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정보통신기술(ICT)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4차산업혁명시대에는 모든 산업분야에서 데이터와 소프트웨어가 중심이 된다. 이런 디지털 전환의 핵심에는 ‘인공지능’ 기술이 자리잡고 있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기술 등은 이미 제조, 금융, 유통, 물류, 의료, 모빌리티 등 다양한 분야의 업무 프로세스와 서비스에 적용되고 있다.
당장 KT의 실적만 살펴봐도 인공지능 기술을 바탕으로 한 B2B(기업 사이 거래)사업의 성장성을 확인할 수 있다.
2020년 2분기 KT 이동통신서비스 매출이 0.6% 증가할 때 B2B사업분야의 인공지능·디지털전환부문 매출은 16% 늘어났다. KT의 주요사업부문 가운데 인공지능·디지털전환부문 매출 성장률이 가장 높았다.
KT는 최근 사업보고서를 통해 음성시장의 성장 한계, 초고속 인터넷서비스시장의 둔화 등 시대적 패러다임을 극복하고 지속적 성장을 추구하기 위해 ‘인공지능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비전을 내놓았다.
구체적으로 KT의 대표적 인공지능서비스인 ‘기가지니’ 단말과 사업영역을 다양화해 인공지능시장을 선도하고 기업시장에서 KT 인공지능기술의 경쟁력을 높여 사업혁신을 이루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구 사장은 내부적으로 인공지능·디지털혁신분야 사업의 성공사례와 추진방향을 공유하는 행사를 열고 외부적으로는 인공지능분야 협업을 적극적으로 늘리며 인공지능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KT가 주도하고 있는 인공지능분야 산학연협의체 ‘AI 원팀’을 통해 다양한 산업분야 기업들과 협업체계를 구축하면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인공지능 플랫폼은 이용하는 사업자, 사용자가 늘어날수록 빅데이터가 증가하고 다양한 빅데이터는 곧 플랫폼의 경쟁력이 된다.
애초 KT와 같은 통신사업자가 인공지능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낼 수 있는 것도 통신사업을 통해 축적하는 빅데이터와 네트워크 인프라 덕분이다.
구 사장은 올해 2월 현대중공업그룹, 한양대,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등 기업과 기관 5곳과 손잡고 AI 원팀을 결성했는데 최근 전자, 금융, 유통·물류 등 다양한 산업군의 기업들을 합류시키며 세력을 넓히고 있다.
대표적으로 구 사장은 올해 6월 AI 원팀에 LG전자와 LG유플러스와 손을 잡았는데 이를 통해 KT는 LG전자의 인공지능 브랜드 ‘LG씽큐(LG ThinQ)’와 기가지니 플랫폼의 시너지를 꾀할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과 협업은 금융분야 인공지능서비스, 솔루션부문 경쟁력 강화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 KT는 동원그룹과도 인공지능분야 업무협약을 맺고 인공지능 물류 통합플랫폼 구축 등을 함께 진행하기로 했다.
KT 관계자는 “AI 원팀을 통한 협업관계는 아직 초기단계라 실제 사업적 측면에서 구체화가 필요하다”면서도 “다만 LG전자, 동원그룹 등 AI 원팀 합류기업들과 KT가 협업관계가 됐기 때문에 KT 기가지니 플랫폼과 LG전자 씽큐가 만나고 동원그룹 물류 플랫폼에 KT의 인공지능기술이 들어가고 하는 방식으로 KT의 인공지능 생태계가 넓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AI 원팀에 다양한 산업군이 참여하기 때문에 이 산업군에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하는 데 어려움, ‘허들’이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는 점 등도 KT 인공지능사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류한석 기술문화연구소 소장은 KT경제경영연구소에 발표한 보고서에서 “인공지능 플랫폼을 장악하는 기업이 시장에서 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KT는 2015년부터 미래의 인프라는 속도, 용량, 연결을 뛰어넘는 가치를 지녀야 하며 그것은 바로 ‘지능형 인프라’라고 봤다.
시장조사기관 한국IDC에 따르면 국내 인공지능시장은 앞으로 5년 동안 한 해 평균 성장률이 17.8%에 이르러 2023년에는 6400억 원 규모로 증대할 것으로 전망됐다. 또 코로나19 사태 이후 세계 인공지능기술 관련 지출은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최대 32% 증가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