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골목상권 보호를 위한 대형마트의 영업시간 규제가 적법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번 판결은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을 놓고 대법원이 처음 내놓은 판결이다.
◆ 대법원, 대형마트보다 소상공인의 손 들어줘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9일 이마트와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6개 업체가 서울 동대문구청과 성동구청을 상대로 낸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일 지정 처분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가 승소를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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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승태 대법원장이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대형 유통업체가 서울 동대문구청과 성동구청을 상대로 낸 영업시간제한 등 처분취소 청구소송’에 대한 상고심 선고를 위해 판결문을 검토하고 있다. <뉴시스> |
재판부는 “대형마트에 대한 영업규제 처분으로 달성될 수 있는 공익은 중대하고 보호돼야 한다”며 “반면 대형마트 측 영업의 자유나 소비자의 선택권 등 본질적 내용은 침해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앞서 대형마트들은 2012년 유통산업발전법이 개정돼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영업이 제한되는 처분을 받자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동대문구청과 성동구청을 비롯한 지자체들은 ‘오전 0∼8시까지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매월 둘째 넷째주 일요일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할 수 있다’는 내용의 조례를 공포하고 대형마트의 영업을 제한해왔다.
그러자 이마트, 롯데쇼핑, 에브리데이리테일, GS리테일, 홈플러스, 홈플러스테스코 등 6개 유통사는 구청장들의 처분이 재량을 넘어선 과도한 규제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대형마트는 1심 재판에서 패소했는데 이런 규제가 소상공인의 매출 증대로 이어져 공익 달성에 효과적이라는 게 이유였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한다며 대형마트의 손을 들어줬다.
하급심 판단이 엇갈리자 대법원은 9일 공개변론을 열어 양측의 의견을 청취하고 여론을 수렴하는 등 후속 절차를 진행했다.
◆ 대형마트 소상공인 희비 엇갈려
대형마트업체들은 "대법원의 판결에 대해 아쉬움이 있고 부작용이 예상되지만 존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홈플러스는 이날 입장자료를 통해 “영업규제가 실효성은 미미한 데다 소비자는 물론 납품업체와 생산자, 농민 등 여러 이해 관계자에게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며 “대법원의 판결을 존중하며 규제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중소 유통업체와 상생협력을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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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형마트와 SSM(기업형 슈퍼마켓)이 영업시간 규제와 의무휴업을 재개한 2013년2월24일 서울 서초구 이마트 양재점에 휴무를 알리는 안내문이 설치돼 있다. |
이마트와 롯데마트 측도 “의무휴업의 효과가 미미하지만 대법원의 판결을 존중하겠다”며 “주어진 환경에서 지역 상생활동을 강화하는 방법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체인스토어협회 관계자는 "법이 시행된 뒤 3년이 지나면서 대형마트 영업규제가 실효성이 없다는 지표가 나왔다"며 "이번 판결로 대형마트 영업규제는 지속되고 주말 매출 손실도 불가피하게 됐다"고 말했다.
대법원의 판결로 대형마트와 지자체의 소송전이 마무리되면서 대형마트 심야영업 규제 등도 현행대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소상공인연합회는 논평을 내 “대기업의 영업 자유보다 골목상권 소상공인들을 보호가 우선시되어야 한다는 판단을 적극 지지한다”며 “소상공인들이 고객을 끌어올 수 있도록 서비스 질 향상과 저렴한 물품 공급에 애쓰겠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중앙회도 “소상공인들이 대형마트 의무휴업제도 유지를 통해 조금이나마 희망을 품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게 된 것에 대해 환영한다”며 “골목상권과 전통시장을 보호하기 위한 의무휴업제도의 취지가 퇴색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정책적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계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