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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 사장단 인사, 이재용 용인술 무엇이 달라졌나

김수정 기자 hallow21@businesspost.co.kr 2015-12-01 17: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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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그룹 사장단 인사, 이재용 용인술 무엇이 달라졌나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새 부대에 담을 새 술이 아직 익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일까?

삼성그룹이 1일 사장단 인사를 발표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지 2년차를 맞아 이번 인사에서 안정보다 변화를, 유지보다 쇄신을 꾀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예상은 다소 빗나갔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변화보다 안정에 무게를 실었다. 전체적으로 조직의 틀을 크게 흔들지 않으면서 부분적으로 젊은피를 전진배치하는 수준에서 마무리했다.

사장 승진자는 6명으로 지난해 보다 약간 늘어났다. 이밖에 대표 부사장 승진 1명, 이동·위촉업무 변경 8명 등을 포함해 모두 15명 수준의 소폭 인사에 그쳤다.

이 부회장도 회장에 오르지 않았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나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경영기획담당 사장의 승진도 없었다. 다만 이서현 사장은 제일기획 경영전략담당 사장에서 물러나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으로 업무가 조정됐다.

이건희 회장이 와병 중이나 엄연히 생존해 있는 만큼 이 부회장이 회장에 오르는 등 오너 일가가 승진하는 모습이 대외적으로 부정적으로 비칠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은 기존체제를 유지하면서 사장 승진자를 배출해 더욱 힘이 실렸다.

◆ '이재용식 용인술', 무엇이 달라졌나

이 부회장은 이번 사장단 인사에서 온전한 자기색깔을 드러내지는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 전체 경영상황에 대해 위기의식을 그만큼 크게 느끼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또 경영승계의 마침표가 찍히지 않은 상황에서 이 부회장의 조심스러운 성격의 일면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사장단 인사는 변화의 폭이 크지는 않지만 '이재용식 용인술'의 특징도 포착된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조직에 활기를 불어넣을 소장파를 발탁하면서도 경험이 많은 노장들도 대부분 유임하도록 한 것이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겸임했던 종합기술원장 자리를 정칠희 사장에게 내주고 DS부문장은 그대로 맡게 됐다.

삼성전자의 경우 신종균 사장과 윤부근 사장도 역할은 줄었으나 각각 맡고 있던 IM부문과 CE부문에서 풍부한 경험과 노하우를 살릴 수 있도록 했다.

이 부회장이 이번 사장단 인사에서 ‘신상필벌’의 원칙을 기계적으로 적용하지 않은 점도 눈에 띈다. 교체설이 유력했던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과 박중흠 삼성엔지니어링 사장 등 경영진도 유임됐다.

삼성그룹은 “세트부문 주력사업부 리더를 교체해 제2도약을 위한 조직 분위기를 일신하고 무선과 반도체 등 핵심제품 개발을 진두지휘한 인물을 사장으로 승진시켜 기술안목을 갖춘 경영자를 우대하는 인사원칙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삼성그룹 사장단 인사, 이재용 용인술 무엇이 달라졌나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이재용맨', 50대의 경험 풍부한 기술 전문인력


이 부회장은 올해 사장단 인사를 통해 기술과 전문성, 경험을 중시하는 용인술을 보인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삼성전자 의료기기사업과 삼성SDS의 솔루션사업, 삼성 바이오사업 등 신사업 육성에 힘을 실어주는 모습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전동수 삼성SDS 대표를 삼성전자 CE부문 의료기기사업부장 사장으로 2년 만에 복귀하도록 한 것이다.

전 사장은 삼성SDS 상장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서 친정으로 복귀해 삼성전자의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의료기기사업을 이끄는 중책을 다시 맡게 됐다.

전 사장은 이 부회장의 미국출장에 동행할 정도로 ‘이재용의 사람’으로 꼽혀왔는데 이번 인사에서 이를 다시 확인했다.

이 부회장은 의료기기사업과 함께 바이오사업에도 드라이브를 걸었다.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대표이사 부사장을 사장으로 전격 발탁해 신규사업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고 부사장은 삼성바이오에피스 출범 3년만에 관절염 치료제 개발을 이끈 공로를 인정받았다.

이 부회장은 전문성과 경험을 갖춘 50대 ‘젊은 피’를 주요 사업에 전진배치했다.

삼성SDS 대표이사를 맡은 정유성 사장은 삼성전자 인사팀장, 삼성미래전략실 인사지원팀장, 삼성종합화학 대표이사 등을 두루 거쳐 업무경험과 인사부문에 전문성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삼성SDS 솔루션사업부문 사장에 내정된 홍원표 사장은 모바일 중심의 솔루션사업에 대한 이해와 경험이 풍부한 인사로 꼽힌다.

홍 사장은 벨연구소, KT 휴대인터넷사업본부장 출신으로 2007년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로 입사해 무선사업부 상품전략팀장, 미디어솔루션 센터장 등을 지냈다.

이번 사장 승진자들도 대부분 기술자 출신으로 전문성과 경험이 풍부한 인사들로 채워졌다.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 사장은 갤럭시 성공신화를 이끈 '기술통'이다. 정칠희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장 사장도 삼성전자의 핵심사업인 반도체에서 LSI개발실장, Flash개발실장, 반도체연구소장 등을 거쳤다.

승진자들의 연령대도 더욱 젊어지며 이 부회장의 세대교체 의지도 확인됐다. 승진자 7명 가운데 5명은 1960년대 생이다.

삼성그룹 사장단 규모는 지난해 53명 수준에서 52명으로 예년 수준으로 유지됐다. 승진한 사장단의 평균 연령은 54.8세인데 지난해 말 기준으로 이건희 회장을 제외한 삼성그룹 사장단의 평균연령 58.7세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

◆ 이재용의 고민, 책임도 역할분담도 '어정쩡'

이 부회장은 미래전략실의 역할이 축소될 것이란 예상을 깨고 현행 6개 팀 체제를 유지했다. 사장 승진자 가운데 2명도 미래전략실에서 배출됐다.

삼성미래전략실 법무팀장을 맡아온 성열부 부사장과 인사자원팀장을 맡았던 정현호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했다. 부윤경 전략2팀장(부사장), 박학규 경영진단팀장, 이준 커뮤니케이션 팀장(부사장) 모두 유임됐다.

  삼성그룹 사장단 인사, 이재용 용인술 무엇이 달라졌나  
▲ 최지성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부회장.
이 부회장이 경영승계와 사업재편 등과 관련해 미래전략실의 역할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부회장이 사장단 인사에서 전체적으로 파격보다 안정을, 쇄신보다 유지를 선택한 데 대해 염려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일선에 나선지 2년 차에 실시한 인사에서 신중한 모습을 보인 것 같다”면서도 “그러나 책임을 제대로 묻지도 못하고 역할분담도 다소 어정쩡한 느낌도 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핵심계열사인 삼성전자의 경우 신종균 IM부문 사장이 겸직하고 있던 무선사업부를 고동진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발령해 맡겼다.

이는 역할분담과 책임강화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일 수 있지만 조직을 ‘층층시하’로 만들어 효율성을 떨어트릴 우려도 적지 않다.

미래전략실도 기존 경영진이 유임된 상태에서 2명의 사장 승진자가 더 늘어나면서 우두머리만 비대해진 조직이란 지적도 나온다.

이 부회장이 이번 인사에서 실적이 부진했던 계열사 사장들을 놓고 고민도 컸을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해외공사 차질로 올해 3분기에만 약 3천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더욱 심각하다. 올해 3분기 영업손실액만 1조5천억 원을 냈으며 자본잠식에 빠져 내년 3월까지 1조2천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사옥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최치훈 사장의 경우 통합 삼성물산 출범의 일등공신으로 평가되며 부회장 승진설이 유력했으나 건설부문 실적부진이 발목을 잡은 것으로 관측된다.

박중흠 사장은 이번 인사에서 살아남으며 문책을 면하면서 앞으로 경영정상화를 위한 기회를 얻었다.

이 부회장이 ‘전시상황에서 장수를 함부로 바꾸지 않는다’는 용병술의 기본을 지킨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지만 뒤집어 말하면 대안을 찾기 쉽지 않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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