 할인쿠폰 등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기능이다.
하지만 그동안 은행이 이런 플랫폼을 통해 부수입을 얻는 것은 불가능했기 때문에 신한은행 생활 플랫폼의 역할은 모바일앱 이용자 확보에 기여하는 수준에 그쳤다.
금융위 규제 개선이 이뤄진 뒤에는 신한은행이 실제로 음식배달과 쇼핑 등 플랫폼 기반 서비스를 직접 운영하거나 제휴사와 연계해 수수료 등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아직 생활 플랫폼을 통해 어떤 사업을 하겠다고 정해진 내용은 없지만 규제 개선 이후 새 서비스가 라이프플랫폼에 추가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신한은행 등 신한금융 계열사가 모바일앱에서 경쟁력 있는 생활서비스 플랫폼을 구축하는 일은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숙원으로 꼽혔다.
조 회장은 오래 전부터 음식 배달과 쇼핑, 차량호출 등 주요 생활서비스를 신한금융 계열사에서 제공하는 금융서비스와 연계해 고객 생활에 중심이 되는 플랫폼을 구축하는 방안을 구상해 왔다.
현재 네이버와 카카오 등 대형 IT기업이 플랫폼 기반 생활서비스를 간편결제와 연계해 금융시장에 발을 넓히는 것과 비슷한 방식이다.
신한금융지주가 지난해까지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검토했던 것도 생활 플랫폼을 운영하는 제휴사를 주주사로 끌어들여 협업체계를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금융위가 은행 플랫폼 업무규제 완화를 추진하면서 신한은행이 마침내 모바일앱을 통해 조 회장의 숙원을 해결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추게 됐다.
조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디지털 플랫폼 강화를 주요 전략으로 내세웠고 10월 열린 신한금융 경영회의에서도 디지털 플랫폼 혁신략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서비스 한계를 넘어 많은 사용자를 끌어들일 수 있는 생활서비스 중심 디지털 플랫폼을 확보하는 일이 앞으로 신한금융의 미래 경쟁력에 핵심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네이버와 카카오, 토스 등 플랫폼 경쟁력을 앞세워 금융시장에서 발을 넓히고 있는 핀테크 및 IT기업과 맞경쟁을 노리겠다는 의지를 보인 셈이다.
조 회장은 그룹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신한은행의 생활 플랫폼 강화를 지원해 줄 공산이 크다.
신한은행이 생활서비스 플랫폼을 통해 수수료 등 수익을 거두는 일은 신한금융그룹 차원에서 추진하는 비이자부문 수익원 확보와 디지털채널로 벌어들이는 이익의 비중 확대에도 기여할 수 있다.
금융위 규제 개선에 신한은행이 큰 수혜를 기대할 수 있게 된 것은 그동안 모바일앱 등 디지털 분야에 꾸준히 투자해 경쟁력을 강화한 성과라는 평가도 나온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신한은행은 과거 '써니뱅크'앱 부진을 극복하기 위해 쏠에 상당한 투자를 벌여 경쟁력을 높였다"며 "다른 금융회사가 모바일앱 개발에 쏠을 목표로 삼을 정도"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