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추진하는 외환카드와 하나카드의 합병이 한 고비를 넘었다. 앞으로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합병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위원회는 21일 외환은행의 카드 분사와 외환카드 신용카드업 예비 인허가를 내렸다. 개인정보 유출을 막기 위해 다음달까지 외환은행과 외환카드 전산시스템을 완전히 분리하는 것을 조건으로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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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 |
외환은행은 금융위의 결정에 따라 오는 22일 주주총회를 열어 외환카드 분사를 의결한다. 다음달 말 본인가가 나오면 오는 7월1일 독립법인을 출범할 예정이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당국의 본인허가 시점에 따라 독립법인 출범 시기는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되도록 빨리 출범을 추진하려고 한다”고 했다.
하나금융은 외환카드를 자회사로 편입한 뒤 기존 계열사인 하나SK카드와 연내 합병을 서두를 방침이다. 김 회장은 이날 “일단은 외환카드의 분사가 1차 목적이고 분사를 한 뒤 통합 절차를 본격적으로 밟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두 카드사 통합 예비인허가가 나면서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합병도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하나금융은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소비자 보호체계 공동구축을 발표했다. 내부 관계자는 “소비자 보호체계를 하나로 통일해 계열사 간 업무 효율성을 높이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금융은 2012년 2월 외환은행을 인수하면서 ‘5년 동안 독립경영’을 보장했다. 그러나 김 회장은 두 은행의 조기통합이 시너지와 효율성 측면에서 이득이 더 크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하나은행장이던 2012년에도 “두 은행의 강점, 수장의 스타일, 직원 및 점포 구성이 모두 판이한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은 서로의 완벽한 합병 상대다”라고 주장했다.
윤용로 전 외환은행장이 올해 퇴임한 것도 두 은행의 통합 작업을 놓고 김 회장과 갈등이 한 원인으로 작용했다. 윤 전 행장은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통합이 원래 계획대로 진행되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당시 “윤 전 행장의 퇴임은 김 회장과 견해차를 좁히지 못해 결국 물러나게 된 것”이라며 “김 회장은 외환은행 출신인 김한조 은행장을 임명해 앞으로 통합과정에서 생길 갈등을 돌파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그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해외법인 통합에 들어갔다. 지난 3월 인도네시아 법인을 합쳐 통합법인 ‘PT Bank KEB Hana’를 출범했다. 두 은행의 중국법인도 오는 9월부터 하나로 합쳐진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중국과 국내 당국 인가절차만 남은 상황”이라며 “최종인가를 거쳐 9월 통합 중국법인으로 재탄생할 것이다”고 말했다.
외환은행 노조는 이번 결정에 반대 의견을 내놓았다. 노조 관계자는 “외환카드 분사는 하나SK카드와 통합을 하려는 절차로 5년 독립 경영 합의를 위반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