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7월 경기도 수원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서 사내벤처 프로그램 C랩에 참가하고 있는 임직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삼성전자> |
삼성전자 C랩인사이드, SK하이닉스 하이개라지, LG전자 LGE어드벤처 등등. 굴지의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사내벤처 프로그램이다.
대기업들이 사내벤처 육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사내벤처를 통해 미래 성장동력이 될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발굴하고 조직에 창의력과 도전정신을 불어넣기 위한 목적이다.
홀로서기에 성공한 사내벤처의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분사 후 자리를 잡으면 좋은 협력사가 될 수 있고 분사하지 않아도 사업 내재화가 가능한 만큼 대기업의 사내벤처 바람은 당분간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8일 LG전자에 따르면 최근 LGE어드벤처라는 이름으로 진행한 사내벤처 프로그램 공모에 250여 건의 아이디어가 몰리며 뜨거운 반응을 나타냈다.
LG전자는 이 가운데 5개 팀을 선정해 집중적으로 지원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11월 말까지 선발을 완료해 12월에 공개한다.
LGE어드벤처에 선발된 팀은 1년 동안 업무에서 배제돼 선정된 과제에만 몰두할 수 있게 되며 1억 원의 비용과 전문가 컨설팅 등을 지원받는다. LG전자는 사내벤처 사업화와 분사까지 지원하는데 분사 뒤에도 회사로 복귀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한다.
LG전자가 사내벤처 프로그램을 가동하는 것은 2016년 이후 4년 만이다. 최근 전자업계에서 조직에 창의성과 혁신을 더하기 위해 사내벤처 바람이 불고 있는데 LG전자도 여기에 동참했다.
삼성전자의 사내벤처 프로그램 C랩인사이드는 이미 과제 발굴부터 육성과 분사까지 탄탄한 성과를 내며 자리를 잡았다.
최근 SK매직에 흡수합병이 결정돼 C랩 출신 최초 인수합병 사례가 된 에이아이플러스, 가전전시회 CES에서 3년 연속 혁신상을 수상한 링크플로우, 인공지능 뷰티솔루션을 제공하는 룰루랩, 코로나19 진단키트를 개발한 원드롭 등은 C랩 출신 기업으로 성공사례를 쓰고 있다.
이런 성공은 든든한 지원과 최고경영진의 관심이 뒷받침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7월 C랩에 참여한 임직원들과 간담회를 열고 사내벤처 활동의 애로사항을 듣고 도전의식을 북돋았다. 김현석 삼성전자 CE부문 대표이사 사장은 CNN 다큐에 출연해 삼성전자의 혁신사례로 직접 C랩을 소개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C랩은 2012년부터 시작됐는데 현재까지 300여 개 과제 1200여 명의 임직원이 참여했다. 2015년부터는 스타트업으로 독립을 지원하는 ‘스핀오프’ 제도가 도입돼 163명이 45개 스타트업을 창업하는 성과를 냈다. 분사 후 투자금 합계만 550억 원에 이른다.
삼성전자는 C랩 참여 임직원에게 1년 동안 독립성과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며 실패에 책임을 묻지 않는다. 분사 이후에도 5년 이내 재입사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직원들의 도전을 독려한다.
삼성전자는 사내벤처 성과를 외부로도 이식하고 있다. 2018년 C랩 프로그램을 외부 스타트업까지 확대해 사내벤처 C랩인사이드와 외부 스타트업 C랩 아웃사이드로 구분해 운영하고 있다. 2022년까지 C랩인사이드 200개, C랩아웃사이드 300개 등 모두 500개 과제를 육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SK하이닉스 사내벤처 프로그램 하이개라지(HiGarage)도 이제 궤도에 오른 것으로 평가받는다. 하이개라지는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차고(garage)에서 창업한 데 착안한 이름이다.
2019년 1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실패를 용납하는 사회가 될 것을 강조한 직후 하이개라지 프로그램이 출범했다. 1기에서 6개의 과제를 선정했고 이 가운데 알씨테크, 차고엔지니어링, 엠에이치디, 알세미 등 4팀이 창업에 성공했다.
특히 알세미는 인공지능 기반 반도체설계자동화(EDA) 사업을 하고 있는데 올해 상반기 10억 원 규모의 시드투자를 받는데 성공하는 등 순항을 예고했다.
2019년 하반기에 모집한 2기 6팀 가운데 이미 3팀이 창업에 성공했다. 10월 말까지 사내벤처 아이디어를 접수해 3기 사업도 추진한다. 3기는 기존 반도체 분야에서 인공지능, 빅데이터, 로봇 등 다양한 분야를 가리지 않고 모집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박진우 SK하이닉스 하이개라지팀장은 “1기와 2기에서 창업에 실패하더라도 열정을 지닌 구성원들이 새로운 경험을 통해 조직을 이끌 수 있는 리더로 성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사업성이 떨어져도 심사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면 사내에서 도전을 이어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