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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 |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 법정관리에서 벗어나자마자 화장품사업에 뛰어들었다. 세 번째로 화장품사업에 도전하는 것이다. 업계는 윤 회장이 본인의 특기인 방문판매로 승부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웅진그룹은 최근 미국 화장품 브랜드 ‘더말로지카(Dermalogica)’의 국내 독점 판매권을 인수했다. 또 더말로지카를 운영하기 위한 법인 ‘웅진투투럽’도 설립했다.
윤석금 회장의 화장품사업은 이번이 세 번째다. 그는 1988년 코리아나화장품을 창업해 10년 만에 업계 2위로 만들었다. 코리아나화장품은 웅진그룹에서 매출 2위인 알짜계열사였다. 하지만 IMF 때 웅진그룹이 어려워지자 코리아나화장품을 팔아 회사를 살렸다.
코리아나를 팔 때 윤석금 회장은 향후 10년 동안 화장품사업을 하지 않는다는 조건에 동의했다. 그리고 약속한 10년이 지나자마자 다시 화장품사업을 시작했다. 탤런트 고현정을 내세운 ‘리앤케이’다. 당시 웅진이 다시 화장품사업을 한다고 발표했을 때 윤 회장의 '한풀이'라는 평이 많았다.
그러나 윤 회장은 10년만에 다시 펼친 화장품사업을 3년도 안돼 떠나보내야 했다. 또 회사가 어려워져 법정관리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결국 윤 회장은 지난해 1월 그룹 핵심 계열사 웅진코웨이를 팔았다. 이 과정에서 웅진코웨이 사업부에 속해 있던 리앤케이도 떠나보냈다.
그 후 1년4개월이 흘렀고 윤 회장은 다시 화장품사업에 뛰어들었다. 업계 관계자는 “윤석금 회장은 화장품사업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며 “업계 사람들이라면 다 아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윤 회장의 못 다한 한풀이가 다시 시작되는 셈이다.
웅진씽크빅은 이미 지난해 3월 주주총회에서 사업목적에 화장품사업을 추가했다. 그러나 지난 1년은 신사업 추진보다 법정관리 졸업이 우선이었다. 그러다 올해 2월 법정관리를 조기졸업하자 화장품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윤 회장은 법정관리 졸업 후 “방판사업은 내가 잘 안다”고 말해 화장품사업과 방판사업의 결합을 통해 재기에 의욕을 보였다.
윤 회장의 화장품사업 재개에 대해 비관적 전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방판이 큰 역할을 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며 “화장품 방판고객이 홈쇼핑이나 인터넷쇼핑몰로 이동했기 때문에 방판 노하우가 성공으로 이어진다고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또 다른 관계자는 “화장품 방판시장이 예전만큼 재미를 볼 수 있는 시장은 아니지만, 윤석금 회장은 그 분야에 워낙 경험도 많고 이전에도 화장품사업을 성공시킨 전례가 있어 판세를 뒤집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웅진그룹도 시장의 이런 우려와 기대를 의삭한듯 화장품사업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웅진그룹은 “화장품과 건강식품 방문판매사업을 꾸준히 검토해 왔다”며 “소규모 투자로 시장성을 먼저 검증하는 방식으로 진입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윤 회장이 이번에 화장품사업을 시작하면서 새 브랜드를 만들지 않고 기존 브랜드의 한국 판매권만 인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윤석금 회장이 판매하게 될 더말로지카는 국내에 제법 입소문이 난 브랜드다. 화장품 커뮤니티에 더말로지카를 쓰고 여드름 피부가 좋아졌다는 글이 많이 올라온다. 인터넷쇼핑몰에서 상품을 직접 구매한 사람들이 매긴 별점 평균도 4.5 ~ 5점이다. 현재 인터넷쇼핑몰에서 파는 더말로지카 제품 대부분은 개인 판매자가 미국 소매점에서 직접 사서 한국에 들여온다.
더말로지카가 1986년에 설립된 만큼 역사가 길다는 점, 전 세계 80개국에 진출한 글로벌 브랜드라는 점, 그런데도 국내에 10개의 대리점 밖에 없고 제품 대부분을 피부관리실에 납품한다는 점이 윤석금 회장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침체됐던 태양광 장이 다시 살아날 조짐을 보이면서 웅진의 태양광사업 전망도 밝아지고 있는 점이 윤 회장에게 긍정적이다. 웅진홀딩스는 1분기 연결기준으로 영업이익 35억3천만 원으로 전년 같은기간 대비 흑자로 전환했다. 매출도 1137억1800만 원으로 전년 같은기간에 비해 15.29% 증가했다. 이는 태양광 발전 재료인 단결정시장 세계 1위인 웅진에너지의 수익성이 개선됐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