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이 기존 은행권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정태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23일 “인터넷전문은행이 내년 상반기에 본인가를 받고 영업에 들어간다 해도 은행권에 파괴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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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인회 KT 전무가 10월28일 광화문 KT 사옥에서 열린 기자설명회에서 KT가 주도하는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컨소시엄의 추진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
한 연구원은 “국내 은행들의 온라인뱅킹이 잘 발달되어 있으며 인터넷전문은행에서 고객에게 제공할 서비스 영역도 제한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내 은행들은 이미 금융거래의 90% 이상을 온라인뱅킹으로 처리하고 있다. 은행들은 인터넷전문은행과 주로 경쟁할 모바일뱅킹에서도 6900만 명 규모의 고객을 보유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연 6~18% 금리의 개인신용대출에 주력할 전략을 세우고 있다. 은행대출을 받기 어려운 중간 단계 신용등급의 고객층을 잡아 기존 은행과 차별화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 연구원은 금융회사들에서 중간 단계 신용등급의 고객층을 대상으로 소액대출 사업을 벌였다가 잠재위험성(리스크) 관리에 실패한 사례를 지적했다.
한국SC은행은 2005년 신용등급 5~7등급인 고객에게 연 10~14% 금리로 돈을 빌려주는 ‘셀렉트론’을 출시해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한국SC은행은 셀렉트론의 연체율 급등으로 2조 원대의 부실을 쌓은 끝에 2014년 초 상품 판매를 중단했다.
한 연구원은 “은행 고객과 다른 부분에서 영업을 할 경우 리스크 관리는 물론이고 신용평가와 대출금 회수의 중요성이 매우 커진다”며 “신규 인터넷전문은행은 관련 경험이 부족해 중금리 개인신용대출을 운용하는 일도 만만찮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연구원은 인터넷전문은행에서 충성도 높은 고객층을 확보하는 일도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 연구원에 따르면 미국과 일본에서 성공한 인터넷전문은행들은 대부분 비은행 금융회사나 산업재벌의 자회사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설립될 때부터 모기업 고객을 충성도 높은 고객층으로 끌어들일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한 연구원은 “미국과 일본을 살펴보면 인터넷전문은행은 충성도 높은 고객을 보유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한국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63곳을 인터넷전문은행에서 배제할 가능성이 높아 충성도 높은 고객을 보유한 기업의 등장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 연구원은 “우리나라의 은행 순이자마진(NIM)이 1~1.5%인 점을 감안하면 인터넷전문은행이 줄 수 있는 금리나 수수료인하 혜택도 제한적일 것”이라며 “인터넷전문은행이 설립된 뒤에도 오랫동안 많은 자본을 쏟아 부어야 할 가능성이 높아 시장에 미칠 파괴력도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