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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2011년 열린 'LG화학 전기자동차용 배터리공장 준공식'에서 이명박 대통령(왼쪽)과 김명환 LG화학 배터리연구소장과 함께 전기차 배터리의 충전을 시연하고 있다. <뉴시스> |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LG화학에 투자해 온 특허기술이 빛을 내고 있다. LG화학이 배터리 기술로 유명한 일본에 특허기술을 수출했다. LG화학은 배터리 등 여러 분야에서 특허를 다수 보유하고 있어 앞으로 특허전쟁에서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됐다.
LG화학은 독자개발한 배터리 특허기술을 배터리 종주국인 일본에 수출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19일 밝혔다. LG화학은 일본 전지재료 생산기업인 우베막셀에 안전성강화분리막(SRS) 특허를 유상 판매하기로 했다. LG화학이 배터리 특허기술을 다른 기업에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안전성강화분리막(SRS)는 주로 전기차를 생산할 때 쓰이는 배터리다. 안전성강화분리막(SRS) 특허 중 핵심기술은 전 세계에서 LG화학만 보유하고 있었는데 LG화학은 그동안 이 특허를 외부에 개방하지 않았다.
LG화학 관계자는 “특허를 개방하지 않으니 무단도용이 많았다”며 “이미 제조방법 등 SRS 관련 노하우를 갖고 있어 특허기술을 공개해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판단해 유상 개방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계약 체결로 LG화학은 특허로 수익을 얻게 됐을 뿐 아니라 배터리 핵심분야에서 우베막셀과 전략적 관계를 구축할 수 있게 됐다. 또 LG화학은 앞으로 특허 사용을 요청하는 업체에게 특허를 본격적으로 개방해 배터리 분야의 특허표준을 선도하기로 했다.
LG화학은 2007년 국내를 시작으로 미국과 중국, 유럽, 일본 등 세계 주요국가에 이미 여러 특허를 등록해 놓았다. 이 때문에 전 세계 유수기업들은 LG화학에 특허계약을 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LG화학이 ‘특허강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구본무 회장의 선견지명 덕분이다. 구 회장은 오래 전부터 독자적 기술개발을 최우선으로 강조해 왔다.
구 회장은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는 상품을 만들어 내려면 독창적 핵심기술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앞으로 산업간 융복합 현상이 많아지면서 계열사는 물론이고 외부와 함께 기술을 개발하는 경우가 더욱 증가하고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구 회장은 지난 3월 연구개발(R&D)인재 46명을 임원급으로 선임해 업계 최고수준의 보상을 약속하기도 했다.
LG화학의 특허출원 건수는 2008년부터 매년 10% 이상씩 증가하고 있다. LG화학 관계자는 “LG화학은 지난해 소재기업으로서 이례적으로 국내 3289건의 특허를 출원했다”고 말했다. 또 LG화학은 외국의 주요 특허를 공격적으로 매입하거나 32만여 건의 경쟁기업 특허를 분석해 신사업에 집중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다.
LG화학은 지난해 미국 특허 평가기관인 ‘페이턴트 보드’가 발표한 미국 내 특허경쟁력 세계기업 순위 중 화학분야 7위 자리에 올랐다. LG화학은 2007년 75위에 불과했는데, 6년 만에 눈에 띄는 성과를 이뤄낸 것이다. 또 LG화학은 자동차용 2차전지 분야에서 글로벌 1위 기업으로 통한다.
LG화학은 4년 전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낸 SRS 특허권 침해소송을 최근 취하했다. LG화학은 “국가적 차원의 성장산업 분야에서 국내 기업 간 소송이 장기화되는 게 바람직하지 않아 항소를 취하했다”고 밝혔다. 이는 LG화학이 소모적 개별 특허소송을 접고 다른 글로벌기업에게 특허를 개방해 정당한 대가를 받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