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사손해보험 매각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유력한 인수후보로 신한금융과 교보생명 등이 떠오르고 있다.
신한금융이 악사손해보험을 인수하면 비은행 포트폴리오 가운데 비어있던 손해보험부문을 채울 수 있다.
▲ 질 프로마조 악사손해보험 대표이사 사장.
교보생명은 디지털 손해보험사 사업을 놓고 자회사인 온라인 생명보험사 교보라이프플래닛과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7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프랑스 최대 보험사인 악사그룹은 악사손해보험 매각주관사로 삼정KPMG를 선정하고 18일 예비입찰에 나선다.
예비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거론되는 금융사 가운데 신한금융이 유력한 인수후보로 꼽힌다.
최근 KB금융이 푸르덴셜생명 인수에 성공하면서 생명보험 포트폴리오를 강화한 만큼 신한금융으로서도 손해보험사 인수가 절실하다는 것이다.
신한금융은 최근 오렌지라이프를 인수해 생명보험 부문을 강화했지만 손해보험사는 보유하지 않고 있다.
악사손해보험의 매각가격은 2천 억 원 수준으로 전망된다. 오렌지라이프 인수를 위해 2조 원이 넘는 금액을 투입한 것과 비교해 부담이 덜하다.
진입장벽이 높은 보험시장에서 손해보험사를 새로 설립하는 것보다 악사손해보험을 인수하는 것이 유리한 점도 있다.
신한금융이 악사손해보험을 인수하면 더케이손해보험(현 하나손해보험)을 인수한 하나금융과 마찬가지로 디지털 손해보험사 전환을 추진할 수도 있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취임한 2017년부터 신한금융이 진정한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손해보험사를 갖춰야 한다는 얘기가 꾸준히 나오기도 했다.
신한금융의 대항마로 교보생명이 꼽힌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신년사나 창립기념사 등에서 강조한 ‘디지털 전환’을 위해 악사손해보험을 인수하고 자회사인 교보라이프플래닛과 디지털 손해보험사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교보생명은 2001년부터 온라인 자동차보험 자회사인 교보자동차보험을 운영하다 2007년 악사그룹에 지분을 매각했다. 악사손해보험을 인수하면 13년 만에 다시 되사는 셈이다.
신한금융과 교보생명 이외에 우리금융과 카카오페이도 인수후보로 거론된다.
우리금융은 신한금융과 마찬가지로 자회사 가운데 손해보험사가 없다. 다만 당장 지주사 내 계열사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증권사와 캐피털사가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데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페이는 삼성화재와 디지털 손해보험사 합작설립이 무산된 이후 단독 디지털손해보험사 설립을 위한 예비인가 신청에 신중한 행보를 보이면서 악사손해보험 인수후보로 꼽힌다.
다만 악사손해보험의 성장성과 수익성이 좋지 않다는 점은 인수전 흥행에 걸림돌로 꼽힌다.
악사손해보험의 주력 상품은 자동차보험이다. 2019년 말 원수보험료 기준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자동차보험의 비중은 약 90%에 이른다.
자동자보험 시장이 포화됐다는 점에서 성장할 여지가 크지 않고 손해율이 악화하면서 지난해에는 개별기준 순손실 369억 원을 내기도 했다.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6억 원으로 집계됐다.
국내 손해보험사 가운데 자동차보험사업을 하고 있는 손해보험사는 모두 12곳인데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등 대형 손해보험사들이 점유율 80% 넘게 차지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인수합병(M&A) 시장은 워낙 변수가 많다보니 악사손해보험 매각을 놓고 결과를 예측하기 힘들다”며 “최근 JT저축은행 매각과 관련해 유력한 인수후보로 꼽히던 JB금융이나 한국캐피탈 등이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점을 보더라도 끝까지 가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