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광주광역시 북구 국립5·18민주묘지를 방문해 무릎꿇고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5·18 민주화운동 희생자와 유가족들에게 무릎을 꿇고 사죄했다.
김 위원장은 19일 광주광역시 북구 국립5·18민주묘지를 방문해 ‘민주의 문’ 앞에서 직접 작성한 사과문을 낭독했다.
사과가 비록 늦기는 했지만 미래를 향해 나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부끄럽고 또 부끄럽다, 죄송하고 또 죄송하다, 너무 늦게 찾아왔다”며 “벌써 일백 번이라도 사과하고 반성했어야 마땅한데 이제야 그 첫 걸음을 떼었다”고 말했다.
그는 “작은 걸음이라도 나아가는 것이 한 걸음도 나아가지 않는 것보다 낫다는 빌리 브란트의 충고를 기억하며 5·18민주묘역에 잠들어있는 원혼의 명복을 빈다”며 “제 미약한 발걸음이 역사의 매듭을 풀고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향해 나가는 작은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산업화와 민주화는 오늘날 대한민국을 지탱하는 양대 기둥이라며 산업화와 민주화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발생한 상처와 갈등이 더는 미래의 발전을 저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대한민국은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룬 나라로 2차대전 이후 식민지에서 해방된 국가 가운데 자신을 지배한 과거 제국주의 국가와 대등하게 어깨를 견주게 된 유일한 나라”라며 “세계 어느 나라 국민보다 성실하게 노력하고 정의롭게 행동한 우리 국민의 땀과 눈물의 결실이고 산업화와 민주화는 지금 우리를 지탱하는 소중한 양대 기둥”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느 하나도 간단히 부정할 수는 없지만 그렇게 자랑스러운 역사의 과정에 적지 않은 희생과 고통이 따랐던 것도 사실이고 그것이 상처로 남아 아직도 낡은 이념대립을 계속하며 사회적 통합과 발전에 방해가 되고 있다”며 “역사의 화해는 가해자의 통렬한 반성과 고백을 통해 가장 이상적으로 완성될 수 있지만 권력자의 진심어린 성찰을 마냥 기대할 수는 없는 형편에서 그 시대를 대표해 제가 이렇게 무릎을 꿇는다”고 덧붙였다.
당대표로서 5·18민주화 운동과 관련해 당내 의원들의 부적절한 언행에 제대로 대처하기 못했다고 사과했다.
김 위원장은 “광주에서 그런 비극적 사건이 일어났음에도 그것을 부정하고 5월 정신을 훼손하는 일부 사람들의 어긋난 바람과 행동에 저희 당은 더욱 엄중한 회초리를 들지 못했다”며 “저희당의 일부 정치인들까지 그에 편승하는 듯한 태도까지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표현의 자유라는 명목으로 엄연한 역사적 사실까지 부정할 수는 없다”며 “그동안의 잘못된 언행에 당을 책임지는 사람으로서 진실한 사과의 말씀 드린다”라고 덧붙였다.
5·18민주화 운동 당시 행적을 되짚고 당시 적극적으로 행동하지 않았다며 반성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비상계엄이 전국으로 확대된 1980년 5월17일 저는 대학연구실에 있었고 그 이틀 전 학생들이 시위를 중단할 것이라는 발표를 듣고 밀려있는 강의 준비에 열중하던 중이었다”며 “광주에서 발포가 있었고 희생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은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뒤에야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위법행위에 직접 참여하는 것도 잘못이지만 알고도 침묵하거나 눈 감은 행위, 적극 항변하지 않은 소극성 역시 작지 않은 잘못”이라며 “역사의 법정에서는 이것 또한 유죄”라고 덧붙였다.
신군부 집권 뒤 행적을 놓고도 거듭 사죄했다.
김 위원장은 “신군부가 집권하고 만든 국보위에 저는 재무분과 위원으로 참여했다”며 “그동안 여러 기회를 통해 그 과정과 배경을 말씀드리면서 용서를 구했지만 결과적으로 그것은 상심에 빠진 광주시민, 군사정권에 반대했던 국민들에게는 쉽게 용납하기 어려운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다시 한 번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사과문을 낭독하는 과정에서 원고를 든 손을 떨거나 울먹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사과문 낭독을 마친 뒤에는 추모탑에 헌화하며 무릎을 꿇은 채로 묵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