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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올해 연말인사에서 회장에 취임할까?
삼성전자가 3분기 7조 원대의 영업이익을 회복하고 대규모 자사주 매입 뒤 소각 계획을 내놓자 국내외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가 가시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이는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 회장에 올라 회장 부재 상황에 대한 불확실성까지 해소할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이다.
하지만 삼성그룹은 이 부회장의 회장 취임을 놓고 고민에 빠져 있다.
이건희 회장이 경영복귀는 어렵다고 해도 여전히 생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회장을 물려받는 것이 동양적 정서에 맞지 않을 수 있어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30일 “삼성전자의 주주친화정책 강화를 계기로 경영권 승계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며 “올해 말 인사에서 이재용 부회장 체제를 공고히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연구원은 “경영권 승계를 견고히 할 수 있는 실질적 지배구조 변환이 일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는 지난 5월 이 회장이 삼성그룹의 공익재단 2곳의 이사장에 오르자 ‘부드러운 승계(soft succession)’라고 평가했다.
영어에서 ‘soft’는 ‘순조로운’ ‘매끄러운’ 같은 뜻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의 승계과정은 어떤 의미에서 그다지 순조롭지 않았다.
이 부회장은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장 취임과 동시에 국민 앞에 대국민사과부터 해야 했다. 삼성서울병원의 메르스 확산 책임론이 불거지자 이 부회장이 직접 총대를 멘 것이다.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 합병을 둘러싼 논란에도 중심에 섰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합병반대 공세 속에 이 부회장의 승계에 ‘편법’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기 시작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3분기 7조 원대의 영업이익을 내고 11조 원이 넘는 역대 최대규모의 자사주 매입과 소각 계획을 밝히면서 이 부회장의 ‘부드러운’ 경영권 승계를 위한 발판을 다졌다.
삼성전자는 이건희 회장 와병 이후 회장 부재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이재용 부회장이 사실상 삼성전자 오너로서 역할을 수행하고 있지만 이제 분명하게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압박이 커지고 있다.
또 이 부회장이 권한만 행사하고 책임을 지지 않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무시하기 어렵다.
글로벌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해외 투자자들은 삼성전자에 대해 오너 부재의 불확실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그룹 내부에서도 이 부회장이 회장에 취임해 투자자들이 느끼는 리더십의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삼성그룹의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책임질 일이 있으면 기꺼이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 기본적 생각”이라며 “메르스 사태에 대해 대국민사과를 직접 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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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희 회장. |
하지만 이건희 회장이 경영을 맡기는 어렵지만 여전히 생존해 있는 상황에서 이 부회장이 회장에 오를 경우 나타나게 될 따가운 시선이 부담으로 작용한다.
삼성그룹의 또 다른 관계자는 “아버지가 병중에 있는데 아들이 회장에 오르는 일이 동양적 정서에서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대론도 만만치 않다”고 토로했다.
일각에서 이건희 회장이 삼성그룹 회장에 오른 전례를 봐서 이재용 부회장이 쉽게 회장에 오르기 어려울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이건희 회장은 1979년 삼성그룹 부회장에 오른 뒤 이듬해인 1980년 이병철 선대회장이 건강에 문제가 생기면서 사실상 그룹 후계자로서 경영전면에 나섰다.
하지만 이건희 회장이 회장에 공식 취임한 것은 1987년 이병철 선대회장이 사망한 뒤였다. 이건희 회장은 이병철 선대회장이 병중이었던 7년 이상을 부회장에 머물렀다.
이 부회장이 연말인사에서 회장에 오르지 않더라도 계열사 등기이사를 맡아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줄 수도 있다.
이 부회장은 삼성그룹 계열사 가운데 단 한 곳도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리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를 비롯해 그룹의 지주사 격인 삼성물산의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릴 가능성을 제기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