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르면 이번주 안에 이 회장과 정 회장이 만나 아시아나항공 거래를 놓고 대면협상을 벌인다.
이에 앞서 20일 서재환 금호산업 대표이사 사장과 권순호 HDC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 사장이 만나 협상을 진행했지만 양쪽의 의견차이만 확인했다.
이 회장과 정 회장이 만나는 건 이번이 세 번째다. 두 사람은 6월 말에도 배석자 없이 만나 1시간가량 대화를 나눴으나 소득이 없었다.
그동안 두 차례 만남에도 정몽규 회장이 ‘요지부동’인 만큼 이 회장이 이번에는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카드를 동원해 정 회장을 설득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대우조선해양 매각과 함께 문재인 정부의 손에 꼽는 성공적 구조조정 사례로 남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 회장이 정 회장에게 정부의 적극적 정책지원 등을 약속할 수 있다. 이 회장은 문재인 정부의 실세로 통하는 데다 지금으로선 연임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정부는 항공사의 밥줄이나 마찬가지인 운수 배분권과 함께 항공사에 대한 각종 제재권을 들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대한항공과 함께 양대 항공사로 빠르게 성장한 배경에도 정부의 적극적 지원이 있었다.
코로나19가 지나가기까지 채권단이 주요 주주로 참여하는 방안 역시 제기된다. 채권단이 영구채 일부를 출자전환해 HDC현대산업개발과 함께 주요 주주로 올라서는 방안이다.
이렇게 되면 HDC현대산업개발은 이자부담을 크게 덜 수 있고 아시아나항공의 경영 정상화 과정에서 국책은행이라는 든든한 우군도 얻을 수 있다.
특히 이 회장은 항공업황의 회복에 매우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는 만큼 이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항공이 화물 운송을 통해 의외로 잘 버티고 있는 데다 코로나19로 세계 항공산업이 재편되면 오히려 아시아나항공이 도약할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최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항공산업은 긴 안목에서 바라봐야 한다며 미국의 유통기업 ‘몽고메리워드’와 ‘시어스’의 예를 들기도 했다.
두 회사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경제상황을 정반대로 예측해 희비가 엇갈렸다. 한 곳은 투자를 줄였고 한 곳은 투자를 늘렸다. 결과는 투자를 늘린 시어스의 승리로 돌아갔다. 전쟁이 끝난 뒤 시어스의 전망이 정확히 맞아 떨어졌으며 투자를 줄인 몽고메리워드는 큰 타격을 입었다.
사실상 이번 둘의 만남을 마지막으로 아시아나항공 거래가 어떤 방식으로든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에도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거래가 무산되고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은 채권단 관리 등 이른바 ‘플랜B’를 가동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항공이 처한 상황이 어떤 형태로든 결론을 내릴 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은 현재 최악의 경영난을 겪으며 그 어느 때보다 허리띠를 세게 졸라매고 위기를 극복해나갈 수 있는 강한 추진력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경영 주체마저 애매하다.
이 회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현재 아시아나항공의 상황을 감안하면 매각 결정을 더 끌 여유가 없다”며 “정 회장과 만나 원하는 게 뭔지, 지금 뭐가 문제인지 들어보고 협상의 여지가 있는지 우리 쪽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지 등을 이야기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