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공기업계에 따르면 국회에서 더욱 강화된 내용의 노동이사제 도입을 담은 법안이 발의되면서 김 사장이 공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노동이사제를 한국전력에 도입할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오고 있다.
노동이사제는 노동자 대표가 다른 상임이사와 비상임이사들과 함께 이사회에서 같은 자격으로 기간의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제도를 말한다.
김 사장은 최근 노동이사제 도입에 긍정적 의사를 나타냈다가 발언에 파장이 커지자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김 사장은 페이스북에 “공기업에 노동이사제 도입을 고려한다면 한 번 손들고 해 보고 싶다”며 “성공사례가 되든 실패사례가 되든 그 길을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후 김 사장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14년 동안 최고경영자(CEO)로서 다양한 노조를 겪은 소회를 적은 것”이라며 “한국전력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앞으로 정부 방침이 결정되면 그 방침을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이 노동이사제 도입에 한발 물러섰던 것은 재계가 경영권 침해를 이유로 노동이사제 도입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재계에서는 노동이사제가 공기업에 도입된다면 민간기업에서도 노동이사제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한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코로나19로 가뜩이나 경영 불확실이 커지고 있는데 노조에 힘을 실어주는 법안이 속출하고 있어 우려스럽다”며 “노동이사제는 노사 신뢰가 전제돼야 도입될 수 있는 제도”라고 말했다.
다만 더불어민주당에서 노동이사제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 김 사장이 이러한 움직임에 힘을 받아 노동이사제 도입의 앞장설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 당대표에 도전하고 있는 박주민 의원이 노동이사제 도입 법안을 내놓으면서 제도 도입의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박 의원이 대표발의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 법률안은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은 2인 이상의 노동이사를 상임이사로 선임해 이사회를 구성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개정안은 앞서 6월에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보다도 한층 강화된 법안이다.
김 의원의 개정안은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의 비상임이사 가운데 1인 이상을 노동이사로 뽑도록 하고 있다.
게다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법안을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는 의석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법 개정에 걸림돌도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박 의원은 법률안 제안이유서에서 “노동이사제를 도입해 기업의 최고 의사결정 과정에 소통을 통한 의사결정이 이뤄지게 해 갈등을 줄이고 공기업 및 준정부기관의 경영 공공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이 이전에도 노동이사제 도입을 시도했다는 점은 한국전력이 노동이사제 도입에 앞장 설 수 있다는 시선에 힘을 싣는다.
김 사장은 2018년 전력노조와 단체협약을 맺으면서 ‘노동이사제 등 노동자의 경영참여 확대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한다’는 합의를 한 적이 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의 반대로 노동이사제 도입 내용을 담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이 무산되면서 한국전력의 노동이사제 도입은 없던 일이 됐다.
김 사장은 노동이사제와 관련한 부정적 시선에 관해 “경영진이 투명경영을 실천하고 노동자가 단기적 보상에 집착하지 않고 회사의 장기적 발전을 우선시한다면 별로 논쟁거리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