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하나은행에 따르면 금전신탁을 넘어 사전증여신탁, 성견후견지원신탁, 치매안심신탁 등으로 상품군을 늘리고 있다.
지 행장이 신탁을 금융상품으로 취급하기보다 고령층 고객을 위한 종합 자산관리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노후를 대비할 수 있는 신탁상품뿐 아니라 기업 승계와 관련한 신탁, 기부신탁, 장애인신탁 등 고객 수요에 맞는 신탁상품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지 행장은 7월 신탁을 기반으로 자산관리서비스를 제공하는 조직을 확대하며 신탁시장 공략을 위한 채비를 갖췄다.
기존 ‘리빙 드러스트센터’를 ‘100년 리빙 트러스트센터’로 바꾸고 13명이던 구성원을 20명가량으로 늘렸다.
하나은행 본점에서만 제공하던 상담서비스를 더 많은 고객에게 제공하기 위해 서울 강남 ‘클럽1 PB센터’ 안에 ‘100년 리빙 트러스트 강남센터’도 설치했다.
올해 신탁 관련 상담건수는 800건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2019년에는 500건, 2018년에는 300건 수준이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현재 상담팀을 5개 운영하고 있는데 고객의 대기시간을 줄이기 위해 전문 인력을 더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 행장은 올해 안에 비대면 신탁서비스를 출시하겠다는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고령화라는 인구구조 변화와 맞물려 신탁시장이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자본시장연구원은 1월 ‘고령화시대에 따른 일본의 신탁업 변화 사례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한국의 고령화는 세계와 비교해도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기대수명 상승과 노년부양비도 장래에 크게 증가할 것”이라며 “고령화 및 저성장 추세와 맞물려 신탁 활용의 필요성 대두되고 있다”고 말했다.
2019년 말 기준 금융회사들의 신탁 수탁액은 968조 원이다. 최근 10년 동안 한해 평균 11.4% 증가하고 있다.
그럼에도 한국보다 고령화를 먼저 겪은 일본과 비교하면 신탁이 대중화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 신탁시장 규모는 2019년 9월 말 기준으로 1222조 엔(1경3321조 원)에 이른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신탁사업 확대와 관련해 "아직 신탁을 낯설고 어렵다고 느끼는 고객이 많다"며 "신탁을 통해 상속과 증여 등을 준비할 수 있도록 캠페인을 진행할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고 말했다.
저금리기조로 이자이익을 늘리기 어려운데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로 펀드 등 투자상품을 판매하기 어려운 상황도 지 행장이 신탁사업에 공을 들이는 이유로 꼽힌다.
하나은행은 올해 3분기 이자이익 3조9909억 원, 수수료이익 5568억 원을 냈다. 이자이익은 2%, 수수료이익은 18% 줄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두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