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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지난달 4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제네시스 브랜드 출시행사에서 제네시스 브랜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제네시스 EQ900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자존심이다. 또 후계자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의 미래가 걸려있다.
제네시스 EQ900은 현대차의 플래그십 세단 가운데 정몽구 회장의 결단을 통해 나온 첫 번째 차이기도 하다.
현대차의 플래그십 세단이었던 그랜저와 에쿠스의 개발을 지시하고 개발과정을 진두지휘한 사람은 ‘포니 정’으로 유명한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과 그의 아들인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이었다.
제네시스 EQ900의 사전반응은 폭발적이다. 사전계약 11일 만에 지난해 에쿠스 판매량을 이미 넘어섰다.
하지만 초반 판매량만으로 제네시스 EQ900의 성공을 단정할 수 없다.
제네시스가 고급브랜드로 성공하려면 세계에서 인정받는 고급브랜드들처럼 정체성을 확립하고 그랜저와 에쿠스가 뚫지 못한 세계 고급차시장에서 검증받아야 한다.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은 과연 현대차 플래그십 세단의 역사를 새로 쓸 수 있을까?
◆ 고급브랜드의 정체성 확립의 과제
현대차는 9일 오후 6시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고급브랜드 제네시스의 첫차인 EQ900의 신차발표회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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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네시스 EQ900의 렌더링 이미지. |
이 자리에 정몽구 회장은 물론이고 정의선 부회장을 비롯해 현대차 고위 경영진과 정관계 인사들이 참석한다.
정 부회장은 지난달 초 6년여 만에 국내 공식행사에 모습을 보이며 현대차의 고급브랜드 제네시스 출범을 직접 알렸다.
정몽구 회장이 현대차의 양적 성장을 이끌었다면 정 부회장은 현대차의 질적 성숙이라는 청사진을 제시한 것이다.
하지만 고급브랜드가 성공하기는 말처럼 쉽지 않다. 단순히 제품의 디자인과 성능, 가격이 아닌 역사와 문화, 가치관이 반영돼야 하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단순히 디자인이 멋지고 첨단기술이 대거 장착됐다고 그 자동차를 고급브랜드로 취급하지 않는다.
제네시스 EQ900은 현대차가 지향하는 고급브랜드 제네시스의 방향성을 가장 먼저 보여주는 차다.
소비자들은 토요타의 렉서스를 생각할 때 정숙함을 가장 먼저 떠올린다. 닛산의 인피니티는 역동성을 차별화 요소로 내세웠다. EQ900도 이런 고급브랜드처럼 제네시스 하면 떠올릴 수 있는 정체성을 만들어 내야 한다.
현대차는 제네시스를 출범하며 ‘인간 중심의 진보’를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사람을 향한 혁신기술, 편안하고 역동적 주행성능, 동적 우아함을 지닌 디자인, 간결하고 편리한 고객경험 등 4대 핵심속성으로 제시했다.
열쇠는 인간 중심이라는 개념을 소비자에게 어떻게 보여주느냐 하는 점이다.
인간 중심이라는 브랜드 방향성이 너무 애매하고 포괄적이라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제네시스가 내세운 인간 중심은 브랜드 방향성을 표현하기에 너무 포괄적”이라며 “현대차가 앞으로 제네시스 EQ900과 G80 등을 내놓으면서 브랜드의 정체성을 좀 더 구체적으로 소비자들에게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의 다른 전문가는 “제네시스 EQ900이 내수에서 반짝 인기를 끌 수는 있지만 총체적 브랜드 관리에 실패하면 소비자들이 곧 떠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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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2009년 3월11일 서울 하얏트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신형 에쿠스 신차 발표회에 참석한 한승수 당시 국무총리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
◆ 글로벌에서 인정받아야 하는 과제
제네시스는 글로벌 고급차시장에서 인정받아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현대차는 제네시스를 통해 점차 커지고 있는 글로벌 고급차시장을 노리고 있다.
제네시스 1세대와 2세대는 미국 등 해외시장에서 성과를 냈다. 현대차가 고급브랜드로 제네시스를 선택한 것도 해외에서 인지도를 고려한 것이다.
현대차는 내년 초 제네시스 EQ900을 G90이라는 이름으로 미국에 선보인다.
G90의 미국 판매실적은 제네시스의 성패를 가늠할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자동차시장이 세계 자동차시장의 격전지이기 때문이다.
물론 제네시스가 단일 브랜드로 독립하기에 아직까지 위상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의 자동차전문매체 오토모티브 뉴스는 최근 “현대차는 일본 혼다나 닛산, 토요타가 고급브랜드를 만들었을 때보다 더 많은 도전에 맞닥뜨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매체는 “현대차가 브랜드 이름으로 현재 존재하는 모델의 이름을 가져다 쓰는 방법을 선택했다”며 “이런 방법이 통할지 미지수”라고 진단했다.
고급차시장의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포드와 GM, FCA(피아트크라이슬러) 등이 앞으로 10억 달러 이상을 링컨이나 캐딜락, 알파 로메오와 같은 고급브랜드에 투자할 계획을 세워둔 데다 재규어나 랜드로버도 고급차시장을 계속 공략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