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가 누적판매량 3천만 대를 넘어서는 과정에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큰 공헌을 했다. 그런데 이들 못지 않게 기여도가 큰 사람이 있다. 이형근 기아차 부회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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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형근 기아차 부회장 |
이 부회장은 기아차의 글로벌 공략에 큰 공을 세웠다.
그는 2009년 기아차 해외영업 마케팅담당 사장이 됐다. 이때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으로부터 “기아차 브랜드를 현대차 수준으로 끌어올리라”는 특명을 받았다.
정 회장은 이 부회장의 해외경험을 높이 산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경기고와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한 뒤 197년 현대차에 입사해 영업에서 잔뼈가 굵었다. 마케팅본부 수출마케팅실장과 상품기획1실장을 거치며 마케팅 관련 경력을 쌓았고 기아차 유럽총괄법인장과 기아차 외영업본부장을 거치며 5년간 해외시장을 개척했다.
이 부회장은 2010년 정성은 부회장이 리콜사태로 사임하자 뒤를 이어 기아차 부회장이 됐다. 당시 기아차는 이 부회장의 승진을 놓고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로서 핵심 경쟁력 강화를 위한 것”이라며 “이 부회장이 기아차의 품질과 글로벌영업을 한층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취임 후 마케팅행사를 대폭 늘렸다. 현대차와 함께 월드컵 마케팅을 전개했고 대규모 시승회 등 고객체험행사를 늘렸다. 그해 기아차의 대표작인 중형 세단 K5가 출시되면서 이 부회장의 마케팅 강화는 빛을 발했다. K5는 그가 “향후 기아차가 개발하는 차량의 기준”이라고 말할 정도로 인기였다. 지난해 말 기준 K5의 누적판매량은 2만6390대에 이른다.
이 부회장은 무엇보다 기아차의 해외판매에 공을 들였다. 기아차는 현대차보다 해외공장이 적어 상대적으로 해외비중이 낮은 편이었다. 그는 취임 후 해외출하 비중을 대폭 늘렸다. 2010년 72만9655대였던 해외생산 차량은 지난해 122만9271대로 늘었다. 해외공장 판매비중도 43.5%까지 올라갔다. 그러면서 취임 당시 약 205만 대였던 해외 누적판매량도 지난달 말 기준으로 582만 대까지 치솟았다.
해외판매가 늘면서 기아차는 사상최대의 실적을 거뒀다. 이 부회장이 취임한 2010년 36조 원이었던 매출은 2년 만인 2012년 47조 원대로 증가했다. 지난해 국내 누적판매량 1천만 대를 달성했다. 2011년 900만 대를 달성한 뒤 2년 만에 이룬 업적이다. 기아차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부임한 이후 차량판매 속도가 빨라졌다”고 말했다.
기아차의 브랜드 가치도 뛰어올랐다. 기아차는 2012년 말 세계 100대 브랜드 순위 87위에 올랐다. 그 전까지 한국기업 가운데 100대 브랜드에 들어간 기업은 삼성전자와 현대차뿐이었다. 정 회장이 이 부회장을 발탁하면서 “기아차 브랜드를 현대차 수준으로 끌어올리라”는 특명을 어느 정도 달성한 셈이다.
이 회장한테 고민은 고급세단 K9의 부진이다. K9는 이 부회장이 기아차의 이미지를 고급화하기 위해 2012년 5월 내놓은 야심작이다. 5200억 원을 들여 4년5개월 동안 개발에 온힘을 쏟았다. K9이 나왔을 때 정 회장은 “벤츠에 전혀 뒤지지 않는다”고 평가했을 정도였다.
K9는 출시 후 3개월 동안 2900대가 팔렸다. 그러나 그해 9월부터 월평균 판매량이 600대 밑으로 뚝 떨어지면서 예상실적을 훨씬 밑돌고 있다. 현대기아차그룹 차원에서 대책회의까지 열렸을 정도다. 이 부회장도 올해 초 인터뷰에서 “기아차는 (현대차의) 미운 동생에선 벗어났지만 아직 예쁜 동생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기아차가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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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형근 기아자동차 부회장(오른쪽)이 '2011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 참여해 기아차를 소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