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통제 '게보린'으로 유명한 삼진제약의 공동경영체제가 대를 이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조의환 회장이 최승주 회장보다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조 회장의 자녀들이 유리할 수도 있다는 시선도 있다.
▲ 조의환 삼진제약 회장(왼쪽), 최승주 삼진제약 회장. |
17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삼진제약 조의환 회장과 최승주 회장이 창업 후 공동경영체제를 이어온 만큼 2세들도 공동경영체제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조의환 회장과 최승주 회장은 모두 1941년 태어나 고령이고 임기만료일이 2021년 3월16일로 얼마 남지 않아 경영권 세대교체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조의환 회장의 장남 조규석 전무(1971년 출생)와 차남 조규형 상무(1975년 출생)가 삼진제약에서 각각 경영관리와 기획 및 영업관리를 담당하고 있다.
최승주 회장의 외동딸 최지현 전무(1974년 출생)는 마케팅업무를 맡고 있어 2세들 사이 업무분담도 명확하게 구분돼 있다.
2세들은 별도로 삼진제약 지분 매수작업을 벌이고 있지 않은 데다가 지분 보유현황도 엇비슷하다. 비슷한 시기에 회사에 입사하고 같은 시기에 승진을 해왔다.
최지현 전무와 조규형 상무는 2009년, 조규석 전무는 2011년에 삼진제약에 입사했다. 조규석 전무와 최지현 전무는 지난해 12월에 나란히 전무로, 조규형 상무는 상무로 승진했다.
두 회장은 최근 자녀들에게 삼진제약 주식을 증여하며 힘을 실어주고 있다.
조의환 회장은 5월에 아들 조규석 전무와 조규형 상무에게 각각 삼진제약 주식 10만 주씩을 증여해 현재 조규석 전무와 조규형 상무는 각각 17만5천 주(1.26%)의 주식을 들고 있다.
최승주 회장도 5월에 딸 최지현 전무에게 30만 주를 증여했다. 이로 인해 최지현 전무는 주식 33만8692주(2.44%)를 보유하고 있다.
최지현 전무가 개인별로는 보유한 지분이 많지만 조규석 전무 조규형 상무 둘의 지분을 합한 것과 비슷한 규모다.
삼진제약은 1968년에 설립됐다. 최승주 회장과 조의환 회장은 김영배씨와 공정오씨와 함께 삼진제약을 창업해 공동경영체제를 이어오고 있다. 두 회장은 창업한 뒤 53년 동안 서로 갈등을 겪지 않을 만큼 돈독한 사이로 알려졌다.
다만 7월31일 공시 기준으로 조의환 회장이 9.6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점은 향후 지배구도에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조의환 회장이 최승주 회장(3.07%)보다 3배가량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약업계 일각에서는 삼진제약 2세들이 약학을 전공했던 아버지들과 달리 제약 관련 전문 이해도가 낮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조규석 전무는 텍사스대학교 알링턴캠퍼스 대학원에서 회계학 석사, 조규형 상무는 연세대학교 대학원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최지현 전무는 홍익대학교 대학원을 나와 건축학 석사학위가 있다.
삼진제약 관계자는 "두 회장 뿐만 아니라 2세들 사이도 원만하다"며 "공동경영체제가 이어질 지에 관해서는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삼진제약은 2019년에 개별기준으로 매출 2419억 원, 영업이익 441억 원, 순이익 113억 원을 거뒀다.
삼진제약의 대표제품인 게보린은 1979년에 출시돼 '한국인의 두통약', '맞다! 게보린' 등의 친숙한 광고를 통해 2019년 7월까지 36억 정이 판매됐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영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