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이 신규인력 채용과 내년 초 이뤄질 조직개편을 계기로 기업은행 중장기 성장을 위한 사업체질 개선에 다시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은행이 그동안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코로나19 금융지원에 역량을 집중해야 했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어느 정도 안정화된 만큼 기업은행 실적 반등이 다급해졌기 때문이다.
10일 기업은행에 따르면 내년 초 입사하는 신입행원 공개채용은 이전보다 직무 전문성을 더욱 강화할 수 있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기업은행은 11월 말 시작되는 정기채용부터 기업금융과 자산운용 등 특정분야를 담당하는 금융 전문 및 글로벌분야 채용전형을 신설해 별도 시험을 실시한다.
윤종원 행장이 기업은행 수익원을 다변화하는 사업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며 조직개편을 준비하고 있는데 신입행원 채용에도 이런 계획을 반영한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기업은행은 일반적으로 매년 1월 중순 정기인사와 조직개편을 실시하는데 이번에 채용하는 신입행원도 비슷한 시기에 입사하게 된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디지털과 금융 전문, 글로벌분야 합격자는 관련된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에 직접 배치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윤 행장은 내년 초 진행될 조직개편과 정기인사를 계기로 기업은행 중장기 성장전략을 짜는 데 다시 고삐를 당길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은행이 그동안 코로나19 금융지원 업무에 집중하느라 성장전략을 추진하기 어려웠는데 이제는 경제상황이 점차 안정화된 단계에 접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윤 행장은 그동안 기업은행 영업점 직원들이 금융지원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성과평가지표(KPI)를 완화하는 등 코로나19 관련된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힘썼다.
하지만 이런 과정에서 기업은행은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적 타격과 금리 하락 등 영향으로 실적 부진을 피하기 어려웠다.
기업은행의 3분기 누적 지배주주 순이익은 1조1876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2% 줄었다.
박진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기업은행은 순이자마진(NIM) 하락에 따른 핵심 이익 감소와 저금리대출 확대, 기업여신 중심 사업구조 등이 원인이 돼 이익체력이 낮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윤 행장이 코로나19를 딛고 기업은행 실적 반등의 전략을 마련하는 일이 절실한 상황인 셈이다.
이번 공개채용에서 디지털과 글로벌, 기업금융 등 전문분야 인력 채용이 늘어난 만큼 관련된 조직 규모를 키우고 인력을 확충하는 조직개편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이런 변화는 기업은행이 은행 이자이익에 의존을 낮추고 안정적 이익 기반을 마련하는 데 효과적 전략이 될 수 있다.
기업은행은 코로나19 사태에 경제적 타격을 상대적으로 덜 받은 중국과 베트남 등에 지점을 두고 있다.
글로벌 업무 관련된 조직을 강화해 해외사업 확대에 속도를 낸다면 기업은행이 코로나19 사태로 받은 실적 타격을 만회하는 데 기여할 공산이 크다.
디지털 경쟁력을 높여 비대면영업을 강화하는 것과 기업금융 및 자산관리 등 비이자부문 사업을 확대하는 것도 코로나19 이후 시대에 효과적 대응 전략으로 꼽힌다.
올해 3분기까지 기업은행 연결기준 순이익에서 IBK캐피탈과 IBK연금보험, IBK투자증권 등 비은행 자회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23%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약 6%포인트 높아졌다.
기업은행의 비은행 자회사를 키우기 위한 윤 행장의 노력에도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은행이 여전히 은행 이자이익에 실적을 크게 의존하고 있는 만큼 단기간에 실적 회복을 기대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코로나19 관련된 금융지원 확대로 대출 부실과 관련한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윤 행장이 기업은행 금융지원업무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강력한 추진력을 보였던 만큼 사업체질 개선 노력도 공격적으로 진행될 공산이 크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경기둔화 우려에도 혁신금융을 통한 성장기반 확충, 체계적 건전성 관리를 통해 내실있는 성장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