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재 기자 piekielny@businesspost.co.kr2020-08-30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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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이 미래 모빌리티시대를 맞아 주력 계열사 만도의 자율주행과 전기차 등 미래차 관련 기술과 부품을 개발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미래차시장이 본격적 개화를 앞두고 있는 만큼 만도가 선제적으로 기술 경쟁력을 확보한다면 정몽원 회장의 오랜 과제였던 현대차그룹 의존도를 낮추는 데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
3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만도는 글로벌 전기차시장 확대에 따라 테슬라 등 미국 전기차업체를 향한 매출이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김준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만도는 높은 판매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는 미국 전기차업체 관련 매출이 2018년 800억 원, 지난해 2700억 원에서 내년 4800억 원으로 빠르게 늘어날 것”이라며 “유럽 공장에 공급물량까지 확보하면 1200억 원가량의 매출을 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만도는 현재 전기차와 관련해 전자제어식 조향장치(SBW), 통합 전자 제동장치(IDB) 등을 생산해 글로벌 완성차업체에 공급하고 있다.
만도는 2014년부터 테슬라와 협력관계에 있으며 지난해에는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카누’와 전자제어식 조향장치 공급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만도는 미래차사업 가운데 자율주행과 관련한 첨단 운전자 보조시스템(ADAS) 분야에서도 경쟁력을 계속 확대하고 있다.
만도는 현재 첨단 운전자 보조시스템과 관련해 HDA(고속도로자율주행), AEB(긴급제동), LKAS(차선이탈 방지), SPAS(자동주차) 등을 생산해 현대차그룹에 납품하고 있다.
만도 전체 매출에서 첨단 운전자 보조시스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6.4%에서 2018년 9.2%, 2019년 12.1% 등으로 빠르게 늘고 있다.
전기차 부품사업과 첨단 운전자 보조시스템은 정 회장이 직접 챙기며 힘을 주고 있는 사업으로 평가된다. 정 회장은 한라그룹 회장으로 만도 대표이사도 함께 맡고 있다.
만도는 한라그룹 전체 매출의 50% 이상을 책임지는 한라그룹의 핵심 계열사인데 글로벌 자동차시장의 무게 중심이 내연기관차에서 빠르게 전기차와 자율주행 등 미래차로 빠르게 옮겨가면서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쉽지 않은 상황에 놓였다.
정 회장은 올해 초 그룹 내 최고인사책임자(CHRO)를 직접 맡아 미래사업을 위한 인재영입도 진두지휘하고 있다.
한라그룹 미래사업은 현재 만도와 한라에 각각 신설된 WG캠퍼스가 이끌고 있는데 정 회장은 만도 WG캠퍼스에는 LG전자 출신의 오창훈 부사장, 한라 WG캠퍼스에는 삼성전자 출신의 우경호 상무를 본부장으로 영입해 중책을 맡겼다.
WG캠퍼스는 한라그룹의 연구개발 및 미래사업 조직으로 그룹 창업주인 고 정인영 회장의 개척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그의 호인 ‘운곡’에서 이름을 따왔다.
만도 WG캠퍼스는 EV(전기차)랩(Lab)과 F3(미래 개척 자유, Future Frontier Freedom)랩, New Business(신사업) 등 3개 팀으로 구성돼 친환경차 기술 확보, 로봇솔루션 개발, 모빌리티분야 스타트업 투자 등을 추진한다.
한라 WG캠퍼스는 사물인터넷(IoT) 솔루션 등을 중심으로 주력인 건설업과 4차산업혁명 기술을 종합적으로 융복합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사업을 발굴하는데 향후 자동차분야에서 만도와 시너지를 낼 가능성이 충분하다.
만도는 1997년 외환위기 당시 한라그룹에서 분리될 정도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지금은 한 해 매출 6조 원에 육박하는 실적을 내며 세계시장 50위 안에 드는 글로벌 자동차부품업체로 성장했다.
다만 현대차그룹을 향한 매출 의존도가 60%에 이를 정도로 높다는 점이 항상 단점으로 꼽혔는데 매출이 한 곳에 집중된 만큼 사업기반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 회장은 그동안 성장기조를 유지하면서도 현대차그룹을 향한 매출비중을 낮추는 일을 주요 과제로 추진했는데 미래차시대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만도는 한국의 자동차산업이 글로벌 자동차선진국과 비교해 뒤늦게 출발한 만큼 내연기관시장에서는 현대차그룹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미래차시장은 이제 개화를 준비하고 있는 만큼 만도를 비롯한 모든 자동차부품업체가 동일선상에서 출발한다고도 볼 수 있다.
정 회장은 5월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 “자동차산업은 더 이상 전통적 제조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며 “자율주행과 전기차, 인공지능(AI) 기반 자동차 등 시장의 요구와 변화에 대응하고 과감히 혁신해 제조업을 넘어서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