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젠은 올해 코로나19 특수를 톡톡히 누리면서 단숨에 몸집을 불리고 높은 주가 상승률을 보였는데 미국 제약사 화이자가 개발하는 코로나19 백신이 임상시험에서 기대 이상의 효과를 보이면서 씨젠에 그림자가 드리울 수 있다는 시선이 시장에서 번지고 있다.
▲ 천종윤 씨젠 대표이사.
씨젠 주가는 10일 전날보다 8.94%(2만4600원) 급락한 25만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씨젠의 주가 낙폭이 2만 원을 넘긴 건 8월19일 이후 55거래일 만이다.
씨젠 주가가 하락한 데에는 코로나19가 끝나면 씨젠의 성장도 둔화할 것이라는 암묵적 전제가 깔려 있다.
씨젠 주가 낙폭이 올해 들어 가장 컸던 날은 8월14일이다. 이날은 7월25일부터 8월13일까지 20일 가까이 국내에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두 자릿수를 유지하면서 코로나19 확산이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가장 고조된 때였다.
8월14일 씨젠 주가는 전날보다 19.1%(5만2300원) 급락한 22만1400원에 장을 마감했다.
화이자가 9일 코로나19 백신의 임상3상 중간결과를 발표하면서 씨젠의 성장둔화를 향한 우려도 덩달아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화이자의 발표에 따르면 백신의 예방효과는 90% 이상으로 일반 독감 백신(40~60%)을 훨씬 웃돌았으며 현재까지 심각한 안전문제는 나타나지 않았다. 화이자는 이달 말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긴급사용 승인(EUA)을 신청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전문가들은 백신의 효과의 지속성이나 부작용 여부 등 아직 검증해야 할 것이 많다며 장밋빛 해석을 경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시장은 한 발 앞서 백신의 완성과 코로나19 종식이 코앞에 온 것 같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날 화이자와 직접 관련이 없는 대한항공 주식도 전날보다 11.24%(2450원) 급등한 2만4550원에 거래를 끝냈다.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었던 항공업황이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다.
씨젠 주가 하락이 일시적이며 다시 회복할 가능성도 높다고 보는 의견도 제약바이오업계에서 나온다.
이들은 씨젠이 코로나19 뒤에도 성장을 이어갈 여력이 충분하다는 점을 내세운다. 씨젠은 코로나19 진단키트 외에도 장비 매출 등을 확대하며 적어도 내년까지 성장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달미 SK증권 연구원은 “진단키트기업은 2020년 높은 기저효과 때문에 2021년 성장에 대한 부담을 안고 있는 건 사실이다”면서도 “그러나 씨젠은 올해 코로나19 진단키트뿐 아니라 장비 매출도 크게 늘었으며 2021년에도 코로나19 진단키트 이외 다른 제품 특히 장비 쪽에서의 매출 확대가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여기다 씨젠이 올해 3분기 독감(인플루엔자)과 코로나19를 동시에 검진할 수 있는 진단키트를 내놓은 점도 긍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코로나19와 독감은 증상만으로는 두 질병을 의사들도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날씨가 추워지고 독감이 유행하면서 이를 한꺼번에 검진할 수 있는 진단키트 수요가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미국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코로나19 방역을 강화하기 위해 마스크나 진단기기 구입을 늘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씨젠은 사실상 국내 진단키트시장에서 우위를 다진 만큼 수출규모가 확대되면 수혜를 볼 공산이 크다.
바이든 당선인은 승리연설에서 “코로나와 싸우지 않고는 경제를 회복할 수 없다”며 코로나19 방역에 강력한 의지를 내비쳤다.
백신 개발을 코로나19 종식의 선결과제로 볼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일부 보건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계절성 전염병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는 만큼 코로나19가 종식될 것이라고 아직은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백신이 개발된다 하더라도 과연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짧은 기간 안에 종식될까 하는 부분은 여전히 확신할 수 없다”며 “백신의 효능에 따라 다르겠지만 백신 개발 뒤에도 한동안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확산과 안정, 재확산을 반복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