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일 국회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 추천위원회 2차 회의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임명을 놓고 후보 추천위원회에서 여야 대리전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13일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는 2차 회의를 열고 추천된 후보를 대상으로 검증을 시작했다.
이날 회의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로 잡혀 있지만 공수처를 놓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사이에 생각 차이가 큰 만큼 정해진 시간 안에 결론을 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첫 후보 검증회의인 이번 회의는 후보군을 어느 정도 압축하는 선에서 끝낼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은 공수처의 역할을 검찰 견제에 두고 신속하게 출범해야 한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1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공수처가 출범하게 되면 공수처, 검찰, 경찰이 상호 견제하고 균형을 이루는 분권 시스템이 구축돼 제식구 감싸기, 봐주기 수사가 사라지고 부정부패 없는 대한민국으로 나아가게 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공수처 출범 법정시한이 이미 100일 넘게 지났고 11월 안에 공수처를 출범시키는 것이 국민의 뜻이니 만큼 가능하면 13일 끝장토론을 해서라도 추천 후보를 결론 내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공수처의 성격이 고위공직자 부정부패 수사인 만큼 공수처장 선정에 신중해야 하고 다른 정치적 이유 때문에 서둘러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13일 원내대표단 회의에서 “대통령 특별감찰관이나 북한인권대사 등 국가의 다른 중요 자리들을 4년째 비워놓고 있으면서 공수처장만 왜 이렇게 집요하게 요구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주 대표는 “고위공직자의 부정부패를 방지하는 것이 공수처 출범의 이유이지 검찰을 제어하는 것이 출범의 가장 중요한 이유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이제는 오로지 검찰 제어만 외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 최종후보 2인 선정까지는 결론이 나지 않더라도 4~5명 정도로 후보군을 압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민주당에서는 만약 국민의힘이 노골적으로 시간끌기를 한다면 야당 추천위원들에게 사실상 거부권을 부여하고 있는 공수처법을 뜯어고쳐서라도 밀어붙이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만큼 회의에서 아무런 성과를 내놓지 못하는 상황은 국민의힘에게도 정치적 부담이 크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13일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만약 13일 회의에서 아무런 진전이 없이 마무리돼 11월 중으로 인사청문회가 불가능해지는 상황이 온다면 우리는 대안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며 “다음 주 초에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원회가 예정돼 있다”고 말했다.
현재 초대 공수처장 후보로 추천된 후보자는 모두 10명이다. 국민의힘 추천위원이 추천한 손기호 변호사가 10일 후보직을 사퇴해 애초 11명에서 1명이 줄었다.
후보자 선정 기준으로 ‘중립성’이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정치권에서는 변호사협회가 추천한 3인과 국민의힘 측에서 추천한 김경수 변호사가 최종 후보군에 남을 가능성이 비교적 크다고 본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추천한 전현정 변호사, 조재연 법원행정처장이 추천한 최운식 변호사, 민주당 추천위원이 추천한 권동주 변호사, 전종민 변호사 등을 놓고는 국민의힘 추천위원들이 부정적 태도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전현정 변호사는 추 장관과 국민의힘이 갈등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과 배우자가 김재형 대법관이라는 점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최운식 변호사는 “공수처장 인사청문회를 없애야 한다”, “공수처의 권한을 더 강화해야 한다” 등 주장을 내놓은 바가 있어 야당에서 거부감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종민 변호사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의 변호를 맡고 있어 정치적 중립성 논란이 있다.
권동주 변호사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해 참고인으로 검찰조사를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추천의원들도 국민의힘 추천의원들이 추천한 석동현 변호사, 강찬우 변호사를 놓고 최종 후보자 선정에 반대할 공산이 크다.
석 변호사는 “공수처는 태어나서는 안 될 괴물”이라는 발언을 내놓는 등 논란을 일으켰고 강 변호사는 수원지검장을 맡았을 때 이인수 전 수원대 총장의 교비횡령 사건과 관련해 이 전 총장을 비호했다는 비판을 받은 적이 있다.
반면 김경수 변호사는 동명이인인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변호를 맡기도 한 적이 있어 민주당으로서도 비교적 거부감이 적은 인사로 꼽힌다. 김경수 변호사는 검사출신이다.
변협에서 추천한 김진욱 헌법재판소 선임연구관, 이건리 국민권익위원회 부원장, 한명관 변호사 등은 모두 비교적 정치색이 옅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진욱 선임연구관은 판사출신이고 이건리 부원장과 한명관 변호사는 검사출신이다.
다만 민주당이 판사출신을 공수처장에 적합하다고 보는 만큼 판사출신인 김진욱 선임연구관이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