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과 증권사 중심으로 사모펀드 환매중단이 잇따랐지만 보험사는 사모펀드 사고와 무관한 것으로 여겨졌던 만큼 삼성생명에서 사모펀드 환매연기가 발생한 것을 두고 투자자들의 시선이 모이고 있다.
▲ 전영묵 삼성생명 대표이사 사장.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과 신한금융투자, NH투자증권 등에서 판매한 사모펀드 상품의 환매가 연기되면서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중단이나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 환매중단과 같은 투자자 손실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삼성생명 등은 7월30일 ‘유니버스 인컴 빌더(UIB) 펀드 링크드 파생결합증권(DLS)’ 상품의 환매를 2021년 5월14일로 늦춘다고 고객에게 알렸다.
보험사에서 사모펀드 환매연기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환매가 미뤄진 파생결합증권은 홍콩 자산운용사인 ‘유니버스 아시아 매니지먼트(UAM)’에서 운용하는 ‘유니버스 인컴 빌더 펀드’를 기초로 NH투자증권이 발행한 파생상품이다.
모두 1857억 원어치가 팔렸고 현재 환매가 연기된 잔여 판매액 규모는 약 614억 원이다. 이 가운데 삼성생명이 534억 원가량을 팔았다. 신한금융투자와 NH투자증권은 각각 50억 원, 30억 원씩 판매했다.
환매연기를 유발한 유니버스 인컴 빌더 펀드는 금 무역업체가 아프리카에서 금을 수입해 홍콩 등 세공업체에 납품하는 데 필요한 경비를 대출해 주고 이자와 함께 돌려받는 구조로 설계된 무역금융펀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무역업체의 자금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대출금 상환이 지연돼 환매가 연기된 것으로 파악됐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상품 제안서에 원금 손실 가능성을 고지했다”며 “발행사인 NH투자증권에서 내년 5월까지 분할 상환계획을 알려준 만큼 시일이 미뤄지더라도 상환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삼성생명 측은 문제가 없다는 태도를 보이지만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져 무역업체의 유동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환매중단에 이를 가능성도 있다.
삼성생명으로선 고지의무를 다해 불완전판매가 아닌 만큼 투자자 손실이 생기더라도 보상해야 할 의무는 없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최근 펀드 환매중단에 따른 투자자 손실 배상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점에서 삼성생명도 펀드 환매연기에 따른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더욱이 삼성생명은 이번에 환매가 연기된 상품과 별도로 3월 판매한 펀드의 환매연기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삼성생명은 NH투자증권에서 발행한 파행결합증권과는 별도로 퍼시픽브릿지자산운용에서 유니버스 인컴 빌더 펀드에 투자하는 재간접펀드 420억 원어치를 판매했다.
이 상품의 만기는 10월이며 아직까지 환매연기 요청이 이뤄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기초자산이 같은 만큼 이 펀드까지 환매가 연기된다면 그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
사모펀드 환매연기 또는 중단 사태가 보험업계로 옮겨붙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라임자산운용 펀드나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 등의 환매중단 사태가 잇따랐던 만큼 불안감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생명보험회사는 주사업이 보험이지만 부수사업으로 수익증권 판매와 신탁업을 할 수 있다.
삼성생명 등 대형 보험회사는 자산관리(WM)사업부를 두고 보험고객들에게 수익증권, 신탁상품 등도 소개 및 판매한다.
사모펀드는 대개 증권사를 통해 판매되지만 은행과 보험사를 통해서도 판매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사모펀드 판매잔고 비율은 증권사 83.72%, 은행 5.24%, 보험사 0.8%로 집계됐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