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김선영 헬릭스미스 대표가 엔젠시스의 적응증을 당뇨병성 신경병증 외에 루게릭병, 샤르코마리투스병 등 희귀질환으로 넓히기 위한 임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엔젠시스는 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제로 개발되고 있는 약물로 잘 알려져 있다. 헬릭스미스는 현재 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제 엔젠시스의 미국 임상3-2상을 진행하고 있다.
당뇨병성 신경병증은 당뇨병 환자들이 가장 흔하게 겪는 합병증이다.
김 대표는 최근 엔젠시스의 활용도를 높이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김 대표는 2019년 10월 엔젠시스의 당뇨병성 신경병증 임상3-1상에서 결과 도출에 실패했다고 밝히며 “엔젠시스를 루게릭병과 샤르코마리투스병과 같은 희귀질환 치료제로도 개발하겠다”고 말했는데 이를 위한 임상을 적극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김 대표는 최근 루게릭병을 적응증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엔젠시스의 임상2상을 신청했고 올해 4월에는 샤르코마리투스병 1A형의 임상1/2a상 시험계획을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승인받았다. 또 허혈성 지체질환 치료제로 미국에서 임상2상이 진행되고 있다.
각각 질환의 발병 원인은 대부분 미세혈관과 신경세포가 죽거나 말초동맥이 폐색되면서 운동신경이 파괴되는 것이다.
김 대표는 엔젠시스가 혈관폐색 또는 협착된 혈관의 기능을 대신할 수 있는 측부혈관의 형성을 촉진시켜 질환을 치료하는 효과가 있다고 내세운다. 따라서 이와 관련한 다양한 질환을 치료하는데 활용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김 대표는 한 가지 물질로 다양한 임상을 진행해 신약의 가치를 더 높일 수 있고 당뇨병성 신경병증 임상이 성공하지 못했을 때도 대비할 수 있다.
또 루게릭병 등 희귀질환 치료제는 의약품 단가가 높아 향후 약값 결정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고 임상 진행에서도 더 빠른 절차를 밟을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헬릭스미스의 임상 성공 가능성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늘고 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올해 3월부터 헬릭스미스의 지분을 처분하기 시작해 지분율을 5.08%에서 1.98%로 줄였다. 블랙록은 모두 479억 원어치의 헬릭스미스 지분을 매각했는데 매입할 때보다 60% 이상 떨어진 가격에 매각한 것으로 파악된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가 투자를 축소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헬릭스미스의 임상 성공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될 수도 있다. 블랙록은 국내 바이오기업 에이치엘비 지분도 5.07% 보유하고 있다.
올해 6월에는 외국계 증권사 골드만삭스가 2019년 10월에 이어 헬릭스미스를 매도하라는 보고서를 내놓아 투자자들이 불안해하기도 했다. 골드만삭스는 보고서를 통해 헬릭스미스의 임상 관리능력을 지적했다.
헬릭스미스가 향후 임상을 위한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헬릭스미스 주가는 1년 사이 3분의1 토막이 났는데 이는 향후 자금 확보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헬릭스미스는 올해 3월 주가 하락으로 자금유치가 어려운 상황에서 기존 전환사채(CB) 투자자가 조기상환을 청구하자 재원 마련을 위해 800억 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다시 발행했다.
바이오업계의 한 관계자는 “헬릭스미스가 최근 천연물사업부 등 잇따라 과제별로 독립회사를 세우고 있는데 이런 방법이 자금조달에 용이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며 “비상장사가 상장사보다 투자유치가 더 자유롭고 쉬워 기관투자가들이 자회사 설립을 요청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