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과 글로벌을 양 날개로 삼아 끊임없는 혁신을 추구하겠다."
지성규 하나은행장이 2019년 3월 하나은행장에 오르며 한 말이다.
28일 하나은행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지 행장은 임기를 6개월가량 남겨놓고 있는데 임기 동안 디지털과 글로벌을 양 날개를 다는 데 진전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는다.
내년 3월 하나금융지주 지배구조 변화와 맞물려 지 행장의 연임에 벌써 시선이 몰린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의 임기가 내년 3월 끝나는데 다음 회장체제에서도 지 행장이 자리를 지킨다면 하나금융지주 안에서 지 행장의 입지가 더욱 탄탄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 행장은 디지털 전환, 해외사업 확대 등에서 성과를 보여주고 있어 현재로서는 연임에 무게가 실린다.
지 행장은 ‘하나원큐’를 앞세워 디지털 채널을 공략해 성과를 내고 있다.
20일 새 송금서비스와 얼굴인증 등을 담은 새 모바일뱅킹앱 ‘뉴 하나원큐’를 선보인 데 이어 28일 비대면 전세자금대출을 내놨다.
하나원큐를 통한 대출잔액은 2019년 7월 366억 원에서 올해 7월 3312억 원으로 9배 이상 증가했다.
프라이빗뱅킹(PB) 서비스는 지금까지 대면방식에 기반했는데 이제는 비대면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다. 올해 초 자산관리 고객들이 세무, 부동산 등 다양한 전문가로부터 화상상담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해외사업의 성과도 눈에 띤다.
하나은행의 중국 현지법인인 하나은행중국유한공사는 올해 상반기 순이익 576억 원 거뒀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순이익이 4배 이상 늘었다.
인도네시아 법인도 순이익 353억 원을 내 1년 전보다 90% 증가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해외법인 실적 증가와 관련해 “중국 현지법인 자산 증가, 베트남 현지은행 BIDV 지분투자 이익 등 수익원이 다각화하면서 안정적이고 탄탄한 순이익을 거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 행장은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 펀드 사태, 라임자산운용 무역금융펀드 환매 중단 사태 등을 수습하는데도 힘을 쏟고 있다.
지 행장은 1월 은행권에서 처음으로 하나은행에 펀드 리콜제를 도입했다.
펀드 리콜제는 고객에게 상품에 관한 기본내용, 투자 위험성과 손실 가능성을 제대로 안내하지 않았을 때 은행이 투자원금을 전액 돌려주는 제도다.
지 행장은 27일 금감원의 라임자산운용 무역금융펀드 분쟁조정안을 받아들이면서 디스커버리자산운용 사모펀드와 이탈리아헬스케어 펀드 투자자에 투자금의 일부를 선지급하는 방안도 내놨다.
지 행장은 1963년에 태어나 다음 회장후보로 꼽히는
함영주 부회장(1956년 출생),
이진국 부회장(1956년 출생)과 7살 차이가 난다. 연임을 하게 되면 하나은행을 이끌면서 그 다음 회장후보로서 입지를 다질 시간적 여유도 충분히 얻게 되는 셈이다.
하나금융지주 주요 계열사 CEO 가운데
장경훈 하나카드 대표이사 사장,
윤규선 하나캐피탈 대표이사 사장도 1960년대에 태어났지만 하나금융지주 안에서 하나은행이 차지하는 위상을 고려하면 지 행장이 한 발 앞설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두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