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희 농협중앙회 회장이 사업구조 개편에도 불구하고 경제사업에서 부진을 탈출하지 못하고 있다.
농협중앙회 경제사업들이 당초 계획에 비해 성과가 지나치게 낮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근본적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농협중앙회 로고.
20일 농협중앙회에 따르면 2011년부터 진행해 온 사업구조 개편을 통한 경제사업 활성화 계획이 올해를 끝으로 종료된다.
농협중앙회는 지금까지의 경제사업 성과를 토대로 보완점 등을 개선하는 후속 경제사업을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추진한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경제사업 성과가 부진하다는 말이 나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다만 경제사업이란 것이 1~2년 한다고 바로 성과가 나오는 것이 아닌 만큼 문제점을 파악하고 세밀한 대책을 마련해 꾸준히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농협중앙회는 2012년 경제사업과 신용사업을 분리해 농협경제지주와 NH농협금융지주를 두는 사업구조 개편을 시행했다.
협동조합 본연의 역할인 농산물 유통 등 경제사업을 강화하고 농산물 개방 등 농업여건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발전전략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경제사업 활성화를 추진하면서 세웠던 목표치에 크게 못 미치는 실적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농협중앙회는 경제사업 물량을 2011년 22조5천억 원에서 2020년 46조8천억 원으로 24조3천억 원(108%)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2012년 실적은 24조3천억 원으로 목표 달성률이 95.6%였으나 2019년 경제사업 물량은 27조7천억 원으로 목표 달성률이 62.2%까지 낮아졌다.
농협중앙회의 경제사업 물량 연평균 증가율도 사업구조 개편 이전보다 감소했다.
사업구조개편 이전에는 경제사업 물량이 연 8.5%씩 증가했지만 사업구조 개편 이후에는 연 1.9%으로 줄었다.
농협중앙회가 세웠던 ‘판매농협’ 구현은 제대로 추진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협중앙회는 2011년 경제사업 활성화 추진계획을 내놓으면서 산지조합 출하 물량의 책임판매 비중을 2020년까지 10%에서 51%로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국회예산정책처의 농협 경제사업활성화 평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책임판매 비중은 30.5%로 목표 9조7천억 원의 56%에 그쳤다.
이를 놓고 계획 수립 당시 너무 과도한 목표를 잡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농협중앙회의 경제사업 물량계획이 우리나라의 농업생산액을 초과하기 때문에 경제사업 성과가 부진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성희 회장은 올해 회장에 올랐지만 2012년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분리할 당시 농협중앙회 감사위원장으로 활동하며 사업구조 개편 전반을 감사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도 이 회장에게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성곤 더불민주당 의원은 16일 농협 국정감사에서 “농협이 목표를 거창하게 세웠지만 어려워지는 농업현실을 개선하는 데 거의 도움이 못 되고 있다”며 “근본적 대책을 포함한 종합적 개선안을 마련해 달라”고 말했다.
다만 경제사업 부진을 농협의 잘못으로만 보기에는 어렵다는 시선도 있다.
농업계의 한 관계자는 “농협의 사업구조 개편 당시 정부가 밀어붙여 준비가 미흡했던 점이 있고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는 만큼 기대치를 높게 잡을 수밖에 없던 측면도 있다”며 “더욱이 농업계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수치로만 경제사업의 실적이 부진하다고 하는 것은 다소 과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