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된 기업이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최대치로 늘었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과 중국 경제둔화 등 대외환경이 좋지 않아 신용등급 하향 추세가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
|
|
▲ 한국기업평가는 6일 국내 주요 조선업체들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뉴시스> |
8일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올해 1∼10월 신용등급이 강등된 기업은 45개 회사(부도 1개 회사 포함)로 조사됐다.
이는 1998년 외환위기(61개 회사) 이후 가장 많은 규모다.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을 때도 신용등급이 강등된 기업은 각각 33개, 34개 수준에 그쳤다.
다른 신용평가사인 나이스신용평가는 올해 들어 10월까지 56개 기업의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했고 한국기업평가는 1∼9월 42개(부도 2개 회사 포함) 기업의 등급을 강등했다.
지난해까지먼 해도 장기간 업황부진을 겪어온 조선과 해운, 건설 등 업종의 신용등급 하락이 두드러졌지만 올해는 모든 업종에서 전방위적으로 신용등급 하락이 나타났다.
대기업의 신용등급도 떨어졌다. 수출부진이 장기화되고 기업의 구조조정도 본격화됐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의 경우 삼성엔지니어링과 삼성중공업, 삼성정밀화학의 신용등급이 하향조정됐다.
두산그룹에선 두산건설과 두산인프라코어 두산중공업 두산엔진 등이, 포스코그룹에서는 포스코플랜텍 포스코건설 포스코엔지니어링 등이 신용등급을 강등당했다.
SK에너지와 SK인천석유화학, GS칼텍스, GS에너지 등 석유화학회사와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항공업체의 등급도 하향됐다.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기업들은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대기업들의 실적 부진과 신용등급 강등, 정부의 기업 구조조정 움직임 등이 맞물리면서 회사채 발행 여건이 급속히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9월부터 11월6일까지 회사채는 6912억 원 순상환됐다. 이는 회사채 신규·차환 발행이 위축돼 기업들이 회사채로 조달한 금액(9조4695억 원)보다 갚은 금액(10조1607억 원)이 더 많았음을 의미한다.
국내기업 신용등급 하락세가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문창호 한국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장은 “미국의 금리 인상과 중국의 성장 둔화, 엔화 약세 등 대외환경이 개선되기 쉽지 않고 기업들의 실적 회복이 전반적으로 늦어지고 있다”며 “내년 상반기까지 기업의 신용등급 강등 추세가 반전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백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