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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진균 동부대우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
“우리는 수출기업입니다. 지금도 전체 매출의 80% 정도는 해외에서 올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국내 금융기관 중에선 우리에게 운전자금을 빌려주는 곳이 없습니다. 현재 모습이 아닌 가능성을 보고 지원해 주었으면 좋겠는데 아쉬운 마음이 큽니다.”
동부대우전자 직원의 목소리에는 푸념과 안타까운 심정이 그대로 배어 있었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동부대우전자는 모그룹인 동부그룹이 구조조정 중이라는 이유로 금융권에서 외면받고 있다. 동부대우전자의 수출물량을 담보로 대출하는 무역금융한도도 80%나 줄었다.
동부그룹의 구조조정의 불똥이 동부대우전자에게 튄 꼴이다.
동부대우전자는 동부그룹이 대우일렉트로닉스(옛 대우전자)를 인수하며 2013년 새롭게 출범했는데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유명하다.
동부대우전자는 2013년 78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데 이어 지난해에도 139억 원의 흑자를 냈다.
동부대우전자는 최근 말레이시아 생산법인을 인수하고 동남아 공략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말레이시아 법인은 세탁기, 냉장고, 전자레인지 등 가전 제품을 연간 30만 대 생산할 수 있다. 최진균 동부대우전자 대표는 말레이시아 법인에서 2020년까지 매출 1억 달러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동부대우전자는 앞으로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필리핀 등 아세안 9개국에도 진출하기로 했다. 올 4월 멕시코 시장에서는 냉장고 판매량 1위에 오르며 저력을 과시했다.
이런 동부대우전자가 최근 예상치 못한 ‘암초’를 만났다.
동부대우전자는 사업자금 마련을 위해 14일 3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하려고 했는데 금융감독원에 의해 제동이 걸린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50명 이상에게 회사채를 발행하려면 공모채권 형태로 증권신고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동부대우전자는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채 임직원에게 채권(사모사채)를 팔려고 했다”고 말했다.
동부대우전자는 14일로 예정된 회사채 발행계획을 일단 접었다.
이 과정에서 동부대우전자 측이 임직원들에게 강제로 채권을 할당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가 나오면서 동부대우전자는 더 곤혹스런 처지로 내몰리게 됐다.
동부대우전자는 1월에도 임직원을 대상으로 회사채를 발행해 143억 원을 조달한 바 있다.
동부대우전자는 회사채 강매 논란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 회사 관계자는 “1월에 회사채를 발행했을 때도 참여율이 50%가 채 되지 않았는데 이를 두고 강매라고 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는 회사를 살리기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부분만큼만 하자고 독려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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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부대우전자 말레이시아 법인 모습. |
동부대우전자는 현재 회사채 발행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사업자금을 조달할 방법을 찾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회사채 발행을 하기 전 금융감독원을 찾아가 회사채 발행과 관련한 문의를 하기도 했다”며 “그런데 이제 와 마치 우리가 불법을 저지르거나 직원들에게 회사채를 강제로 떠넘긴, 문제가 있는 기업처럼 비치고 있으니 조금은 답답하다”고 말했다.
동부대우전자는 국내 가전시장을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양분하자 해외시장 개척이라는 승부수로 살길을 찾아 나선 기업이다. 이 회사가 내놓은 벽걸이형 소형 세탁기 등은 시장의 평판이 좋다.
동부대우전자는 얼마 전엔 디자인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2015 핀업 디자인 어워드’에서 수상 및 인증을 받았다. 산업통상자원부가 후원하는 핀업디자인은 대한민국디자인대상, 굿디자인어워드와 함께 국내 3대 디자인상으로 꼽힌다.
하지만 국내 금융기관들은 동부대우전자를 외면하고 있다. 오히려 해외의 금융회사들은 동부대우전자의 잠재력을 인정해 자금을 대출해 줬다.
“우리는 적자를 내는 기업이 아니다. 엄청난 적자를 낸 기업에는 수 조원대의 정책금융을 제공하면서 우리 같은 작은 기업이 살려고 몸부림 치는데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발목을 잡는다면 앞으로 누가 한국에서 기업을 하려고 하겠는가.”
동부대우전자 관계자의 말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