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철 부회장이 LG유플러스를 떠난다. 이통업계 최장수 CEO의 퇴진이다.
이 부회장은 LG유플러스에 개혁의 씨앗을 뿌려놓아 향후 성장의 가능성을 열어놓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이 26일 단행된 LG그룹 정기인사에서 물러났다. 이 부회장의 후임에는 권영수 LG화학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해 선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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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 |
LG유플러스는 이 부회장이 건강상 문제로 이미 사의를 표시했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올해 68세로 이통3사 CEO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다.
일각에서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이 지주사인 LG로 옮긴 것과 같은 맥락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 부회장은 구본준 부회장과 함께 LG그룹을 대표하는 부회장으로 손꼽혀 왔는데 구본무 회장이 새로운 성장동력에 힘을 쏟는 과정에서 기존 부회장을 물러나게 해 변화를 꾀했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그동안 쌓아올린 공을 봤을 때 유임될 것이라는 관측도 많았다”며 “이 부회장의 퇴진은 5세대 네트워크 시대 개막을 앞둔 LG유플러스의 조직쇄신 차원이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통신사업 전문가 출신으로 교수와 장관, 기업의 CEO 등을 두루 역임했다.
이 부회장은 2010년 ‘통합LG텔레콤’의 CEO를 맡으면서 LG그룹과 인연을 맺었다.
그는 회사 이름을 ‘LG유플러스’로 변경하는 것을 시작으로 개혁 드라이브를 거는데 주력했다. 당시 LG유플러스는 이통시장 점유율 18%대에 머무르던 ‘만년 꼴찌’였다.
이 부회장은 LG유플러스가 3세대 네트워크로 넘어가는 흐름을 따라가지 못해 경쟁기업과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고 보고 ‘4세대 네트워크’(LTE) 사업으로 이를 만회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이 부회장이 추진한 전략의 핵심은 ‘짜여진 판에서 경쟁이 힘들면 승리할 수 있는 새 판을 만들어라’로 요약된다. 그는 “나무가 겨울을 나려면 잎사귀를 모두 떨궈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LG유플러스는 2011년 이통3사 가운데 최초로 LTE 전국망 구축을 마쳤다.
LG유플러스는 LTE시대가 열리면서 이통시장 점유율이 20%대 초반까지 올랐다. 통신사업 수익성 지표인 '가입자당수익(ARPU)'도 점유율 2위인 KT에 역전했다.
이 부회장은 이 덕분에 ‘LTE 전도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LG유플러스는 꼴찌에서 탈출하는데 실패했지만 강한 경쟁자라는 이미지를 심었다.
이 부회장은 최근까지 LG유플러스에 ‘혁신 DNA’를 심는데 주력했다.
사물인터넷(IoT)과 동영상 사업이 대표적이다. 그는 “LG유플러스가 고객의 삶을 편하게 변화해 세계 1등 통신사가 되자”며 이른바 '새 삶의 창시자'(New Life Creator) 전략을 수차례 강조했다.
LG유플러스는 이통3사 가운데 처음으로 가전제품에 네트워크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홈’ 서비스를 상용화 했다. 모바일과 스마트TV를 아우르는 동영상 사업은 회사의 새로운 수익원으로 자리잡았다. [비즈니스포스트 서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