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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검은 사제들'에서 강동원만 보인다고?

김수정 기자 hallow21@businesspost.co.kr 2015-11-13 18:2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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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검은 사제들'에서 강동원만 보인다고?  
▲ 영화 '검은 사제들' 스틸 이미지.

‘아름다운 피사체.’

영화 ‘검은 사제들’을 본 관객들이 신부복을 입은 배우 강동원에 대해 내놓는 찬사 가운데 하나다.

장편영화로는 신인이나 다름없는 장재현 감독의 검은 사제들이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11월5일 개봉해 12일까지 예매율 1위를 지키고 있다. 12일 기준 누적 관객 수가 240만 명을 넘어섰다.

영화가 흥행하면 영화 외적인 요소들도 새삼 주목받게 마련이다. 관객들의 반응 가운데 강동원의 ‘미모’에 관한 얘깃거리는 찬양에 가까울 정도다. 심지어 강동원이 입고 나왔다는 이유로 사제복 패션까지 떠오를 판이다.

하지만 한 편의 영화가 관객들의 사랑을 받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배우의 티켓파워만으로 영화 흥행을 설명하기엔 부족하다. 관객은 그리 만만한 대상이 아니다.

검은 사제들이 비수기 극장가임에도 선전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최근 한국영화에서 볼 수 없는 신선한 소재를 영화화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줄거리는 퍽이나 간단하다.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한 한 소녀의 몸에 악령이 깃들고 두 명의 사제(김윤석, 강동원)가 소녀를 구하기 위해 구마의식을 벌이는 이야기다.

이야기는 간단하지만 상영시간 108분 동안 긴장감은 여느 스릴러에 못지않다. 생경한 소재와 전개를 펼쳐 보이는 감독의 만듦새가 상당히 뛰어나다는 얘기다.

종교영화가 아니고는 한국영화에 웬만해서 등장하지 않는 카톨릭 사제들의 일상, 소녀의 몸에 깃든 악령을 축출하기 위해 벌이는 비밀의식 같은 장면, 악령과 사투과정에서 드러나는 사제들의 고통스런 과거와 인간적 공포 등이 설득력 있게 그려지며 흡인력을 발휘한다.

검은 사제들은 한국영화에 드문 오컬트 무비로 평가받는다.

  영화 '검은 사제들'에서 강동원만 보인다고?  
▲ 장재현 감독.
오컬트(occult)는 사전적 의미에서 ‘숨은, 신비스러운, 불가해한, 초자연적인, 마술적인’이라는 뜻이다. 초자연적인 악령에 지배당하는 인간과 맞서 싸우는 종교적인 투쟁을 그리는 것이다.

영화사에서는 1970년대 ‘엑소시스트’나 ‘오멘’ 등이 오컬트 무비의 원조로 꼽히기도 한다. 국내에서도 무당이나 영매, 퇴마사 등이 등장하는 영화가 시도되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공포영화와 큰 차이를 발견하기 어려웠다.

가장 최근에 나온 영화 가운데 ‘퇴마록’이 그나마 오컬트로 분류되기도 하는데 관객들에 외면당하고 말았다. 믿기 어려운 이야기를 소재로 설득력을 발휘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컴퓨터그래픽(CG) 등 기술적인 요소 뿐 아니라 눈에 보이는 현실과 또 다른 차원을 수용할 수 있는 문화적 토대도 받쳐줘야 하는 것이다. 귀신 이야기가 그럴싸하려면 사람이 많은 환한 대낮에 하는 것보다 으슥한 밤, 인적이 드문 곳 같은 데서 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 점에서 검은 사제들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인 구마의식이 명동의 한복판에서 행해진다는 설정은 자못 흥미롭다. 물론 보름달이 차오르는 밤이긴 하지만 명동의 밤거리는 조명들이 환하게 켜있고 행인들이 오가는 곳이다.

하지만 번화한 명동골목 안쪽 허름한 건물 꼭대기에서 악령을 쫓는 의식이 행해진다는 것은 쉽게 상상하기 어렵다. 

프랑스 철학자 푸코는 이성이 비이성을 몰아냄으로써 중세에서 근대로 전환이 이뤄졌다고 파악했다. 이성이 지배하는, 혹은 이성이 지배한다고 믿는 현대사회에서 비이성은 과연 사라진 것일까?
 
영화에서 비이성은 주인공 김 신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카톨릭 사제들에게조차 부인된다. ‘공식적으로’만 그렇다. 이성과 비이성의 공존, 그리고 그 경계의 넘나듦을 2015년 현실로 영화 속에서 소환해냈다는 점만으로 검은 사제들은 충분히 주목할 만한 영화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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