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9월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대한민국의 미래와 야권의 혁신과제’를 주제로 열린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에서 강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지금껏 내걸었던 야권 혁신경쟁의 첫 행보를 내디뎠다.
국민의당은 국민의힘과 비교해 의석 수가 절대적으로 적어 야권 통합의 주도권을 쥐기 어렵기 때문에 혁신을 앞세워 야권 통합의 명분을 쌓아가고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안 대표는 국민의당 공유정당 플랫폼 ‘철가방’ 구축을 시작으로 혁신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철가방은 국민의당이 국민과 소통을 확대하기 위해 인공지능 등 디지털기술을 접목해 만든 플랫폼이다.
안 대표는 철가방에 배달앱 개념을 도입해 누구나 쉽게 정책에 접근하고 피드백이 이뤄질 수 있도록 발전시킬 계획을 세웠다. 10월 말경 웹페이지 형태로 공개한 뒤 보완을 거쳐 앱(애플리케이션)으로 만든다는 목표도 정했다.
공유정당 플랫폼은 안 대표가 누누이 얘기했던 야권 혁신경쟁을 위한 구체적 결과물로 볼 수 있다.
안 대표는 국민의당과 국민의힘이 단순히 통합하는 것만으로는 야권을 향한 국민들의 비호감도를 극복하고 여권에 맞설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기 때문에 통합에 앞서 혁신경쟁을 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공유정당 플랫폼을 시작으로 여러 방면에서 안 대표의 혁신행보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의사 출신인 안 대표가 보건·방역이나 의료시스템 분야의 혁신경쟁 과제를 제시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안 대표가 혁신경쟁을 강조하는 까닭은 향후 야권 통합에서 국민의당의 의석 수 열세를 극복하고 최대한 많은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서라고 보기도 한다.
21대 총선의 결과로 야권의 세력이 크게 축소됐기 때문에 내년 재보궐선거와 그 다음 해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국민의당과 국민의힘이 손을 잡아야 한다는 데는 큰 이견이 없다. 야권이 나뉜 상태로 거대 여당에 맞서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기 때문이다.
안 대표는 당대당 합당 방식의 야권 통합을 원하고 있지만 야권 통합이 안 대표의 바람대로 진행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국민의당의 의석 수가 3석뿐인 탓에 103석을 지닌 국민의힘에 국민의당이 흡수되는 형태로 통합이 진행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게다가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안 대표와 연대설이 나올 때마다 ‘굳이 합칠 필요 없다’며 고자세를 취하고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안 대표와 손잡는 데는 긍정적 태도를 보이면서도 당대당 통합에는 선을 긋고 있다.
주 원내대표는 4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민의당과 국민의힘은 3 대 103인데 합당은 모양새가 그렇지 않나”라며 “안 대표가 대통령선거에 뜻이 있다면 국민의힘에 빨리 입당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안 대표로서도 야권 통합에 앞서 혁신의 성과를 보이고 국민의당의 가치를 높여 향후 야권 통합이 본격화할 때 최대한 많은 지분을 확보해야 할 이유가 있는 셈이다.
혁신성과가 안 대표의 대선주자 선호도나 국민의당 지지율의 상승으로 이어진다면 국민의힘도 안 대표의 가치를 지금보다 더 높게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안 대표는 국민의힘과 혁신을 주제로 경쟁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연대의 접점도 키우고 있다.
국민의당은 37대 정책과제를 내놓으며 국민의힘과 정책연대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6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37대 정책과제 대부분은 국민의힘과 뜻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37대 정책과제의 세부내용을 봐도 기본소득, 규제 개혁, 급진적 탈원전정책 재검토 등 국민의힘이 추진하는 정책과 유사한 측면이 많다.
국민의힘 일부 의원도 안 대표와 국민의당의 움직임에 호응하는 분위기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7일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당이 제안한 37대 정책과제에는 공동체를 향한 따뜻함과 개혁을 향한 단호함이 있다”고 호평했다.
장 의원은 “국가 개혁과제들을 구체적 정책으로 녹여내 하나하나 관철시킨다면 작은 다름을 극복하고 결국 함께 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