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효성그룹에 따르면 조현준 회장이 효성티앤씨의 다음 글로벌 스판덱스 생산거점을 미국으로 낙점하고 투자시기를 재고 있다가 유럽으로 방향을 틀었다.
효성티앤씨는 터키에 내년 7월까지 연 1만5천톤 규모의 스판덱스 생산공장을 증설해 유럽 프리미엄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한다.
효성티앤씨는 중국과 베트남 공장을 통해 아시아 스판덱스시장을, 터키 공장을 통해 유럽시장을, 브라질 공장을 통해 남미시장을 각각 공략하고 있다.
효성티앤씨가 북미를 제외한 모든 권역에 스판덱스 공장을 확보한 만큼 미국 공장은 조 회장이 세계에 효성의 스판덱스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실현하기 위한 마지막 단계였다.
조 회장은 지난해 아시아 신흥국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인도 스판덱스 공장을 본격 가동하면서 ‘다음 투자처는 미국’이라고 직접 밝히며 미국의 스판덱스공장 투자시점을 검토하고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유럽시장의 성장성이 더 크다고 보고 스판덱스사업의 글로벌 대륙별 생산거점을 세우는 전략을 빠르게 조정한 것으로 파악된다.
조 회장은 "유럽 고객들의 생산기점이 되는 터키를 중심으로 유럽 프리미엄시장 지배력을 강화해 경쟁사와의 초격차를 확대하면서 부동의 세계 1위 위상을 굳혀야 한다"고 말했다.
스판덱스는 섬유산업의 반도체로 불릴 정도로 부가가치카 큰 소재로 꼽힌다. 수영복과 스타킹 등 신축성이 필요한 의류에 사용되는데 탄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높은 기술이 요구되기 때문에 시장 진입장벽이 높다.
섬유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의류시장은 최근 코로나19가 잦아든 중국 등 아시아를 중심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섬유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의류 소비심리가 얼어붙어 스판덱스 주문이 한동안 거의 없었다”며 “중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의류시장이 살아나면서 앞으로 유럽과 미국도 기저효과에 따른 스판덱스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이다”고 내다봤다.
이런 상황에서 조 회장이 미국이 아닌 유럽시장을 공략하는 데 힘을 싣게 된 것은 코로나19 이후 속도전에 대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동욱 키움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뒤 미국과 유럽 등에서 의류 소비가 회복되면 효성티앤씨는 유럽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더 유리할 것이다”며 “급격히 늘어나는 스판덱스 수요에 빠르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는 기존 터키 공장을 증설하는 것이 미국지역에 공장을 처음부터 새로 짓는 것보다 유리하기 때문이다”고 분석했다.
조 회장은 영어와 일본어 등 외국어 실력과 해외 네트워크가 강점으로 꼽히며 2007년부터 2017년까지 10년 동안 효성그룹 안에서 섬유PG(퍼포먼스그룹)장을 맡아 섬유관련 경력이 풍부하다.
조 회장은 2016년에도 유럽과 중동에서 스판덱스 수요의 급격한 증가에 대비해 선제적 투자를 단행하면서 투자안목을 한 차례 증명하기도 했다.
조 회장이 섬유산업에 대한 선구안을 바탕으로 섬유사업의 외형을 키우면서 효성티앤씨는 2010년 글로벌시장 점유율 1위에 오른 뒤 지금까지 1위를 지키고 있다.
효성티앤씨에 따르면 미국 투자도 시기만 뒤로 미뤄졌을 뿐 계획이 변경된 것은 아니다. 미국 공장은 북미지역 공략을 위한 투트랙 전략을 시행하기 위해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효성티앤씨는 기존 브라질 공장에서 남미시장을 목표로 주로 범용제품을 공급하고 미국에는 공장을 새로 지어 운동복 등 기능성 의료 수요가 집중돼 있는 북미 프리미엄시장을 노릴 계획을 세워뒀다.
효성티앤씨 관계자는 “미국공장 투자계획은 계속 검토되고 있다”며 “다만 투자시기를 두고 시장상황을 지켜보는 것이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성보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