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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
정용진 부회장이 이마트 등 신세계그룹의 유통사업에서 자체상표(PB)를 확대하는 데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정 부회장은 올해 가정간편식 자체상표 '피코크'뿐 아니라 저가 자체상표 의류 '노이즈'와 '데이즈' 제품을 잇따라 선보였다.
이마트는 무작정 싼 제품이 아니라 좋은 품질의 제품을 싸게 내놓는다는 이미지로 차별성을 얻기 위해 주력해 왔는데 PB제품은 그런 노력의 종착역이라고 할 수 있다.
PB제품은 또 이마트 수익성 악화의 해결책이기도 하다.
정 회장은 이마트 매장에서 진열상품의 50% 이상을 PB제품으로 채우려고 한다.
◆ 정용진, 자체상표 경쟁력 확보 총력전
1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정 부회장은 신세계그룹의 자체상표를 SNS 등을 통해 홍보하는 데 직접 나서고 있다.
정 부회장은 지난 5월부터 페이스북 ‘YJ Loves’에 매달 20여 개씩 글을 올려 피코크를 비롯한 다양한 자체상표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지난 7월부터 젊은층들이 즐겨 하는 인스타그램에도 자체상표제품 사진을 올리고 있다.
정 부회장은 피코크 가정간편식을 놓고 “모든 제품은 먼저 직접 맛을 봤다”며 “내 입맛에 만족스럽지 못한 제품을 고객에게 내놓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마트의 상품개발 연구소인 '비밀연구소'에 매주 방문해 피코크 제품이 출시되기 전 직접 시식을 하고 있다고 전한다.
정 부회장은 최근 피코크는 물론이고 의류 자체상표인 ‘데이즈’와 ‘디자인 유나이티드’, 저가 브랜드 ‘노브랜드’ 등도 홍보에 나서고 있다.
그는 ‘데이즈 운동복’을 놓고 “품질 좋은 소재를 사용했는데 가격은 웬만한 브랜드 운동복의 절반 수준”이라고 홍보했다.
그는 또 “이마트에서 디자인 유나이티드가 스타워즈 티셔츠를 판매한다”며 "개인적으로 당장 아이와 커플룩으로 맞춰 입고 싶다"고 알리기도 했다.
정 부회장 페이지에 대한 구독자는 페이스북 2만 명, 인스타그램 5만 명에 이른다.
◆ 왜 자체상표 확대에 주력하나
정 부회장은 11월 말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자체브랜드 박람회 ‘스토어브랜드 앤드 비욘드’에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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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11월 말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미국 식품업체 관계자와 협상하고 있는 사진을 올렸다. |
정 부회장은 당시 미국 식품납품업체 관계자들과 찍은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리며 “협상중, 싸게 줘, 시러 뭐 이런거”라는 글을 함께 적었다.
이는 정 부회장이 자체상표를 통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자 한다는 점을 엿보게 해주는 대목이다.
이마트는 해외에서 원료를 구매해 국내 중소기업에 가공을 맡겨 자체상표로 내놓는다. 이는 제조업체들로부터 완제품을 구매해 판매하는 것보다 상품가격을 20%에서 50%까지 낮출 수 있다.
정 부회장은 4월부터 ‘노브랜드’에 이런 해외소싱 방식을 일부 적용했다. 가격을 크게 내릴 수 있다면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원료를 들여오는 방식을 추진했다.
정 부회장은 그동안 원가절감을 위한 해외소싱 인재확보에도 힘을 쏟아 왔다.
지난해 인사에서 이마트 해외소싱을 총괄하는 크리스토퍼 칼라한이 상무에서 부사장보로 승진했다. 월마트 출신인 해외소싱 전문가인 이연주 상무도 함께 배치됐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마트는 자체상표를 통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수록 일반상표와 가격을 협상할 때도 유리한 위치에 올라설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정 부회장이 자체상표를 확대하려는 데는 신세계그룹 유통사업의 수익성이 나빠지는 데 대한 대응이기도 하다. 자체상표는 일반상표보다 마진을 남기기가 훨씬 수월하다.
신세계는 지난해 영업이익 1900억 원을 내 전년보다 6.5% 줄었다. 이마트 역시 지난해 영업이익 5831억 원을 거둬 전년보다 20% 감소했다.
◆ 자체브랜드, 신세계그룹의 성장동력되나
정 부회장은 신세계그룹의 계열사들이 자체브랜드를 생산하고 유통사업을 통해 확대하는 선순환구조를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이번 인사에서 신세계푸드 신임 대표로 이마트에서 식품본부장을 하면서 피코크사업을 총괄했던 최성재 부사장을 발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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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마트는 8월 '노브랜드'로 감자칩, 버터쿠키, 화장지, 샴푸 등을 내놓았다. |
신세계푸드는 인수합병을 통해 피코크 자체브랜드 개발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이마트에 냉동만두를 납품하던 중소식품업체 ‘세린식품’을 인수하고 ‘스무디킹’의 한국과 베트남사업권을 인수했다.
신세계푸드는 충북 음성에 제2식품가공센터도 본격적으로 가동해 피코크 생산을 확대하고 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신세계푸드가 피코크 가정간편식 상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신세계그룹의 유통망을 결합하며 시너지를 낼 것”이라며 “피코크 매출은 올해 200억 원 수준에서 내년에 800억 원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신세계그룹의 패션계열사인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이마트 의류 자체브랜드인 '데이즈'와 '디자인 유나이티드'의 상품기획과 생산을 담당하고 있다.
데이즈의 경우 경쟁업체 유니클로보다 높은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연매출이 지난해 3500억 원에서 올해 5천억 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유통업계에서 정 부회장이 신세계그룹의 자체상표 가치를 코스트코의 커클랜드처럼 키워낼 수 있을지 주목한다.
코스트코의 커클랜드의 브랜드 가치는 7조 원을 넘어 코스트코 전체의 브랜드 가치 10조5천억 원과 맞먹는 수준으로 성장했다.
대형마트를 비롯해 편의점 등 유통업체들이 앞다퉈 자체상표를 선보이고 있는 만큼 신세계그룹이 얼마만큼 자체상표제품에서 차별화를 해갈 것인지가 관건으로 보인다.
이마트의 피코크 관계자는 “다른 대형마트와 비교했을 때 맛이나 디자인 등이 다른 단독제품을 늘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계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