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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낮은 대선 지지율 극복 절실, 미국 클린턴에서 역전 실마리 찾아

류근영 기자 rky@businesspost.co.kr 2020-11-29 0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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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제주도지사가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고 다음 대선에서 역전 드라마를 쓸 수 있을까?

원 지사는 평소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1992년 선거를 자주 들었다. 낮은 인지도에서 시작해 대통령선거에 승리한 클린턴 전 대통령의 전략에서 판세를 뒤집기 위한 실마리를 얻을 수도 있다.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21613'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원희룡</a> 낮은 대선 지지율 극복 절실, 미국 클린턴에서 역전 실마리 찾아
원희룡 제주도지사.

29일 정치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원 지사는 대통령선거 공약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정책 아이디어를 구상하며 국민들에게 확실하게 다가갈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최근 원 지사가 내놓은 ‘처음주택’도 그런 정책 가운데 하나다.

처음주택은 청년과 신혼부부의 첫 주택과 관련해서는 대출규제를 완화해 주고 정부 지원을 보태 주택을 산 뒤 대출을 갚아 나갈 수 있도록 한다는 아이디어를 담았다.

원 지사는 24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지역 주택가격의 중간 값 수준에서 첫 집을 구매하는 청년들에게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90%까지 올려 대출규제를 완화해 주고 자금의 일부를 정부가 무이자 대출로 지원하는 처음주택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그는 “좋은 사회는 청년이 삶의 희망을 품는 사회”라며 “청년들의 ‘꿈 꿀 권리’를 꺾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집값을 잡기 위해 강한 규제들을 내놓으면서 서민들조차 자기 집을 마련하는 게 더 어려워졌다는 점을 지적하며 대통령이 되면 서민들에게 내 집 마련의 기회를 확실하게 제공하겠다고 했다.

부동산문제가 다음 대선에서 중요한 쟁점이 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대선에 도전하려는 원 지사도 부동산에서 국민들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하는 것으로 보인다.

원 지사는 아직까지 대선주자로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는데 국민들의 눈을 잡을 만한 내용을 제시해 분위기를 반전시킬 필요가 있다.

지금처럼 낮은 지지율을 끌어올리지 못하면 본선 무대에 오르기 전에 국민의힘 당내 경선에서도 미끄러지기 십상이다.

원 지사는 현재 불리한 상황을 뒤엎는 대선 전략을 세우면서 클린턴 전 대통령의 사례를 눈여겨 볼 것으로 보인다.

원 지사는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에 나왔을 때 “미국은 위기 때마다 케네디, 클린턴 등 젊은 지도자를 선택했다”며 클린턴 전 대통령을 언급한 적이 있다.

원 지사는 17일 제주도의회 정례회 도정질문에서 도정을 소홀히 하고 대선 도전에만 주력한다는 지적에 답변하는 과정에서도 클린턴 전 대통령을 끌어들였다.

그는 “클린턴 전 대통령은 당시 아칸소라는 인구 300만 명의 작은 지역 주지사로서 대통령에 도전해 당선됐다”며 “그 때 아칸소 주지사에게 주민들이 ‘지역 일에 전념하라’, ‘왜 워싱턴에 가느냐’라고 했겠는가”라고 되물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1992년 42세의 젊은 나이에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다. 인구 300만의 아칸소 주지사 경력으로 대선에 처음 도전장을 내밀 때만 해도 클린턴 전 대통령이 민주당 경선이나 당시 재임 중이었던 부시 전 대통령과 경쟁한 본선에서 승리할 것으로 내다본 사람은 많지 않았다.

당시 클린턴 전 대통령은 민주당의 경선 경쟁자들과 비교해도 인지도가 낮았을 뿐 아니라 걸프전을 승리로 이끌며 인기가 치솟았던 부시 전 대통령을 꺾기에는 경험과 관록이 모자라 보였기 때문이다.

이 때 클린턴의 승리를 이끈 결정적 요인은 시대정신을 담은 탁월한 '슬로건'이었다. 

잘 알려진 문구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는 공화당 경쟁자였던 부시 전 대통령이 전쟁에 골몰하며 경제를 등한시했다는 점을 꼬집는 데 주효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전쟁의 시대에서 경제의 시대로 이행을 바라는 미국인들의 마음을 정확하게 꿰뚫었다.

원 지사에게도 시대정신을 반영해 국민들의 마음에 와 닿을 슬로건이 절실하다. 부동산이 온 국민의 관심사가 된 시점에 처음주택을 내놓은 것도 이를 고려한 하나의 방편인 셈이다.

원 지사도 젊은 나이에 대선에 도전한다는 점, 전국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가장 적은 인구의 제주도지사라는 점 등 클린턴 전 대통령의 이미지와 겹치는 부분이 있다.

성공한 정치 거물의 이미지를 입히는 게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원 지사가 선거전략을 짜며 클린턴 전 대통령의 모습으로 이미지 메이킹을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정치권 일부에서는 원 지사를 1992년 42세로 세계를 놀라게 클린턴 전 대통령과 비교하는 게 무리라고 본다.

원 지사가 과거 소장개혁파로 이름났으나 이제는 이미 50대 중반이고 기성 정치인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시선도 있다.

제주도 지역정가에서 원 지사와 클린턴 전 대통령은 결이 다르다는 말도 나온다.

강철남 제주도의회 의원은 17일 도정질문을 마무리하며 “클린턴 대통령은 대학 졸업 후 고향인 아칸소에 돌아와 아칸소대학교 교수를 하다가 아칸소에서 하원의원에 출마했고 이후 아칸소 검찰총장과 주지사를 한 뒤 대선에 도전했다”며 줄곧 서울에서만 활동하다가 제주도에 온 원 지사를 에둘러 비판했다.

강철남 도의원은 “많은 도민이 ‘서울시민 원희룡’이라고 쓰여진 책을 알고 4·3위원회 폐지를 담은 특별법 개정안에 서명한 원희룡 의원을 알고 있다”며 “아칸소주의 사람들과 제주도민이 같지 않다고 야속해 하지 말아 달라”고 덧붙였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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