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SK이노베이션, 삼성SDI 등 한국 배터리3사가 배터리전시회 ‘인터배터리 2020’에서 기술력을 과시했다.
배터리 출력이나 효율과 관련한 3사의 기술력은 글로벌 배터리시장을 선도하는 ‘K-배터리’의 위상에 걸맞도록 강력했다. 최근 배터리 화재 이슈에 배터리 효율성뿐 아니라 안전성을 부각한 점도 두드러졌다.
▲ LG화학이 생산한 세라믹 코팅 분리막. <비즈니스포스트> |
2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0 전시회에서 LG화학은 부스 한가운데 마련된 ‘코어 존(Core Zone)’에 분리막을 전시했다.
LG화학은 글로벌 전기차배터리시장에서 올해 8월까지 누적 점유율 1위에 올라 있다.
그러나 최근 LG화학 배터리를 탑재한 현대차의 전기차 ‘코나EV’와 미국 GM의 전기차 ‘볼트EV’에서 화재사고가 발생하는 등 배터리 안전성과 관련해 우려의 시선을 받기도 한다.
리튬이온배터리의 4대 핵심소재 가운데 하나인 분리막은 덴드라이트(리튬이온이 분리막 표면에서 결정화한 것)가 발생해 배터리 화재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부스의 가장 중요한 곳에 분리막을 전시했다는 점에서 LG화학이 최근 배터리 화재 이슈에 크게 신경쓰고 있다는 점이 느껴졌다.
LG화학은 외부에서 조달한 분리막에 자체 세라믹 코팅을 더해 덴드라이트가 분리막을 파괴할 수 없도록 강도를 높인다.
LG화학 관계자는 “세라믹으로 코팅된 분리막은 강철로도 뚫을 수 없다”며 “덴드라이트 발생에 따른 배터리 화재가 애초부터 일어날 수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전기차에 더 많은 배터리를 탑재할 수 있도록 전기차배터리팩의 두께를 줄이는 LG화학의 신기술 ‘라미&스택’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기존에는 길다란 배터리셀을 여러 번 접어 배터리팩 안에 집어넣었는데 이 때문에 셀이 접히는 부분에 빈 공간이 남는다. LG화학의 라미&스택 기술은 얇은 셀을 접지 않고 층층으로 쌓아 팩 내부의 빈 공간을 없애고 그만큼 배터리 효율을 높인다.
배터리 안전성은 삼성SDI도 피해갈 수 없는 주제다. 화재사고가 발생한 것은 아니지만 삼성SDI에서 배터리를 공급받는 BMW와 포드가 최근 전기차 안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리콜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 삼성SDI가 생산한 무선이어폰용 배터리 셀. <비즈니스포스트> |
삼성SDI가 부스 입구 바로 앞에 전고체배터리를 홍보하는 공간을 마련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였다.
전고체배터리는 배터리 4대 핵심소재 가운데 하나인 전해질로 액체물질이 아닌 고체물질을 사용하는 미래 배터리다.
배터리 효율이 높기도 하지만 덴드라이트가 생겨날 우려가 없어 안전성 측면에서도 ‘궁극의 배터리’로 여겨진다.
삼성SDI는 영상물을 통해 2025년 대용량 전고체배터리 셀의 실증을 마친 뒤 2027년 전고체배터리를 양산한다는 로드맵을 소개했다.
이와 함께 기존 리튬이온배터리와 전고체배터리 시제품에 지속적으로 과전압을 가해 전고체배터리의 안전성을 입증하는 실험의 영상도 공개했다. 기존 배터리는 30여분이 지나자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지만 전고체배터리는 1시간30여분이 지나도 멀쩡했다.
삼성SDI는 소형배터리를 소개하는 데도 상당한 공간을 할애했다. 본체가 성인 남성의 손 크기만한 드론과 삼성SDI의 드론용 원통형배터리, 무선이어폰용 극소형배터리셀 등의 실물이 전시됐다.
SK이노베이션은 2010년 처음 배터리를 공급한 뒤로 아직까지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나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수요처에서 화재사고가 일어나지 않았다. 그만큼 배터리 안전성 이슈로부터 비교적 자유롭다.
▲ SK이노베이션의 폐배터리 재활용사업을 소개하는 영상. <비즈니스포스트> |
이번 전시회에서도 충전속도나 전기차 주행거리 등 배터리 효율성 측면의 강점과 함께 안전성을 들었다.
국내 최초이자 세계 3번째로 분리막을 독자 개발한 회사인 만큼 분리막을 소개하는 영상을 반복적으로 상영했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생태계를 아우르는 서비스(BaaS, Battery as a Services)와 관련한 사업모델을 가장 먼저 공식화한 배터리 제조사이기도 하다.
이에 걸맞게 배터리 재활용이나 재사용과 관련한 사업모델을 소개하는 데에 공간을 많이 활용했다.
배터리3사뿐만 아니라 여러 배터리 소재회사들도 인터배터리에 부스를 내고 홍보에 나섰다.
소재회사들 가운데 포스코케미칼과 에코프로비엠은 각각 음극활물질과 양극활물질의 실물을 전시해 배터리3사 못지않은 관심을 끌었다.
포스코케미칼은 국내 유일의 음극재 제조사이며 에코프로비엠은 양극재 제조사들 가운데 가장 뛰어난 기술력을 보유했다고 평가받는다.
주한 영국 대사관과 주한 캐나다 대사관도 전시장에 부스를 마련했다. 이들은 배터리 가치사슬(밸류체인) 전반에 걸친 현지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나섰다.
전시 외적으로도 화젯거리가 있었다.
지동섭 SK이노베이션 배터리사업대표 사장은 이날 예고 없이 인터배터리 현장을 찾아 기자들을 몰고 다녔다. 지 사장이 LG화학 부스를 방문하자 현장에 나와 있던 LG화학 직원들이 예정에 없었던 고위인사의 방문에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 지동섭 SK이노베이션 배터리사업 대표 사장(앞줄 왼쪽 1번째)이 2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0'의 LG화학 부스를 찾아 배터리 양극재와 관련한 설명을 듣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지 사장은 LG화학의 경전기 이동수단(LEV)용 배터리에 관심을 보였다. 그는 의전을 담당한 직원에게 “이산화탄소 감축에 크게 도움이 될 것 같다”며 “이거 많이 팔리느냐”고 묻기도 했다.
이날 전시회에서 배터리3사 모두 부스에 각 회사의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를 전시하는 등 전기차배터리를 중점적으로 소개했다. LG화학은 아우디 E-트론을, 삼성SDI는 랜드로버 레인지로버를, SK이노베이션은 기아차 니로를 각각 전시했다.
3사 가운데 삼성SDI만이 전동공구나 드론용 소형배터리 등 실생활과 관련한 배터리 활용에 충분한 공간을 할애했다. 배터리가 차량에만 쓰이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이는 다소 아쉬운 부분이었다.
그러나 3사 모두 배터리 안전성을 알리는 공간을 마련했다는 점은 긍정적이었다. 전기차뿐 아니라 배터리를 활용하는 모든 도구는 화재의 위험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배터리3사가 글로벌시장에서 입지를 더욱 강화하기 위해 효율성뿐만 아니라 안전성까지 갖추고자 하는 의지를 보이는 것처럼 느껴졌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