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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용암 삼성증권 사장이 지난 5월14일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삼성증권 글로벌 인베스터즈 컨퍼런스’ 회장에 입장하고 있다. <뉴시스> |
KDB대우증권 인수전이 증권업계를 재편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삼성증권은 조용하기만 하다.
삼성증권은 법원에서 벌금형을 선고받고 항소를 포기해 국내 증권사 인수합병에 뛰어들기 어렵다.
이에 따라 해외에서 승부를 봐야 하지만 아직까지 해외사업에서도 별다른 움직임은 없다.
증권가 안팎에서 삼성그룹의 ‘1등 DNA’를 지니고 있는 삼성증권의 이런 모습에 안타까워 하는 시각도 나온다.
윤용암 사장이 삼성증권에 취임한 지도 벌써 1년이 다 돼 간다.
◆ 삼성증권을 아쉽게 바라보는 시각
이재용 부회장은 최근 삼성증권 본사를 처음으로 방문해 윤용암 삼성증권 사장으로부터 사업보고를 받았다.
이 부회장은 삼성그룹의 금융계열사를 삼성전자처럼 글로벌에서 승부할 수 있는 회사로 키우는 데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삼성증권은 삼성그룹 금융계열사 가운데 국내에서도 1위에 오르지 못한 유일한 회사다.
삼성증권은 자기자본 기준으로 국내 증권업계 3위다. 삼성증권은 3분기 순이익을 기준으로 국내 증권사 7위까지 떨어졌다.
삼성그룹의 ’1등 DNA’에 비추어 볼 때 초라하다. 윤 사장이 삼성증권에 취임한지도 1년이 다 돼 가지만 성장전략은 눈에 띄지 않는다.
서보익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다른 대형 증권사들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데 삼성증권은 현상 유지에만 그치고 있다”며 “저금리 환경에서도 해외진출을 시도하는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보다 변화의 신호가 약하다”고 지적했다.
국내 증권사들은 글로벌에서 투자금융(IB)을 확대하기 위해 대형화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증권은 국내에서 증권사를 인수합병할 수 없는 처지다.
서울남부지방법원이 지난 6월 채권수익률을 사전합의해 한국거래소에 제출한 혐의로 선고한 3천만 원의 벌금형을 삼성증권은 그대로 받아들였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증권사가 벌금형을 선고받으면 5년 동안 대주주로서 다른 증권사 등 금융투자사업자를 인수할 자격을 상실하게 된다.
당시 KDB대우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현대증권, 유안타증권 등 5곳은 같은 혐의로 5천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자 즉각 항소했다.
항소를 하면 확정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인수합병을 진행할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도 항소하고 한국투자금융지주와 함께 대우증권 인수전에 참여하고 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다른 증권사보다 적은 벌금을 선고받은 점을 감안해 항소를 포기했다”고 말했다.
◆ 삼성생명 등에 비해 해외사업 신호도 약해
윤용암 사장이 취임한 뒤 삼성증권이 앞으로 글로벌에서 승부를 볼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윤 사장은 삼성그룹에 근무했던 35년 가운데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일한 ‘해외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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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그는 올해 초 취임하면서 “삼성증권과 글로벌 자산운용사의 제휴를 강화하고 중국을 공략할 다양한 전략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윤 사장은 지난 3월 이 부회장과 함께 중국 중신증권의 모회사인 시틱금융지주를 방문해 삼성증권과 중신증권의 금융협력을 확대하는 방안도 논의했다.
그러나 윤 사장은 여전히 해외사업 확대에 신중하다.
그는 지난 3월 기자간담회에서 “삼성증권은 우리나라를 중심으로 한 인바운드나 아웃바운드 사업과 상품에서 경쟁력을 보유했다고 생각한다”며 “이를 통해 역량을 점차 키우고 네트워크를 강화하면서 해외진출의 다음 단계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증권 관계자도 “삼성증권은 현재 해외에서 증권사를 인수합병하는 방안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증권이 홍콩법인을 통해 겪었던 사업실패의 상처에서 벗어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삼성증권은 2001년 홍콩법인을 설립하면서 글로벌 투자금융회사를 목표로 내세웠다. 당시 박준현 삼성증권 사장은 2009년 홍콩법인의 자본금을 1억 달러로 증자하고 현지 인력을 126명까지 늘렸다.
하지만 삼성증권 홍콩법인은 2010회계연도에 적자 440억 원을 냈다. 삼성증권은 2012년 홍콩법인의 사업을 사실상 접었다. 박 사장이 퇴진한 것도 이 실패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삼성증권이 삼성이라는 이름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에 안주할수록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은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서보익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증권은 삼성그룹의 변혁에도 불구하고 ‘삼성’이라는 이름의 가치 외에 성장구도를 이끌어낼 전략적 강점이 점차 약화하고 있다”며 “삼성증권은 ‘삼성’이라는 이름의 가치에 걸맞은 변화를 보여줘야 한다는 시장의 요구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