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KB증권에 따르면 카카오증권, 토스증권 등 기술력을 앞세운 신규 경쟁자들에 대응하기 위해 '오픈 플랫폼' 전략을 바탕으로 외부업체와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오픈 플랫폼은 외부업체에 데이터와 금융 인프라 등을 제공하고 협업을 통해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는 전략이다.
박 대표는 급변하는 디지털 환경에서 자체 기술력만으로는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기술력을 지닌 회사와 협력을 통해 디지털 전환을 추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KB증권이 추진하고 있는 굵직한 핀테크 혁신들이 거래 플랫폼 혁신, 차세대 자산운용시스템 개발 등 주로 리테일 분야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만큼 KB증권의 자산관리부문을 맡고 있는 박 대표의 디지털 전략이 주목받고 있다.
KB증권은 박 대표와 김성현 대표이사 사장이 각자대표를 맡고 있다. 박 대표는 자산관리(WM), 세일즈앤드트레이딩(S&T), 경영관리부문을 책임지고 김 대표는 투자금융(IB), 글로벌 전략 등을 맡고 있다.
먼저 KB증권은 엔씨소프트, 디셈버앤컴퍼니자산운용과 손잡고 인공지능 프라이빗뱅커(PB)가 자산을 운용하는 증권사를 설립하기로 했다.
세 회사는 KB증권의 금융 데이터와 엔씨소프트의 인공지능 기술, 디센버앤컴퍼니자산운용의 플랫폼을 결합해 10월6일 합작법인을 출범했다.
KB증권과 엔씨소프트가 각각 300억 원을 들여 디셈버앤컴퍼니자산운용의 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증권사가 설립되고 사업이 구체적으로 실현되기까지 법인 인가 등을 거쳐 최소 2년의 기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박 대표는 그동안 핀테크업체와 제휴를 강조해왔는데 국내 대표적 게임회사인 엔씨소프트와 협력을 통해 새로운 협력방식을 선보이게 됐다.
엔씨소프트는 2011년부터 인공지능 연구조직을 신설하고 연구개발을 진행해 온 인공지능 분야 강자다. 2020년 10월 기준으로 200명에 이르는 인공지능 연구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새로 설립되는 증권사는 디셈버앤컴퍼니자산운용의 맞춤형 로보 어드바이저서비스인 '핀트'와 결합해 만들어지는 만큼 직접거래보다는 인공지능 프라잇뱅커를 중심으로한 간접투자 플랫폼을 지향하게 된다.
핀트는 2019년 4월 출시된 최초의 로보 어드바이저로 KB증권과 디셈버앤컴퍼니자산운용의 제휴를 통해 출시됐다. 로보 어드바이저는 인공지능 등 기술을 활용해 고객의 자산을 관리하는 소프트웨어 알고리즘이다.
박 대표는 취임 초기부터 오픈 플랫폼 전략을 추구해왔는데 KB증권과 디셈버앤컴퍼니자산운용의 제휴로 결실을 맺게 됐다.
핀트를 개발할 당시 KB증권을 제외한 다른 증권사들은 금융데이터와 오픈 API 등 인프라를 제공하는 것에 거부감을 나타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디셈버앤컴퍼니자산운용과 연결고리가 엔씨소프트와 협력으로 발전하게 된 셈이다.
디셈버앤컴퍼니자산운용의 최대주주는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이사 사장으로 현재 지분 37.93%를 보유하고 있다.
이 밖에 KB증권은 9월 '한국판 로빈후드'를 개발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포탈 운영회사 줌인터넷과 합작법인 '바닐라 프로젝트'를 설립했다.
로빈후드는 수수료가 없는 미국의 온라인 주식거래 애플리케이션(앱)으로 간편성을 내세워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이미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를 갖춘 KB증권이 새로운 합작법인을 내세워 신규 거래 플랫폼을 개발하는 행보를 놓고 혁신 플랫폼을 향한 박 대표의 의지를 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 대표는 10월21일 한국IDC가 개최한 디지털 전환 시상식에서 '디지털전환 최고경영자' 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핀테크, 빅테크와의 제휴를 통한 디지털 생태계 확장', '플랫폼 기반의 신규 사업모델 발굴' 등의 공로를 인정받았다.
박 대표는 이 자리에서 "빅테크, 핀테크기업의 출현, 금융환경과 제도 및 소비자 요구 변화 등에 대응하기 위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며 "앞으로도 디지털 경쟁력 강화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KB증권을 이용하는 모든 고객들에게 최고의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공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