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보미 기자 sbomi@businesspost.co.kr2020-10-23 18:0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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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그룹이 본격 개화할 수소연료전지시장에서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수소연료전지계열사들의 조직개편을 검토할까?
두산그룹은 수소연료전지 관련 회사만 4곳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두산퓨얼셀을 두산중공업의 자회사로 두면서 남은 3곳을 재편할 가능성이 있다.
▲ 박정원 두산 대표이사 및 두산그룹 회장.
23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두산그룹이 수소전지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흩어져있는 기업들을 통합하거나 재편할 필요성이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두산그룹의 사업구조를 분석해보면 수소연료전지사업을 진행하는 계열사 및 사업조직은 두산퓨얼셀 이외에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DMI), 그룹 지주사 격인 두산의 퓨얼셀파워BU(비즈니스유닛), 그리고 미국 법인 퓨얼셀아메리카 등 모두 4곳이다.
두산그룹의 지주사격인 두산은 2019년 10월 수소연료전지 1위인 두산퓨얼셀을 인적분할한 뒤 최근 두산중공업의 자회사로 뒀지만 다른 수소연료전지 관련 사업들은 그대로 두고 있다.
두산은 그 이유를 각 회사마다 공략하는 연료전지시장이 다르다는 점을 들고 있다.
두산에 따르면 두산퓨얼셀은 크기와 용량이 큰 발전용 인산형(PAFC)을,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은 모빌리티(운송)용 고분자전해질형(PEMFC)을, 두산의 퓨얼셀파워BU는 가정용 고분자전해질형을 각각 생산한다. 미국 법인은 두산퓨얼셀과 동일한 제품을 생산하지만 활동하는 시장이 북미권이라는 차이가 있다.
하지만 에너지업계에서는 이런 사업구조가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본다.
우선 컨트롤타워가 다르다. 두산퓨얼셀과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은 독자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리지만 퓨얼셀파워BU와 퓨얼셀아메리카는 두산이 의사결정권을 보유한다. 퓨얼셀아메리카는 두산퓨얼셀과 동일한 제품을 생산하지만 두산퓨얼셀이 아닌 두산이 거느리고 있다.
이 때문에 에너지업계에서는 최근 정부의 수소경제 활성화정책과 그린뉴딜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어떤 형태로든 재편이 필요할 것이라고 본다.
특히 미국 법인 퓨얼셀아메리카를 제외한 두산그룹 수소연료전지 계열사 3곳이 19~22일 중국 수소연료전지 전시회에 각각 참여하면서 비효율적 운영이 다시 부각되기도 했다.
두산그룹도 두산두산퓨얼셀을 두산중공업의 자회사로 두면서 수소전지업계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두산그룹은 두산중공업의 친환경 전환기조와 발맞춰 기존 두산의 자회사였던 두산퓨얼셀을 두산중공업의 자회사로 두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오너 보유지분 23%를 두산중공업에 무상증여해 두산중공업이 두산퓨얼셀 최대주주에 오르도록 하는 것이다.
두산중공업이 액화수소사업을 진행하는 만큼 두 회사에서 진행하는 수소 관련한 사업의 시너지효과를 기대하면서 사업 포트폴리오를 정리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두산그룹도 두산퓨얼셀을 제외한 3개 사업조직까지 손을 대는 구조개편에 쉽사리 손을 대기는 쉽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두산그룹이 두산퓨얼셀을 두산중공업 아래에 두려 하는 것은 단순히 사업 포트폴리오의 효율화뿐만 아니라 두산중공업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고자 하는 의미도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특히 퓨얼셀아메리카의 재무적 문제가 크다.
두산중공업이 확보하는 두산퓨얼셀의 지분은 30% 미만이다. 두산퓨얼셀의 실적이 두산중공업 실적에 연결기준으로 포함되지는 않는다. 다만 두산중공업의 보유자산에 두산퓨얼셀 지분 23%의 가치가 더해질 뿐이다. 두산중공업의 보유자산을 늘려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한 지분 증여라는 얘기다.
그런데 미국 법인 퓨얼셀아메리카는 2018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순손실을 내 재무구조가 나빠졌다. 상반기 말 기준 부채는 3048억 원이며 부채비율은 549%에 이른다.
이런 퓨얼셀아메리카를 두산퓨얼셀에 합치면 두산퓨얼셀의 지분가치가 낮아지고 두산중공업 아래에 놓으면 두산중공업의 재무구조를 악화시키는 역효과가 발생한다.
어떤 방식으로 개편하든 두산중공업의 재무구조를 개선한다는 사업 포트폴리오 정리작업의 기조에 맞지 않는 셈이다.
또한 아직 수소시장이 본격 개화하지 않은 만큼 두산그룹이 당장 나머지 3곳의 수소연료전지사업을 재편하는 방안을 준비할 필요성이 크지는 않을 수도 있다.
다만 두산그룹이 태양광사업을 효율적으로 개편해 성장시장의 수혜를 극대화한 한화그룹의 사례를 참고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한화그룹도 수 년 동안 태양광 관련사업을 하는 계열사를 여러 곳을 보유했다. 2015년에 독일 한화큐셀과 한화솔라원을 한화큐셀로 합병했으며 한화큐셀코리아와 한화첨단소재를 합병해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를 출범했다.
1월에는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와 한화케미칼, 한화큐셀을 합병해 한화솔루션을 출범하면서 태양광 관련한 사업의 의사결정구조를 효율화했다.
한화솔루션은 올해 상반기 태양광사업 호조에 힘입어 영업이익이 크게 증가했다. 태양광사업(큐셀부문)만 놓고 보면 1분기와 2분기 모두 지난해 같은 분기와 비교해 영업이익은 각각 106.3%, 70% 급증했다.
두산 관계자는 “정부의 수소활성화 정책으로 수소시장의 전망이 밝지만 아직 수소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지 않아 각 수소연료전지별 시장의 리스크(위험)가 여전히 존재하는 상태라서 당장 수소사업과 관련해 구조개편을 할 계획은 없다”면서도 “앞으로 수소시장이 본격 개화해 전략을 수립할 상황이 마련된다면 구조개편을 검토할 가능성도 열려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성보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