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채권 관리회사에서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로 역할이 확대된 유암코(연합자산관리)가 11월 중 첫 구조조정 대상기업을 선정한다.
첫 구조조정 대상은 ‘자율협약기업’ 중에서 나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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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성규 유암코 사장. |
유암코 관계자는 11일 “채권은행들과 자율협약을 맺고 있는 기업 가운데 첫 구조조정 대상 기업을 물색하고 있다”며 “11월 중 기업을 선정해 은행들과 접촉하고 내년 상반기까지 구조조정 사모펀드(PEF)를 설립해 관련 인력을 충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자율협약을 진행 중인 곳은 STX중공업, STX엔진, STX조선, 성동조선해양, SPP조선, 대선조선 등 주로 중공업과 조선 관련 기업들이다.
자율협약은 유동성 지원이 필요한 기업과 은행이 자율적으로 협약을 맺어 구조조정을 실시하는 것을 말한다.
자율협약에 은행 외에 제2금융권이 참여하지 않는데 은행의 지원금이 제2금융권의 채무를 갚는 데 쓰일 수 있다. 또 법적 구속력이 없어 구조조정이 쉽지 않다는 것도 단점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유암코가 자율협약 기업의 채권을 사올 경우 은행과 서로 윈-윈하기 용이하다.
한 시중은행의 여신 담당자는 “자율협약은 제2금융이나 상거래 채권자가 많을 경우 은행이 감당해야 할 부담이 크고 법적 구속력이 없어 신속한 구조조정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은행 입장에서 자율협약 기업의 채권을 정리하고 싶은 생각이 많고 유암코 역시 자율협약 기업의 재무상태가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기업보다 낫기 때문에 서로 윈-윈하는 게임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은행이 신규자금을 지원할 경우 은행들은 지원할 때마다 절반에 가까운 금액을 충당금으로 쌓아야 하는데 이는 은행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유암코 관계자는 “유암코가 기업을 사올 경우 그런 부담이 없기 때문에 기업을 살리는 방향으로 신속한 구조조정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종선 유암코 구조조정본부장은 최근 구조조정의 방향에 대해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을 보고 있다”며 “서비스업종보다 고용을 유지할 수 있는 제조업이 구조조정에 적합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유암코가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 낼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 시각도 존재한다.
유암코가 시중은행 지분이 들어간 민간기업이긴 하지만 기존 부실채권 관리회사에서 구조조정 전문회사로 탈바꿈하는 과정에서 정부의 입김이 적지 않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유암코 내부에서 금융위원장이 바뀌면 유암코의 기능이 확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