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증권가에서는 SK텔레콤이 앱마켓을 운영하는 자회사 ‘원스토어’ 기업공개를 기점으로 중간지주사 전환작업을 구체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SK텔레콤이 미디어, 보안, 커머스 등 분야의 비통신사업을 순조롭게 키워가고 있는 데다 이들 자회사의 기업가치를 외부적으로도 현실화하는 단계에 들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박 사장에게 비통신 자회사들의 상장 추진은 중간지주사 전환으로 지배구조를 개편하기 위해 선행해야 할 과정이다.
기업분할을 하려면 각 사업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SK텔레콤이 SK하이닉스 지분 10%를 추가로 매입하는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비통신사업 자회사의 기업공개는 이런 문제를 푸는 열쇠 역할을 할 수 있다.
SK텔레콤은 기업공개(IPO) 선두에 선 ‘원스토어’를 비롯해 ADT캡스, SK브로드밴드, 11번가 등의 상장을 가시화하면서 ‘종합’ ICT기업으로 토대를 단단히 다지고 있다.
통신기업에서 나아가 정보통신기술(ICT)분야의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춘 지주회사로 체제를 전환할 필요성과 조건을 모두 갖춰가고 있는 셈이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은 대기업이 중간지주사체제를 추진하는 이유를 두고 기업의 규모가 커지고 다양한 분야의 사업에 진출하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지주사가 필요해지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박 사장도 ‘이동통신기업’이라는 틀을 벗어나 종합 정보통신기술기업으로 성장에 힘을 싣기 위해 중간지주사 전환을 추진해왔다.
SK텔레콤은 이미 비통신사업부문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체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다.
SK텔레콤은 2014년 이동전화 수익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5% 수준이었는데 2019년에는 54%로 줄었다. 대신 같은 기간 미디어, 보안, 커머스 등 부문의 자회사 매출 비중은 10%에서 18%로 늘어났다.
최근 들어서는 비통신부문의 실적 기여도와 사업 성장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올해 2분기 기준으로는 SK텔레콤 미디어, 보안, 커머스의 합산 매출액이 2019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13.4% 증가했다. 연결기준 영업이익에서 자회사들의 이익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9년 2분기 15% 수준에서 올해 2분기 약 25%로 크게 뛰었다.
비통신 자회사들의 상장으로 SK텔레콤이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중간지주사 전환을 실제 추진할 수 있는 동력을 마련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하나금융투자는 원스토어의 기업가치를 1조 원, ADT캡스 2조 원, 11번가 3조 원, SK브로드밴드는 5조 원 규모로 바라봤다.
박 사장은 2017년 SK텔레콤 대표를 맡으면서부터 중간지주사 전환 추진에 강한 의지를 보여왔다.
박 사장은 2018년 3월 “현재 가장 고민하고 있는 것은 SK텔레콤이 이동통신사업 위주로만 평가받는 것”이라며 지배구조 개편을 향한 의지를 내보였고 2020년 주주총회에서도 “최적의 구조를 만들어 필요한 부분을 개편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과 5G통신 상용화 등으로 4차산업혁명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박 사장은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완벽한’ 때를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정보통신기술산업분야에서 새로운 서비스와 시장이 개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 사장도 빠르게 중간지주사체제로 전환해 통신 외 사업부문들을 더욱 본격적으로 키우고 사업영역을 더욱 넓혀가야 하는 시점에 서 있는 것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중간지주사 전환과 관련해 말을 아끼면서도 “정보통신기술산업을 둘러싼 경영환경 자체가 통신 중심의 ICT가 아닌 다양한 형태의 ICT 서비스, 사업모델이 나오고 있다”며 “SK텔레콤도 이에 발맞춰 자체적으로, 또 자회사를 통해서 여러 가지 ICT 서비스와 신사업을 계속해서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SK텔레콤 중간지주사 전환은 SK텔레콤이 통신사업회사와 지주회사로 분할한 뒤 지주회사가 SK브로드밴드, SK하이닉스 등 SK그룹의 ICT계열사들을 아우르는 ICT지주사가 된다는 구상이다.
SK텔레콤이 인적분할한 뒤 탄생할 지주회사를 현재 지주사인 SK와 합병하는 방안도 유력하게 거론돼왔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