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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기학 한국섬유산업연합회 회장(왼쪽)과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015년 9월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프리뷰 인 서울 2015(대한민국섬유교역전)' 행사장을 둘러보고 있다. |
영원무역홀딩스의 아웃도어 브랜드인 ‘노스페이스’가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노스페이스는 한때 중고등학생의 필수 아이템으로 꼽혀 부모님의 등골을 휘게 하는 ‘등골 브레이커’로 불리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국내 아웃도어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 데다 다양한 해외 아웃도어 브랜드가 대거 등장하면서 노스페이스의 인기는 갈수록 시들해지고 있다.
성기학 영원무역홀딩스 회장은 이에 따라 노스페이스를 일으켜 세우기 위해 사업전략 재정비에 주력하고 있다.
◆ 3분기도 노스페이스 적자로 주춤
8일 업계에 따르면 노스페이스를 판매하는 영원아웃도어는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적자를 냈을 것으로 추정된다.
3분기 매출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뒷걸음질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동부증권은 영원아웃도어의 매출이 올해 3분기 872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영업손실은 29억 원으로 적자전환했을 것으로 예상했다.
영원아웃도어 매출은 올해 1분기와 2분기에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29%, 31% 감소했다.
박현진 동부증권 연구원은 “국내 아웃도어시장의 성장한계가 여실히 느껴져 올해와 내년 실적에 대한 추정을 보수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영원아웃도어의 매출은 정체상태다. 2012년 5049억 원, 2013년 5267억 원, 2014년 5320억 원으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영원아웃도어의 성장이 정체되면서 노스페이스 생산을 담당하는 영원무역의 수익성도 함께 악화하고 있다.
박희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영원무역은 OEM업체로서 성장이 부진해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831억 원으로 예상치 938억 원보다 한참 적었을 것”이라며 “아웃도어 중심의 의류 OEM사업의 성장률이 낮아졌다”고 진단했다.
영원아웃도어의 실적부진은 지주회사 영원무역홀딩스의 기업가치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원무역홀딩스 주가는 지난해 10월24일 사상 최고가인 12만2천 원을 기록한 뒤로 현재 반토막난 상태다. 영원무역홀딩스 주가는 지난 6일 6만78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영원무역홀딩스는 영원무역을 포함해 영원아웃도어, 스캇노스아시아 등 61개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 영원무역홀딩스와 영원무역의 주가가 급락하자 소액주주 사이에서 성기학 회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 노스페이스는 왜 부진에 빠졌나
노스페이스는 2013년 블랙야크에 국내 아웃도어 브랜드 1위 자리를 내줬다. 노스페이스의 영업이익률은 기존 20%대에서 올해 한자릿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노스페이스가 부진한 데는 국내 아웃도어시장이 정체상태인 데다 해외 아웃도어 브랜드들의 공세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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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기학 영원아웃도어 회장이 2014년 7월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포츠 의류부분 공식 후원사 협약식'이 끝난 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장(IOC) 위원장에게 기념선물을 전달하고 있다. |
국내 아웃도어시장 규모는 지난해 7조4천억 원으로 전년보다 13% 성장하는 데 그쳤다. 국내 아웃도어시장이 2011년부터 20~30% 성장해 온 데 비춰 보면 성장세가 큰 폭으로 꺾인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해외 아웃도어 브랜드의 공세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콜롬비아, 디스커버리, 아이더 등 해외 아웃도어 브랜드는 2012년을 기점으로 국내에 상륙해 영업망을 넓힌 효과를 최근 들어 거두고 있다.
캐나다구스와 몽클레어 등 고가 프리미엄 브랜드도 기존 아웃도어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백화점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 벌에 200만 원대에 이르는 해외 고가 프리미엄 브랜드가 10월부터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며 “캐나다구스와 무스너클 등 해외 브랜드가 올해 신상품 물량을 10~20% 가량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 성기학, 노스페이스 사업전략 재정비
성기학 회장은 노스페이스 사업전략을 재정비하고 있다.
성 회장은 먼저 대리점 영업전략부터 재정비하고 있다. 지난 8월 성 회장은 1997년 노스페이스 론칭 때부터 사입제로 운영하던 가두점 판매방식을 ‘위탁판매제’로 개편했다.
이로써 전국에 있는 140여 개 노스페이스 점주들은 이전처럼 직접 제품을 매입하지 않고 판매금액의 일부만 수수료로 낼 수 있게 됐다.
국내 아웃도어시장이 정체되면서 노스페이스 판매에 대한 점주들의 불만이 커지자 성 회장이 나서서 상생활동을 마련한 것이다.
또 노스페이스의 구매 연령대와 구매 목적에 따라 제품 라인업을 세분화하고 있다.
노스페이스는 국내 아웃도어업계 최초로 키즈 라인과 일상복 라인인 ‘노스페이스 화이트라벨’을 론칭했다.
노스페이스는 올해에만 10개 이상의 키즈 단독매장을 열었다. 노스페이스 화이트라벨을 통해 아웃도어 기술력에 세련된 다지인을 더한 제품들을 내놓고 있다.
노스페이스는 11월15일까지 공식 페이스북에 '맥머도 남극탐험' 캠페인 영상을 올려 젊은층의 관심을 모으는 데 주력하고 있다. 노스페이스는 가상현실을 통한 남극탐험, 도심 속 개썰매 질주 등 아웃도어 활동의 즐거움을 이 영상에 담아냈다.
영원아웃도어 관계자는 “노스페이스는 가을겨울 시즌에 들어서면서 경쟁회사보다 많은 매출을 내고 있다”며 “소비자 변화에 맞춰 다양한 제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계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