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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케미칼이 지난달 15일 우즈베키스탄 가스전 화학단지내 자체 기술력으로 완공한 PE(폴리에틸렌)/ PP(폴리프로필렌) 공장 전경. |
한국경제에 ‘중국발 과잉생산’ 공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중국발 과잉생산’은 특히 석유화학 철강 조선 등 한국의 전통적 수출효자업종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이 최근 삼성SDI 케미칼부문과 삼성정밀화학, 삼성BP화학을 롯데그룹에 매각한 것은 ‘중국공포’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 삼성, 중국공포 때문에 화학부문 매각
삼성그룹의 한 관계자는 “중국이 석유화학 공장을 대규모로 지으면서 공급과잉 상태가 됐다"며 "앞으로 불황이 닥치면 삼성의 경영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어서 화학부문 매각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삼성그룹의 화학 계열사 3곳을 인수한 롯데케미칼도 “삼성그룹 화학계열사 인수를 통해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중국의 위협에 적극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롯데케미칼은 LG화학, 한화케미칼 등과 함께 석유화학업계 ‘빅3’인데 중국발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인수’라는 카드를 빼내든 것이다.
석유화학업계에서 일부 제품의 경우 최근 중국과 경쟁에서 밀리면서 생산량도 줄어들고 있다.
대표적 품목이 테레프탈산(TPA), 그 중에서도 고순도 테레프탈산(PTA)이다. PTA는 순백색 분말 형태의 제품인데 폴리에스테르 섬유, 페트(PET),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의 주원료로 사용된다.
국내 석유화학업계의 PTA 생산량은 2012년 619만톤에서 2013년 585만톤, 2014년 534만톤, 올해 상반기 257만톤으로 계속 줄고 있다.
생산량이 감소하고 있는데 수요까지 줄면서 공급과잉 규모는 지난해 268만톤에 이어 올 상반기 127만톤에 이르고 있다.
국내업체들은 그동안 대중국 수출로 대처해 왔지만 중국이 최근 대량생산체제를 구축하면서 이마저도 어려워졌다.
이에 따라 SK유화는 아예 PTA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했고 롯데케미칼 역시 생산라인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 철강업계 “시장이 절름발이 됐다”
철강업계는 사정이 더 심각하다. 저가의 중국산 철강제품이 한국에 ‘쓰나미’처럼 몰려오면서 철강업계는 거의 절름발이처럼 돼 버렸다.
지난해 수입된 중국산 철강 제품은 1300만 톤으로 철강시장에서 중국산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25%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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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준 포스코 회장. |
철강업체들은 중국산 저가철강의 공세에 계열사 매각, 사업구조 개편 등을 통해 비상경영을 하고 있다.
업계 ‘맏형’인 포스코는 2017년까지 모두 89개 계열사를 매각, 청산, 합병 등으로 구조조정하기로 했다. 정리 대상 계열사로 포스하이알,포스코엠텍,포스코ESM 등이 꼽힌다.
구조조정이 예정대로 진행되면 2017년 포스코의 국내 계열사는 22개로 줄어든다. 포스코 관계자는 “구조조정의 핵심은 독자적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계열사를 과감히 정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동국제강은 유니온스틸과 합병, 사옥 매각, 포항 후판 2공장 폐쇄 등 다양한 구조조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권오준 포스코회장은 최근 “중국산 철강재 범람으로 시장이 완전히 절름발이가 됐다”며 “(공급과잉이 해소되기까지) 시간이 꽤 걸리는 만큼 단단히 각오하고 내실을 다져야 한다”고 말했다.
권 회장은 “우리나라에 용광로가 더 지어져서는 안 된다”며 “포스코도 앞으로 더 이상 고로를 짓지 않겠다”고 밝혔다.
중국산 철강의 과잉공급은 한국뿐 아니라 일본에도 골칫거리다.
일본 NHK방송은 2일 일본 재계가 중국 철강제품 과잉생산 문제와 관련해 중국에 신속한 생산능력 감축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무네오카 쇼지 일본 게이단렌 단장은 중국 공업신식화부(공업과 통신 부문 관장)의 신궈빈 부부장을 만나 “중국에서 과잉생산된 철강제품이 세계 각지로 저가에 수출돼 세계 철강시장이 혼란에 빠졌다”며 “중국정부가 신속하게 생산능력 감축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중소형 조선사, 중국과 힘겨운 싸움
조선업계 역시 중소형사 위주로 중국발 충격에 휩싸여 있다.
중국기업들이 벌크선과 소규모 컨테이너선 위주로 생산을 확대하면서 성동조선해양, SPP조선, 대한조선 등 한국의 중소형 선박업체들은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중국산 선박 가격은 국산에 비해 5~20% 싸다. 아직은 연료소비효율과 내구성 면에서 한국과 중국의 기술격차는 꽤 있는 편이지만 5~10년 뒤를 장담할 수 없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세계적 경기침체로 해운시황이 악화한 데다 중국업체들이 싼값을 제시하다 보니 저가 수주를 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고 있다”며 “중국의 저가공세가 최근 국내 중소형 조선사들이 어려워진 직접적 원인”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