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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왼쪽)과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과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이 글로벌 화장품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화장품 브랜드를 키워낼 수 있을까?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국내에서 벗어나 중국과 아시아권에서 브랜드 입지를 다지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아시아권을 벗어나면 브랜드 파워는 여전히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와 비교해 약하다.
◆ 중국에서 브랜드 파워 얼마나 성장했나
서 회장과 차 부회장은 중국에서 세계적 화장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는데 성공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중국에서 ‘설화수’와 ‘헤라’를 앞세워 고급 브랜드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또 신규 브랜드 ‘아이오페’와 ‘려’도 중국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LG생활건강도 국내에서 아모레퍼시픽의 후발주자이지만 고급 화장품 브랜드 '후'를 통해 이를 만회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후’의 경우 중국에서 한방화장품이라는 경쟁력뿐 아니라 ‘왕후의 궁중문화’라는 감성까지 더했다.
두 회사는 메르스의 여파에도 불구하고 중국에서 고성장에 힘입어 시장 예상치를 넘는 실적을 냈다.
LG생활건강은 3분기 매출 1조3868억 원, 영업이익 1902억 원을 거뒀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12.7%, 영업이익은 29.9% 증가했다.
아모레퍼시픽도 3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1조1411억 원, 영업이익 1634억 원을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14.5%, 영업이익은 10.7% 늘어났다.
아모레퍼시픽은 중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 공략에 가장 적합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다.
나은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아모레퍼시픽은 글로벌 브랜드 화장품업체 가운데 가장 높은 성장성을 갖추고 있으며 중국 현지사업에서 경쟁우위가 지속되고 있다”며 “4분기 국내 면세점 매출이 회복되고 해외에서 브랜드 매장을 출점한 효과를 볼 것”이라고 내다봤다.
LG생활건강도 중국에서 사업확대를 통해 성장 가능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LG생활건강 전체매출에서 화장품사업의 매출 기여도는 41%인데 이 가운데 33%가 중국과 관련된 매출이다.
한국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LG생활건강의 미국지역 투자자 대상 로드쇼에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대부분 중국시장에 집중됐다”며 “LG생활건강은 단기적으로 면세점 채널의 성장여력이 충분하고 장기적으로 중국 현지에서 고가 브랜드 성장에 대한 긍정적 관심을 확인했다”고 분석했다.
중국 화장품시장은 30조 원에 이르는 데다 연평균 20~30%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화장품시장은 미국 다음으로 큰 곳으로 중국에서 화장품 사용인구는 2015년 기준으로 2억 명이 넘어 1년 만에 1.5배 증가했다. 2020년 3억5천만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경우 1인당 화장품 소비지출 규모가 21달러로 아직 세계 평균의 3분의 1 수준에 머물러 화장품시장이 계속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1인당 화장품 소비액이 173달러, 일본은 374달러에 이른다.
◆ 중국에서 브랜드 파워 강화에 더욱 속도
서경배 회장과 차석용 부회장은 최근 중국 현지에서 화장품사업을 확대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이나 LG생활건강은 중국에서 오프라인 매장을 내며 직접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들을 상대로 면세점과 국내 유통채널에서 거둬들이는 매출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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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모레퍼시픽 브랜드 '헤라(HERA)' 광고. |
서 회장은 아모레퍼시픽의 연구개발(R&D)을 강화해 ‘중국인 특화제품’ 만들어 브랜드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가령 겨울철 기온이 영하 40도까지 떨어지는 중국 동북지역을 위한 기초화장품, 황사와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에 민감한 중국고객들을 위한 클렌징 제품 등을 내놓는 식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아시아 뷰티 연구소’를 개설해 인삼, 콩, 녹차 등에 대한 연구를 강화하고 있다. 아시아지역 소비자를 심화연구해 특화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다.
김미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아모레퍼시픽은 중국에서 화장품 톱 15위 가운데 가장 성장률이 높다”며 “아모레퍼시픽은 앞으로 중국에서 2위와 3위인 시세이도와 메리케이를 제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차 부회장은 중화권 화장품시장에서 LG생활건강의 ‘고급화’와 ‘VIP 마케팅’ 전략을 중점적으로 펼치고 있다.
LG생활건강은 2006년 고급 화장품 브랜드 ‘후’를 중국에 론칭한 뒤 베이징과 상하이 등 대도시의 백화점에 110여 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은 한방화장품 효능과 함께 세련된 디자인을 앞세우는 등 고급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고 있다. 중화권에 중산층이 늘어나면서 고급 화장품 브랜드를 선호하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LG생활건강은 중국에서 상위 5% 고객을 위한 ‘VIP 초청 뷰티클래스’를 여는 등 VIP마케팅도 확대하고 있다.
◆ 아시아를 뛰어넘을 수 있나
그러나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 중국 등 중화권에서 계속 승승장구할 것이라고 장담하기는 힘들다.
중국 현지의 화장품회사들은 한국의 화장품기술을 배워 빠르게 비슷한 제품을 만들어 내며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을 추격하고 있다.
또 샤넬, 디올, 에스티로더 등 글로벌 화장품회사들도 중국을 중심으로 대규모 투자를 통해 K-뷰티를 견제하며 시장 지키기에 나서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이나 LG생활건강이 중화권에서 잘 나가고 있지만 여전히 색조화장품보다 기초화장품에 집중하고 있다. 색조화장품에서 존재감은 여전히 미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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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생활건강 브랜드 '후' 광고. |
이 때문에 서 회장이나 차 부회장은 중국에서 커지고 있는 화장품 브랜드 파워를 중국을 넘어 전 세계로 확장해야 한다.
중국에서 지속가능 성장을 할 수 있는 길은 결국 화장품 브랜드를 아시아를 넘어 세계에서 명품 브랜드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이다.
서 회장은 중국을 포함한 미국과 프랑스를 3대 축으로 아모레퍼시픽의 해외사업 역량을 확대하고 있다. 중남미지역 진출을 위해 시장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아모레퍼시픽은 글로벌 시장에서 아직 신생기업이라 도전가능한 해외시장이 많다”며 “지속적 연구개발을 통해 자체특허를 확보해 글로벌 브랜드로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6월 한국 화장품 브랜드로 처음으로 미국 뉴욕의 고급백화점 블루밍데일 본점에 매장을 열었다. 화장품 편집숍인 ‘세포라’ 매장 200여 곳에도 화장품을 납품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글로벌 화장품기업에 걸맞는 생산라인을 갖추는 데도 힘쓰고 있다.
양지혜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아모레퍼시픽의 중국 신공장은 현재 1조 원 규모 생산량을 갖추고 있으며 2020년 2조8천억 원까지 생산이 가능할 것”이라며 “올해 베이징과 내년 광저우에 물류센터가 설립되면 중국 전역에 3일 배송체계를 갖추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차 부회장은 중국을 비롯해 동남아에서 우선 LG생활건강의 화장품 브랜드 입지를 다지는 데 주력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은 베트남에서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를 제치고 고급화장품 매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대만에서 젊은층을 중심으로 ‘빌리프’ 매장을 선보이고 미얀마와 몽골지역에서도 기초 보습화장품으로 인기를 얻어가고 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K-뷰티에 관심을 보이는 수준에서 벗어나 한국 화장품을 써보고 품질에 만족한 소비자들이 입소문을 퍼뜨리고 있다”며 “LG생활건강의 제품을 처음 써본 고객들의 재구매율이 높아지고 있어 한류와 무관하게 제품 경쟁력을 높이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K-뷰티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힘을 합치기도 한다.
두 회사는 얼마 전 3년에 걸친 특허분쟁에 마침표를 찍었다. 지난 9월 초 중국 항저우와 난징에서 이례적으로 ‘공동 뷰티쇼’를 열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런 협력은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 지금이야말로 세계시장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며 더 이상 소모전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계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